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3억 빼서 몰빵"…3년 만에 강남 입성한 주부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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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부동산 ① 서울 아파트
5년 수익률 테슬라 831% vs 압구정현대 126%
3년 전 테슬라에 3억 투자…양도세 내도 40억
2030 "내 집 마련, 머스크 믿고 '테슬라 저축'"
"주가 변동성 못 견디면 필패, 장기로 봐야"
5년 수익률 테슬라 831% vs 압구정현대 126%
3년 전 테슬라에 3억 투자…양도세 내도 40억
2030 "내 집 마련, 머스크 믿고 '테슬라 저축'"
"주가 변동성 못 견디면 필패, 장기로 봐야"
“취업해서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나는 어느새 ‘벼락 거지’가 됐다. 테슬라 투자에 ‘올인’한 이유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슬라 투자에 열광하는 한국인을 조명한 블룸버그통신의 기사가 세간의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테슬라 전체 주식의 1.6%에 해당하는 150억달러(약 19조6000억원)어치를 보유했습니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지분은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 블랙록, 캐피털그룹 등에 이어 7위입니다.
블룸버그는 서학개미의 투자 이유에도 주목했습니다. 한국의 빈부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박탈감을 느낀 20~30대 젊은 층이 테슬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 사는 40대 여성 박 모씨는 “직장인 월급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남편과 상의해 월셋집으로 이사했고 23만달러(약 3억1000만원)를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남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손 모씨도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월급의 절반을 ‘세기의 혁신가’ 머스크에게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비슷합니다. 내 집 마련 자금을 불리겠다는 것입니다.
일반 대중들의 테슬라 투자는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졌던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기 시작합니다. 3월 나스닥지수는 6860을 저점으로 이듬해 11월 1만6000선을 돌파하며 ‘폭풍 랠리’를 펼쳤습니다. 테슬라는 이 코로나 랠리의 대장주였습니다. 이 전기차 기업은 단숨에 미국 시가총액 5위에 등극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부자에 오릅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1976년 입주한 현대 1, 2차부터 1987년 14차까지 총 6335세대 중대형 평형의 단지입니다. ‘압구정현대’는 민간 건설사가 지었다는 브랜드 프리미엄, 강남이라는 일자리 프리미엄, 한강 조망 프리미엄 등을 가진 가장 비싼 아파트로 명성을 누려왔습니다. 올해 입주 47년 차로 재건축 대상이기도 합니다. 압구정현대 1, 2차 42평형(전용 131㎡)은 지난 6월 47억6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년 수익률 56% △3년 71% △5년 126% △10년 244%에 달합니다. 실거래가 그래프를 보면 큰 부침 없이 우상향했습니다.
집값 상승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20~30대 젊은 층에 테슬라는 또 다른 ‘부의 사다리’로 비쳤습니다. 테슬라는 입소문에 기대는 밈(Meme)주식과 달리 ‘실체가 있는’ 글로벌 전기차 1위 회사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암호화폐보다 안전해 보이고, 국내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3년 전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면 무려 15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박 씨가 3년 전 서울집 전세금 3억원을 빼서 테슬라에 26만달러(당시 환율 1달러 1155원) ‘베팅’했다면 2022년 6월 390만달러로 불어났을 것입니다. 원‧달러 환차익까지 계산하면 수익은 더 커집니다. 이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면 50억7000만원(1달러 1300원 기준)을 확보하게 됩니다. 해외주식 수익의 22% 양도소득세를 내더라도 총 40억원이 남습니다. 박 씨가 남편에게 주식을 미리 증여(최대 6억원)했다면 양도세를 대폭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 돈이면 강남을 포함해 서울 웬만한 지역 아파트는 등기치고 ‘입성’이 가능합니다.
