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한 세계 식량가격이 지난달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만을 통한 수출을 재개하는 등 공급 문제가 완화되고 급등한 물가에 국제 수요가 위축되면서다. 6월 말까지 배럴당 110달러 선을 웃돌던 국제 유가도 최근 8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추석 이후인 9월 말~10월 초를 정점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정부 관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식량가격지수, 14년 만에 최대폭 하락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154.3포인트)보다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 가격지수를 매달 집계해 발표한다.

7월엔 곡물과 유지류를 중심으로 5개 품목군 가격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밀·옥수수·쌀 등 곡물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1.5%, 팜유·대두유 등 유지류가 19.2% 급락했다. 육류(-0.5%), 유제품(-2.5%), 설탕(-3.8%) 등 다른 품목도 하락했다. 8.6%의 총지수 하락폭은 2008년 10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3월 159.7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세계식량가격지수는 4월부터 하락세로 반전해 6월 154.3포인트로 조금씩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 봉쇄 해제에 합의하며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이 재개되고, 북반구에서의 밀 수확이 이뤄지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수입 수요도 위축되면서 식량 가격 상승세가 꺾인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 유가도 떨어지고 있다. 3월 초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는 지난 4일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88.54달러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그간 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식량 가격과 유가 하락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가에 반영되며 국내 물가 안정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국회에서 “물가는 대외 요인의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9월 말~10월 초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석을 물가 잡기의 마지막 고비로 보고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준비 중이다. 명절 성수품으로 쓰이는 일부 농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비축물량 공급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