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단백질의 미래, 맑음인가 흐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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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단백질은 식량위기를 해결할 기술로 꼽힌다. 육류 및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 기술 및 생산품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 시장의 22%를 차지할 만큼 전망이 좋은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인플레이션 영향 등으로 인해 성장이 주춤하는 추세다. 성장 전망 확보를 위해 여러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다
[한경ESG] 글로벌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지난 7월 ‘육류를 대신할 대체 단백질에 대한 투자가 다른 녹색 투자보다 기후변화를 훨씬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 및 유제품 대체 생산에 대한 투자는 탄소배출을 1달러당 녹색 시멘트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 3배, 친환경 건물에 대한 투자보다 7배 많이 줄일 수 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대체 단백질 즉 대체육은 2035년까지 전체 단백질 소비의 11%를 차지할 것이며, 이후 기술, 투자자 및 규제 기관의 도움을 받아 세계시장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급성장…동물성 고기 판매 추월도
보고서에는 영국과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UAE 등의 소비자 3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포함됐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대체 단백질을 섭취하는 주요 동기로 ‘건강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30%는 ‘대체 단백질 식품이 기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식단을 대체 단백질로 완전히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90%는 ‘시도한 대체 단백질 제품 중 일부는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지난 8월 SK 최태원 회장이 미국을 방문하던 중 연어초밥을 시식하면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연어초밥의 연어는 인공적으로 세포를 배양해 만든 것이다. 대체 단백질이 이제는 가축에서 해산물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연어를 배양한 회사는 미국의 스타트업 와일드타입이다. 2016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해 2019년 시식회를 열었고, 2021년 최초의 시범 생산공장을 세웠다. 같은 해에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와일드타입의 연어초밥이 전시되기도 했다.
와일드타입의 연어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면서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배양한 연어는 유해 물질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국의 굿미트는 지난 5월 배양육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배양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굿미트는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 닭고기와 쇠고기를 1년에 1만3000톤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세포배양기로 고기를 키울 경우 가축을 도살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 170여 개 업체가 배양육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규제 승인을 받아 대중에게 제품을 판매한 업체는 굿미트가 유일하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바이오베터는 동물 세포를 키우는 물질인 인슐린과 트랜스페린(transferrin)이 만들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담배로 해결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오베터는 유전자 서열을 담배 세포에 주입해 담배 세포가 인슐린과 트랜스페린을 생산하게 만든다고 한다. 바이오베터는 담배 식물을 대규모로 경작해 채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미디어 <유럽연합 스타트업스(EU Startups)>는 지난 3월 유럽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스타트업을 조사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중 사모펀드인 월드펀드는 대체 단백질 분야에서 주목하는 스타트업으로 슬로베니아의 쥬시마블스를 꼽았다.
쥬시마블스는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데, 도살된 소고기와 견줄 만한 육즙과 부드러움을 목표로 외관도 소고기와 거의 동일하게 생산하는 점이 특징이다. 맛과 미관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에는 부족한 현재 식물성 고기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대체 단백질 시장에 최근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2020년만 해도 미국의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대비 45% 급성장했고, 2021년에는 미국에서 식물성 대체육이 동물성 고기의 판매를 능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BCG의 조사 결과,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1년 50억 달러(약 6조7100억원)로 급증하기도 했다.