주식과 부동산의 직접적인 수익률 비교가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따를 수 있습니다. 위의 분석은 과거의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가정'입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매우 큰 투자상품입니다. 진입장벽이 낮고 언제든지 사고파는 게 수월합니다. 따라서 장기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억대의 큰 금액을 보통 수년간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상대적 수익률은 낮아도 초기 베팅하는 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의 성향과 안목, 그리고 인내에 달린 문제입니다.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지난 24일(현지시간) 테슬라 투자에 열광하는 한국인을 조명한 블룸버그통신의 기사가 세간의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테슬라 전체 주식의 1.6%에 해당하는 150억달러(약 19조6000억원)어치를 보유했습니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지분은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 블랙록, 캐피털그룹 등에 이어 7위입니다.
“집 사려고 테슬라 투자한다”
테슬라는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이 사랑하는 주식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의 ‘거래 가능한 주식’ 약 46%를 비기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학 개미는 이 중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블룸버그는 서학개미의 투자 이유에도 주목했습니다. 한국의 빈부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박탈감을 느낀 20~30대 젊은 층이 테슬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 사는 40대 여성 박 모씨는 “직장인 월급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남편과 상의해 월셋집으로 이사했고 23만달러(약 3억1000만원)를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남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손 모씨도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월급의 절반을 ‘세기의 혁신가’ 머스크에게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비슷합니다. 내 집 마련 자금을 불리겠다는 것입니다.
3년, 5년을 봐도 경이로운 수익률
주식 투자로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테슬라 주식의 쏠림 현상이 생긴 걸까요. 바로 테슬라 주가가 몇 년 사이 가파른 상승을 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6월 말 기준(6월 30일 종가 224.47달러‧3대 1 분할 후 가격 적용)으로 2년간 212% 올랐습니다. 주가에 부침은 있었지만, 장기투자 성적이 대체로 좋았습니다. 3년 투자했다면 15배(1407%), 5년 수익률 831%, 10년을 투자했다면 무려 100배가 넘는 1만660%의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5년 수익률은 20%에 불과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73%, 카카오 242%입니다. 한국에서 10년 전 언제 망할지 모를 외국 ‘적자기업’ 테슬라를 알아보고 베팅한 개인투자자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당시엔 미국주식 투자 자체가 생소했습니다. 국내 테슬라 투자진영의 좌장 격인 《레이어드의 미국 주식투자 원칙》의 저자 레이어드는 2016년 8월 3000달러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국내 테슬라 선구자들의 투자 기간은 5년 남짓으로 볼 수 있습니다.일반 대중들의 테슬라 투자는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졌던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기 시작합니다. 3월 나스닥지수는 6860을 저점으로 이듬해 11월 1만6000선을 돌파하며 ‘폭풍 랠리’를 펼쳤습니다. 테슬라는 이 코로나 랠리의 대장주였습니다. 이 전기차 기업은 단숨에 미국 시가총액 5위에 등극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부자에 오릅니다.
서울 집값은 어땠을까
그렇다면 서울 집값은 지난 5년간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 지역 각각 3곳의 ‘대장 아파트’ 시세를 추적해봤습니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국토부에 신고된 지난 6월 실거래가를 기준(부동산 앱 호갱노노 참조)으로 했고, 취득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의 세금 및 기타 경비는 계산에서 제외했습니다.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1976년 입주한 현대 1, 2차부터 1987년 14차까지 총 6335세대 중대형 평형의 단지입니다. ‘압구정현대’는 민간 건설사가 지었다는 브랜드 프리미엄, 강남이라는 일자리 프리미엄, 한강 조망 프리미엄 등을 가진 가장 비싼 아파트로 명성을 누려왔습니다. 올해 입주 47년 차로 재건축 대상이기도 합니다. 압구정현대 1, 2차 42평형(전용 131㎡)은 지난 6월 47억6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년 수익률 56% △3년 71% △5년 126% △10년 244%에 달합니다. 실거래가 그래프를 보면 큰 부침 없이 우상향했습니다.
