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의 주류 담당 MD인 이하림 매니저(왼쪽)와 김유미 매니저
GS리테일의 주류 담당 MD인 이하림 매니저(왼쪽)와 김유미 매니저
“편의점에 줄을 서서 위스키를 구매하는 고객들을 보고 뿌듯했습니다”

GS리테일의 주류 담당 MD인 이하림 매니저와 김유미 매니저는 ‘위스키 구매 줄을 세운 MD’로 유명하다. ‘편의점에서 위스키가 잘 팔릴까’라는 의구심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김유미 매니저는 음용기획팀 소속 와인/양주 MD로, 와인/양주 신상품을 도입하고 GS25, GS더프레시, 와인25플러스 등을 통해 행사를 기획한다. 이하림 매니저는 편의점 음용식품팀 소속 와인/양주 MD로, 오프라인 편의점 GS25에서 취급하는 와인/양주 상품을 운영하고 행사 기획 업무를 수행한다.

Q: 위스키 프로모션이 성공했는데

A: 회사에서 올해부터 뉴 콘셉트의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주류 강화 콘셉트 매장은 ‘플래닛(Planet)’이다. 플래닛 점포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던 중 MZ세대 위스키 오픈런 행사를 떠올렸다.

오픈런 대란템인 최고 인기 위스키 재고를 확보해 마케팅실과 협업하고 SNS홍보를 진행하면서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달 16일 7가지 희귀 위스키를 판매하는 ‘위-런(WHI-RUN)’ 행사를 진행했다. 상품은 발베니12년더블우드, 발베니12년아메리칸, 발베니14년캐리비언, 발베니15년싱글베럴, 글렌피딕12년, 러셀리저브싱글베럴, 잭다니엘싱글베럴 등이었다.

행사 당일, 판매 시작 시간(오전 10시)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국 18개 ‘플래닛(Planet)’ 점포에 줄을 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위스키 구매 오픈런 모습이 연출됐다. 전체 준비 물량(800병) 중 인기 상품인 발베니 4종과 러셀리저브싱글베럴 약 300병은 판매 1시간 만에 빠르게 완판됐다.

1차 위-런(WHI-RUN) 성공에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2차 위-런(WHI-RUN) 행사를 진행했는데 준비한 △달모어15년 △부나하벤12년 △히비키하모니 △야마자키12년 △글렌리벳15년 △아벨라워12년 등 총 6종의 준비된 수량 700병이 10분도 안 돼 완판됐다. 이 행사로 GS25 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었다.

Q: 다른 성과는

A: GS25 전주본점 주류 강화 플래그십 매장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전주본점의 취급 주류는 약 1000여종으로 전문적인 리커샵의 기능을 갖춘 특화 매장이며, 매출의 약 60%가 주류일 정도로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주류 강화 콘셉트 매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GS25는 지역별로 20여개의 주류 강화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중이다.

초저가 와인인 스윙시라즈(6700원) 행사도 성공 사례다. 소주를 주로 찾는 고객들이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와인 입문자를 확대한 점이 성과다. 실제로 행사 이후에 4050 이상 고객의 경우 스윙시라즈를 반복 구매하는 재구매율이 타 와인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스윙시라즈는 전년 GS25의 행사 와인 매출 대비 317% 신장했고 누적 판매량이 50만병에 달한다.

Q: 주류 소비 트렌드는

A: 코로나로 인해 고객의 주종 소비가 매우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전 싱글몰트의 인기보다, 코로나 이후 홈술, 혼술 트렌드로 인해 싱글몰트는 중장년 뿐만 아니라 MZ세대의 가치소비 대표 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

또한 소비시장이 과거에는 하이퍼 채널에서 와인을 구매하거나, 주류 전문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GS25 편의점에서 데일리로 즐기는 와인 소비가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내에서 가장 큰 주류스마트오더인 와인25플러스(앱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가까운 GS25에서 받는 시스템)와 1만6000여 GS25 플랫폼으로 인해 당사가 주류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00만원이 넘는 와인이나 각종 희귀 위스키 등이 잘 팔리며 희소성 있는 주류에 대해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세계적 주류사들이 한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GS리테일과 협업하고 있다.

편의점 와인/편의점 위스키라는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슈다. 편의점 채널은 저가, 저품질 와인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이달의 와인을 통해 슈퍼투스칸(필리프), 보르도(무똥까데), 미국 나파밸리(핸즈오브타임) 등 아이콘급 와인 판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위스키 또한 소용량 위스키보다 500㎖ 이상의 대용량 위스키 성장률이 더 높으며, 가성비 싱글몰트의 고객 소비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 위스키 구매 줄 세운 주류 전문 MD


Q: GS리테일 MD들은

A: MD의 역할이 기획과 운영으로 세분화 되어 본인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기획MD는 신상품 소싱, 도입을 위한 업무에 집중하고 운영MD는 기획MD가 도입한 상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잘 팔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MD 한명이 혼자서 신상품 도입을 고민하고, 1만6000여점에서 판매하는 행사 기획을 하며 고객이나 경영주로부터의 VOC를 해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등의 업무를 진행하면 업무 우선순위에 밀려 정작 중요한 상품, 마케팅 정책에 소홀해 질 수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현장 중심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파격적인 주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플래그십 점포에서 먼저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경우다. 전국 1만6000여 GS25 편의점으로 신상품이나 행사 확대가 가능한지를 미리 알아보고 불완전한 요소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실패 확률을 낮추고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

Q: 김유미 MD는 ‘술박’을 성공시켰는데

A: 2019년에 수박과 소주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왜 맛있고 재밌는 소주는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당시 주류 매출을 분석해보니, 2030은 과일향이 가미된 주류 선호도가 뚜렷했다. 과일향이 섞인 소주를 구매하는 40대 이상은 전체의 1.2%뿐이었지만 2030은 그 비율이 10.8%에 달했다.

편의점 주고객인 2030은 취하는 주류보다 맛있는 소주를 선호하며 상품에 담긴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즐기는 펀슈머라서, ‘맛있고 재미있는 소주’가 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협력업체 보해와 신상품 개발에 들어가 수박 특유의 달콤한 맛과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수박 착즙액과 알코올 비율을 수차례 조정했다.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는 직관적인 이름도 고민했다. 수박의 느낌은 살리면서 짧고 강렬한 ‘술박’으로 최종 결정했고, 병 라벨에 수박 디자인을 입혀 최종 상품을 확정했다.

2019년 6월 하절기 시즌 상품으로 출시된 술박은 출시와 동시에 과실주 매출 순위 1위에 올랐고 15만병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상품은 SNS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15만병이 2주 만에 매진됐다. 이후 GS25는 가맹 경영주와 고객 요청이 빗발쳐 추가 물량을 제작했고, 이듬해에는 ‘술박 시즌2’ 상품을 추가로 내놨다.

이 성공을 시작으로 GS리테일은 ‘전통주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꽃빛서리’, ‘밤빛머루’를 연이어 출시해 히트를 쳤다. 최근 ‘원소주스피릿’의 메가히트 사례도 ‘전통주 살리기’ 프로젝트의 시작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 Interviewer 한 마디

이하림 매니저와 김유미 매니저는 “‘이론적’으로 와인을 가장 잘 알고, 위스키를 잘 아는 MD보다는, 시장을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MD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소비자들이 맥주만큼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개발하고, 소주만큼 즐기는 위스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들이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맛있고 재미있는’ 와인과 위스키를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듯 싶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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