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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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달앱은 시쳇말로 동네북 신세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배달의민족(법인명 우아한형제들, 이하 배민)은 물을 금값으로 둔갑시켜 팔았던 봉이 김선달 취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년여 동안 적어도 밥 먹는 문제만큼은 해결해줬던 배달앱의 공(功)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공치사는 고사하고 최근엔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다.

배달 일상화의 시대, 배달은 공공재인가

배달앱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포장 주문 수수료 논란에서 엿볼 수 있다. 포장 주문이란 말 그대로 소비자가 배달앱으로 주문한 뒤, 제 발로 음식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갑론을박이 발생한 지점은 포장 주문에 수수료가 붙는 것이 합리적인가, 붙어야 한다면 누가 내야 하는가다.
"공(功)은 사라진 지 오래"…'봉이 김선달' 취급 받는 '배민'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배달앱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포장 주문도 일종의 ‘상품’이다. 모바일 앱에서 포장 주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됐는 지 등에 대한 고객관리도 해야 한다. 일반 배달 주문 상품처럼 식당주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데 비용이 들어가니 현재 무료인 수수료 정책을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수료를 내야 할 음식점주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포장 주문엔 배달이 빠져 있으므로 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의 이면엔 일종의 ‘군만두 심리’가 깔려 있다. 최소 6.8%의 배달 주문 수수료를 냈는데 포장 주문 정도는 공짜로 해줘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점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혜택은 누리지만 돈을 기꺼이 낼 이는 없다

배달앱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난마처럼 얽힌 사업 구조의 특성이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소비자, 음식점주, 배달 기사 등 제각각 이해관계가 다른 행위자들을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는 것이 배달 플랫폼의 숙명이자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사실상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컨대 배달 기사 부족으로 배달비가 오르면 소비자와 음식점주가 이를 분담해야 하는데 얼마씩을 내야 할 지에 대해선 제각각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두가 이득을 볼 것 같았던 엘도라도가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한 것은 사업자 간 무한경쟁을 벌인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에게 쿠폰을 남발하고, 배달비를 일부 대납해주는 등 ‘쩐(錢)의 전쟁’을 펼치면서 배달 시장의 행위자들이 ‘공짜 군만두’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없던 수수료를 부과하려 한다거나 수수료를 올리려고 할 때마다 벌떼같이 반발이 일어나는 이유다.

사실 배달 플랫폼 시장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의 간판 배달앱인 도어대시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목표 주가를 ‘0원’으로 책정했을 정도다. 1위 사업자인 배민은 지난해 2조8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영업손실은 756억원으로 전년(-112억원) 대비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짜 군만두'가 늘 가능하다고 호도하는 이들

본래 평범과 비범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배민의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던 것은 길바닥에 뿌려져 있던 전단지에서 배달 플랫폼을 생각해낸 찰나의 아이디어 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한 생각을 실제 사업으로 만들고 2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를 키워낸 고단한 노력이 그의 비범함이다.

한국의 배달앱 사업자들은 지방자치단체에다 시중 대형은행의 공세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다. 이들은 배달 중개를 공짜 점심처럼 제공할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한다. 배달을 공공 인프라처럼 호도하는 셈인데, 한번 되묻고 싶다. 세금을, 고객 예금을 배달앱 유지비에 투입할 자신이 있나?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