압구정현대 5년 수익률 126%
정비사업이 활발한 서초구는 강남구보다 신축 아파트가 많습니다. 2016년 입주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강남권 신축의 대명사입니다. 이 아파트는 34평형(전용 84㎡)이 지난 4월 43억1000만원에 매매된 게 가장 최근 실거래입니다. △2년 수익률 43% △3년 54% △5년 105%입니다. 집값 상승률은 압구정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역시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송파구는 서울 25개 구 중 인구 규모가 최대입니다. 가장 비싼 지역은 잠실동입니다. ‘잠실 엘리트’로 불리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가 이 지역의 대장 단지입니다. 잠실 엘스 33평형(전용 85㎡)은 지난 6월 23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년 수익률 16% △3년 수익률 40% △5년 수익률 83% △10년 수익률 163%입니다.강북 집값 주도한 ‘마용성’
마포·용산·성동구는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북 집값을 이끈 트로이카입니다. 흔히 ‘마용성’이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앞서 강남 3구가 전통적인 부촌 이미지라면, 마용성은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입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는 마용성 시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를 재개발한 3885세대의 이 단지는 입주한 지 8년이 됐습니다. 그 사이 주변에 다른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섰지만 ‘마래푸’의 인지도를 넘진 못하고 있습니다. 마래푸는 지난 6월 34평형(전용 84㎡)이 18억2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년 수익률 17% △3년 40% △5년 107%입니다. 용산구엔 재건축 대상 단지가 많습니다. 한강맨션은 660세대로 1971년 입주한 아파트로 동부이촌동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입니다.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 후 지난해 사업시행 인가받았습니다. 지난 5월 31평형(전용 102㎡)이 40억원에 매매됐습니다. 집값 상승률은 지난 2년간 61%, △3년 70% △5년 143% △10년 233%입니다. 압구정현대에 버금가는 높은 수익률입니다. 성동구는 강남구의 바로 반대편에 있는 곳입니다. 강남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주거지입니다. 동호대교를 건너면 바로 압구정동이 있는 옥수동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목받았습니다. 옥수동의 대장 아파트는 2012년 입주한 래미안옥수리버젠입니다. 지난 4월 33평형(전용 85㎡)이 21억원에 매매됐습니다. 집값 상승률은 2년간 39% △3년 58% △5년 116%입니다.집 대신 테슬라 주식을 샀다면
서울 주요 지역 6곳의 아파트값을 비교해보면 지역별 상승률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용산 한강맨션(143%), 가장 덜 오른 곳은 잠실 엘스(85%)입니다. 5년 전 서울 어느 지역이든 집을 사뒀다면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입니다. 무주택자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이 5년 새 수억~수십억 원 올랐다는 얘기니까요.집값 상승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20~30대 젊은 층에 테슬라는 또 다른 ‘부의 사다리’로 비쳤습니다. 테슬라는 입소문에 기대는 밈(Meme)주식과 달리 ‘실체가 있는’ 글로벌 전기차 1위 회사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암호화폐보다 안전해 보이고, 국내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3년 전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면 무려 15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박 씨가 3년 전 서울집 전세금 3억원을 빼서 테슬라에 26만달러(당시 환율 1달러 1155원) ‘베팅’했다면 2022년 6월 390만달러로 불어났을 것입니다. 원‧달러 환차익까지 계산하면 수익은 더 커집니다. 이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면 50억7000만원(1달러 1300원 기준)을 확보하게 됩니다. 해외주식 수익의 22% 양도소득세를 내더라도 총 40억원이 남습니다. 박 씨가 남편에게 주식을 미리 증여(최대 6억원)했다면 양도세를 대폭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 돈이면 강남을 포함해 서울 웬만한 지역 아파트는 등기치고 ‘입성’이 가능합니다.
주식과 부동산의 직접적인 수익률 비교가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따를 수 있습니다. 위의 분석은 과거의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가정'입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매우 큰 투자상품입니다. 진입장벽이 낮고 언제든지 사고파는 게 수월합니다. 따라서 장기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억대의 큰 금액을 보통 수년간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상대적 수익률은 낮아도 초기 베팅하는 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의 성향과 안목, 그리고 인내에 달린 문제입니다.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