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들어오는 족족 완판…'오픈런' 벌어진 제품 뭐길래 [박종관의 유통관통]
코로나19로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2030세대가 촉발한 위스키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글로벌 물류난 등의 여파로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30 소비자들은 인기 위스키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마니아 10명 중 8명은 2030

22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0시 편의점 GS25의 전국 18개 주류 특화 점포 ‘플래닛’ 앞엔 대부분 긴 줄이 늘어섰다. ‘발베니’ ‘글렌피딕’ ‘러셀리저브 싱글배럴’ 등 인기 위스키를 한정 판매한다는 소문을 듣고 위스키 마니아가 몰려든 것이다. 발베니 등 인기 상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완판됐다.

GS리테일이 이날 위스키를 구매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가 각각 39.5%, 43.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런에 동참한 10명 중 8명은 2030세대인 셈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차별성과 다양성, 희소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특성이 위스키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 사이에서 위스키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위스키 수입량·수입액도 급증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1만3700t으로 전년 동기(8276t) 대비 65.5% 증가했다. 위스키 수입액은 같은 기간 9257만달러(약 1240억원)에서 1만4683만달러(약 1970억원)로 58.6% 늘었다.

그런데도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 대형마트 주류 담당 바이어는 “인기 위스키는 매장에 진열하자마자 팔려나갈 정도”라며 “2030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입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인기 제품을 발 빠르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일본 위스키도 인기

코로나19 사태 초기 싱글몰트 위스키에 관심을 뒀던 2030은 이제 블렌디드와 버번위스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주머니가 얇은 2030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030 소비자 사이에선 싱글몰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블렌디드나 버번위스키를 사 집에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하이볼은 위스키를 탄산수나 토닉워터, 진저에일 등에 섞어 얼음과 함께 마시는 칵테일이다.

‘산토리 가쿠빈’ ‘제임슨’ ‘와일드터키’ 등이 하이볼용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위스키로 인기를 끄는 대표 제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노재팬’ 운동을 계기로 판매가 급격히 위축된 아사히 맥주는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산토리 가쿠빈의 인기는 노재팬도 막지 못했다”며 “홈술족 사이에서 산토리 가쿠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자카야 점주들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위스키 품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스키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코틀랜드의 5개 주요 위스키 생산지역에 있는 양조장 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아졌다”며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의 주류 판매점 더위스키익스체인지의 창업주 수킨더 싱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위스키를 다시 찾고 있다”며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이 늘어나려면 수년의 세월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