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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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 절대 권력기관이 있습니다. 어딘지 아세요?"

경제학계 원로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얼마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규제 개혁과 관련해 이같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답은 "기술 관련 행정기관"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특허청,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각종 검사연구소 등 기술 관련 검사하는 곳이 절대권력"이라며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르니까 실무자 마음대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무 사무관하고 과장이 '이거 이렇게 바꾸면 위험하다, 사고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하면 청장도, 대통령도 아무말 못한다"며 "그래서 관련 업계는 아무 저항을 못한다"고 했습니다.

김 원장은 "어떤 제약회사가 식약처에 대들다가 완전 망한 적이 있다"며 "아무리 좋은 진단시스템이 나와도 식약처 규정하고 안 맞으면 실무자가 '이거는 규정상 안된다'고 하고, 그러면 누구도 할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은 "검찰이나 기획재정부가 잘못하면 언론이 깔 수 있지만 기술 관련 기관들은 아무도 못 깐다"며 "그래서 절대권력"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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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염색 샴푸 모다모다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식약처는 모다모다 샴푸에 대해 의약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며 광고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어 이 샴푸에서 염색 능력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을 화장품에 쓸 수 없도록 금지하는 조치를 행정예고했습니다. 학계에선 샴푸 출시 4개월 만에 규제 조치를 예고한 식약처의 결정이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도 이 샴푸에 들어간 성분을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한 식약처에 재검토를 권고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경제계는 식약처 특허청 등 그동안 규제 개혁의 사각지대에 있던 기관들까지 변화에 동참하게 될 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2일 국내 제약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신약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얼마 전 언론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IP) 정책의 수요자인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IP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절대권력 기관' 수장들의 약속은 지켜질까요.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1호'로 꼽혔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 완화도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에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규제 개혁이야 말로 윤석열 정부의 역량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