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최대 도시 뮌헨에서 기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암베르크. 인구 4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세계 각국 기업인과 관료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전기·전자기업인 지멘스의 대표 스마트공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89년 축구장 1.5배 크기로 조성된 암베르크 공장은 디지털 대전환(DX)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지털 트윈이 최초로 적용됐다.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성지’로 꼽힌다.

지난 7일 찾은 암베르크 공장은 생산라인이라기보다는 대학 연구실을 떠올리게 했다.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꽃이나 자재가 이동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공장 자동화를 위한 핵심 부품인 프로그램로직제어기(PLC)를 생산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직원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공장과 똑같은 형태의 가상공장을 컴퓨터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현실을 분석·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암베르크 공장은 1700종이 넘는 다품종 제품을 연 1500만 개 생산한다. 초당 1개씩 제품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량품 발생률은 0.0001%에 불과하다. 생산기술 최고 책임자인 프랑크 블라이슈타이너 지멘스DI 이사는 “하루 5000만 개씩 축적되는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획기적인 생산량·품질 향상 및 생산기간 단축을 이뤘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을 비롯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앞세운 DX는 제품 생산성과 운영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과거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생산·소비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DX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IRS글로벌에 따르면 세계 DX 시장 규모는 작년 5214억달러(약 721조원)에서 연평균 19% 성장해 2026년 1조2475억달러(약 1725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DX를 재조명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기업의 DX 현장을 찾아가는 기획을 연재한다.

암베르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