임팩트 투자사 블루 호라이즌의 비욘 비테 대표는 “2035년까지 대체 단백질의 시장 침투율이 11%에 도달하면 항공 부문의 95%를 탈탄소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며 주변의 영향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직격탄…육류세 도입 주장도
하지만 시장은 2022년을 맞아 성장세가 꺾이는 추세다. 시장조사 기업인 스핀스(SPINS)는 “식물성 대체육 판매가 올해 0.6% 감소했다”고 밝혔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가 비욘드 미트와 함께 개발한 식물성 버거 ‘맥플랜트’의 판매를 종료한 것이다. 대표적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는 지난 2분기 971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고점 대비 80%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대체육의 판매 부진에는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대체육은 일반 고기보다 비싼데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선호가 일반 육류로 돌아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육류에 세금을 부과해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제안도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캐머런 헵번 교수는 논문에서 “육류세가 올바르게 시행된다면 농업의 탈탄소화에 대한 압박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육류 및 동물성 식품 판매에 세금을 부과하면 대부분의 저소득층이 이전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육류세 외에 육류 생산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슈퍼마켓과 식당에서 제공하는 고기 제품을 더 작게 만들거나 눈에 띄지 않게 진열하는 방법, 사료 첨가제를 이용해 메탄 배출을 줄이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료 첨가제의 경우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지만, 젖소에게 이 사료를 먹일 경우 젖소 한 세대당 배출량을 17%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표 임팩트온 에디터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 및 유제품 대체 생산에 대한 투자는 탄소배출을 1달러당 녹색 시멘트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 3배, 친환경 건물에 대한 투자보다 7배 많이 줄일 수 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대체 단백질 즉 대체육은 2035년까지 전체 단백질 소비의 11%를 차지할 것이며, 이후 기술, 투자자 및 규제 기관의 도움을 받아 세계시장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급성장…동물성 고기 판매 추월도
보고서에는 영국과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UAE 등의 소비자 3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포함됐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대체 단백질을 섭취하는 주요 동기로 ‘건강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30%는 ‘대체 단백질 식품이 기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식단을 대체 단백질로 완전히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90%는 ‘시도한 대체 단백질 제품 중 일부는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지난 8월 SK 최태원 회장이 미국을 방문하던 중 연어초밥을 시식하면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연어초밥의 연어는 인공적으로 세포를 배양해 만든 것이다. 대체 단백질이 이제는 가축에서 해산물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연어를 배양한 회사는 미국의 스타트업 와일드타입이다. 2016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해 2019년 시식회를 열었고, 2021년 최초의 시범 생산공장을 세웠다. 같은 해에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와일드타입의 연어초밥이 전시되기도 했다.
와일드타입의 연어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면서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배양한 연어는 유해 물질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국의 굿미트는 지난 5월 배양육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배양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굿미트는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 닭고기와 쇠고기를 1년에 1만3000톤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세포배양기로 고기를 키울 경우 가축을 도살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 170여 개 업체가 배양육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규제 승인을 받아 대중에게 제품을 판매한 업체는 굿미트가 유일하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바이오베터는 동물 세포를 키우는 물질인 인슐린과 트랜스페린(transferrin)이 만들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담배로 해결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오베터는 유전자 서열을 담배 세포에 주입해 담배 세포가 인슐린과 트랜스페린을 생산하게 만든다고 한다. 바이오베터는 담배 식물을 대규모로 경작해 채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미디어 <유럽연합 스타트업스(EU Startups)>는 지난 3월 유럽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스타트업을 조사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중 사모펀드인 월드펀드는 대체 단백질 분야에서 주목하는 스타트업으로 슬로베니아의 쥬시마블스를 꼽았다.
쥬시마블스는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데, 도살된 소고기와 견줄 만한 육즙과 부드러움을 목표로 외관도 소고기와 거의 동일하게 생산하는 점이 특징이다. 맛과 미관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에는 부족한 현재 식물성 고기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대체 단백질 시장에 최근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2020년만 해도 미국의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대비 45% 급성장했고, 2021년에는 미국에서 식물성 대체육이 동물성 고기의 판매를 능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BCG의 조사 결과,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1년 50억 달러(약 6조7100억원)로 급증하기도 했다.
임팩트 투자사 블루 호라이즌의 비욘 비테 대표는 “2035년까지 대체 단백질의 시장 침투율이 11%에 도달하면 항공 부문의 95%를 탈탄소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며 주변의 영향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직격탄…육류세 도입 주장도
하지만 시장은 2022년을 맞아 성장세가 꺾이는 추세다. 시장조사 기업인 스핀스(SPINS)는 “식물성 대체육 판매가 올해 0.6% 감소했다”고 밝혔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가 비욘드 미트와 함께 개발한 식물성 버거 ‘맥플랜트’의 판매를 종료한 것이다. 대표적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는 지난 2분기 971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고점 대비 80%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대체육의 판매 부진에는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대체육은 일반 고기보다 비싼데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선호가 일반 육류로 돌아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육류에 세금을 부과해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제안도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캐머런 헵번 교수는 논문에서 “육류세가 올바르게 시행된다면 농업의 탈탄소화에 대한 압박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육류 및 동물성 식품 판매에 세금을 부과하면 대부분의 저소득층이 이전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육류세 외에 육류 생산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슈퍼마켓과 식당에서 제공하는 고기 제품을 더 작게 만들거나 눈에 띄지 않게 진열하는 방법, 사료 첨가제를 이용해 메탄 배출을 줄이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료 첨가제의 경우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지만, 젖소에게 이 사료를 먹일 경우 젖소 한 세대당 배출량을 17%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표 임팩트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