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연가스 도입을 책임지는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축량이 올겨울 열흘치 수요량(최고 수요 기준)에도 못 미치는 137만t까지 줄어든 것으로 7일 파악됐다. LNG 부족으로 겨울철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스공사는 연말까지 1000만t 가까운 천연가스를 추가 도입해야 올겨울 에너지 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기준 가스공사의 LNG 비축량은 총저장용량(557만t)의 25%에 불과한 137만t으로 떨어졌다. 2020년 7월과 2021년 8월의 총저장용량 대비 비축량이 각각 79%와 53%에 달한 것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 재고가 사실상 바닥 상태”라며 “올겨울 LNG 부족으로 인한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동시에 겹친 결과다. 우선 올해 기온 변동이 예상보다 ±1도 더 커지면서 국내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고 러시아가 이에 반발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인 점도 가스공사의 LNG 도입난을 가중시켰다. 유럽이 북미 등으로 구입처를 돌리면서 LNG 도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의 프리포트 LNG터미널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도 세계적으로 LNG 공급난을 부추겼다.

가스공사는 최근 LNG 수급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올해 회사가 도입해야 할 LNG를 3883만t에서 4125만t으로 242만t 늘려 잡았다. 사실상 LNG 수요예측에 실패했다고 자인한 것이다. 또 기존 계획 대비 도입 부족분과 추가 수요 증가분 등을 합쳐 올해 추가로 957만t의 LNG를 구입해야 국내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LNG 가격이 급등한 데다 유럽과의 도입 경쟁까지 심해지면서 가스공사의 추가 물량 확보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며 “지금부터 모든 역량을 동원해 LNG 물량 확보에 나서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