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도 ESG 따진다…투자 지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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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는 ESG 전용 펀드에 적용할 ESG 벤처투자 표준지침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이다. 스타트업 투자에 ESG 기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투자사도 늘고 있다. 대기업들은 아예 펀드를 조성해 ESG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경ESG] ESG NOW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소홀한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의 투자를 받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을 마련하는 등 VC와 AC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하반기에 조성하는 167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에 적용할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을 공개했다. 전용 펀드에만 적용하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지침이긴 하지만,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VC 관계자는 “VC와 AC는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며 “스타트업의 ESG 경영 상황 점검 작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 공개
지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네거티브 스크리닝(부정 선별)’ 기준이다. 마약과 소형화기, 담배 등의 산업을 영위하거나 도박·성 윤리 위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투자 대상에서 빠진다. 탄소배출량이 월등히 높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인권유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산업도 제외된다.
다음 단계는 투자사들이 설치한 투자 심의 기구가 주도하는 ESG 실사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및 산업 특성을 고려한 ESG 점검표에 따라 점수를 부과한다.
환경(E) 분야에서는 ▲전력·용수 사용량 증감 ▲폐기물 재활용 상황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여부 등을 점검한다. 사회(S) 분야는 ‘체크 포인트’가 다양하다. 근로자에 대한 처우와 고객 정보 보호 관리 시스템, 지역사회 기여 활동 여부 등의 영역을 꼼꼼히 살핀다.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회사 정보의 주주 공개 수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선제적으로 ESG 기준을 도입하는 투자사도 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최근 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사회 혁신 기술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했다. 유엔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를 스타트업에 알맞게 재구성한 기준을 마련해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과 운영 방향성이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사업의 성장성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ESG 반영하는 투자사들
또 ‘임팩트 블루프린트’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해 투자 이후 각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 핵심 지표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며 발전하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기업의 사업 내용이 환경·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있다. 투자심의위는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다. 평가 모형은 유엔 SDGs를 준용해 개발했다. 기업의 사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회사의 투자 철학인 ‘지속 가능한 시장과 더 나은 미래’와 부합하는 정도를 점수화한 뒤 이를 등급 체계로 만드는 것이 평가 모형의 주요 골자다.
TS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투자 기업에 적용되는 ESG 운영 규정을 제정했다. 45가지 세부 규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ESG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ESG 벤처투자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투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민간 주도 벤처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해 벤처투자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아예 ESG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SG 경영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올해 초 400억원 규모의 ESG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특정 산업군 내 대표 기업이 협업한 국내 첫 사례다. 통신 3사가 각각 100억원을 출자했다. 펀드 운영사인 KB인베스트먼트 역시 100억원을 내놨다.
대기업, ESG 스타트업 투자 펀드 조성
이 펀드는 탄소저감 등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에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각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스타트업 펀드를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투자 여부는 3사 대표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가 결정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ESG 혁신기술을 함께 발굴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통신사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한층 더 체계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난해 8월 ICT업계 최초로 2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ESG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는 스타트업이 지원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액터스’와 시각장애인용 점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센시’, 어린이 대상 메타버스 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마블러스’ 등이 각각 3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제조업체 중에선 LG화학이 스타트업 펀드 조성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신한은행과 1000억원 규모의 ‘ESG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9월엔 롯데케미칼이 500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를 만들었다.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친환경 전략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진원 한국경제 기자 jin1@hankyung.com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하반기에 조성하는 167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에 적용할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을 공개했다. 전용 펀드에만 적용하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지침이긴 하지만,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VC 관계자는 “VC와 AC는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며 “스타트업의 ESG 경영 상황 점검 작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 공개
지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네거티브 스크리닝(부정 선별)’ 기준이다. 마약과 소형화기, 담배 등의 산업을 영위하거나 도박·성 윤리 위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투자 대상에서 빠진다. 탄소배출량이 월등히 높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인권유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산업도 제외된다.
다음 단계는 투자사들이 설치한 투자 심의 기구가 주도하는 ESG 실사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및 산업 특성을 고려한 ESG 점검표에 따라 점수를 부과한다.
환경(E) 분야에서는 ▲전력·용수 사용량 증감 ▲폐기물 재활용 상황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여부 등을 점검한다. 사회(S) 분야는 ‘체크 포인트’가 다양하다. 근로자에 대한 처우와 고객 정보 보호 관리 시스템, 지역사회 기여 활동 여부 등의 영역을 꼼꼼히 살핀다.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회사 정보의 주주 공개 수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선제적으로 ESG 기준을 도입하는 투자사도 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최근 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사회 혁신 기술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했다. 유엔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를 스타트업에 알맞게 재구성한 기준을 마련해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과 운영 방향성이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사업의 성장성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ESG 반영하는 투자사들
또 ‘임팩트 블루프린트’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해 투자 이후 각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 핵심 지표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며 발전하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기업의 사업 내용이 환경·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있다. 투자심의위는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다. 평가 모형은 유엔 SDGs를 준용해 개발했다. 기업의 사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회사의 투자 철학인 ‘지속 가능한 시장과 더 나은 미래’와 부합하는 정도를 점수화한 뒤 이를 등급 체계로 만드는 것이 평가 모형의 주요 골자다.
TS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투자 기업에 적용되는 ESG 운영 규정을 제정했다. 45가지 세부 규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ESG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ESG 벤처투자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투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민간 주도 벤처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해 벤처투자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아예 ESG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SG 경영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올해 초 400억원 규모의 ESG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특정 산업군 내 대표 기업이 협업한 국내 첫 사례다. 통신 3사가 각각 100억원을 출자했다. 펀드 운영사인 KB인베스트먼트 역시 100억원을 내놨다.
대기업, ESG 스타트업 투자 펀드 조성
이 펀드는 탄소저감 등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에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각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스타트업 펀드를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투자 여부는 3사 대표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가 결정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ESG 혁신기술을 함께 발굴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통신사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한층 더 체계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난해 8월 ICT업계 최초로 2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ESG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는 스타트업이 지원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액터스’와 시각장애인용 점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센시’, 어린이 대상 메타버스 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마블러스’ 등이 각각 3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제조업체 중에선 LG화학이 스타트업 펀드 조성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신한은행과 1000억원 규모의 ‘ESG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9월엔 롯데케미칼이 500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를 만들었다.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친환경 전략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진원 한국경제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