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도 가공제품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오리온은 지난 9년간 ‘효율 경영’을 통해 제품가격을 동결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낵·파이류용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지난 7월 한국법인 영업이익이 전월 대비 감소하는 등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9년 가격동결' 오리온마저…초코파이·포카칩 인상
오리온은 15일부터 초코파이(가격 인상률 12.4%), 포카칩(12.3%), 꼬북칩(11.7%) 등 파이·스낵·비스킷류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린다.

편의점 판매가 기준으로 초코파이 1개(39g)는 400원에서 450원으로, 포카칩(66g)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꼬북칩(80g·1500원→1700원)과 예감(64g·1200원→1500원)도 개당 200~300원가량 인상된다. 오징어땅콩, 고래밥, 마이구미 등 나머지 44개 제품 가격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끝까지 버티던 오리온마저 가격을 올린 것을 두고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리온은 원재료 구입처를 다변화하고 식품 첨가물, 포장 부재료 등 원부재료를 세계 주요국 법인이 통합 구매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힘써왔다. 식품업계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영업이익률(올 상반기 기준 15.5%)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오리온 측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가 압박이 거세졌다”고 가격 인상 배경을 밝혔다.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 위주로 가격을 조정했다는 얘기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에는 감자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이 많은데, 냉동감자 수입단가가 최근 1년간 30% 이상 올랐고, 초코파이 등에 들어가는 유지류와 당류 가격도 1년 전보다 70%가량 급등했다”며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가격은 9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원부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할 경우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가 부담은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리온 한국법인의 7월 매출은 전달(6월)보다 1.5% 늘어난 758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8.6% 감소한 96억원에 그쳤다.

오리온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원(2.07%) 오른 9만8800원에 장을 마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오리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4%가량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