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밀당
에듀테크 스타트업 밀당
에듀테크 스타트업 밀당PT의 온라인 강의 완강률(결제한 강의를 끝까지 듣는 비율)은 90%에 달한다. 기존 인터넷 강의(10%)나 오프라인 학원(40%)보다 학습 목표를 끝까지 달성하는 학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오프라인 과외 교사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지능(AI) 학습관리 시스템을 적용한 게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린 비결이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지, 숙제는 제대로 했는지 ‘대면(對面)’으로 학습을 관리하는 것이 중시되는 과외 시장에서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존 시장의 장벽을 뛰어넘은 디지털 대전환(DX)의 성공 사례가 나온 것이다.
그래픽=김선우기자
그래픽=김선우기자

DX, 거대 아날로그 시장을 바꾸다

2020년 기준 13조6000억원 규모인 국내 초·중·고 사교육 시장에서 온라인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하지만 DX는 견고했던 오프라인 교육의 아성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

밀당PT는 오프라인 과외의 ‘관리 기능’과 인터넷 강의의 ‘가격 경쟁력’이란 장점을 결합한 초·중·고 내신 교육 서비스를 앞세워 학생들을 온라인 교육 시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전체 학습 시간의 약 89%를 실시간 학습 모니터링과 채점 등을 수행하는 AI에 맡긴 덕분에 실제 사람인 ‘온택트 선생님’은 학생을 동시에 8명까지 원격 관리할 수 있다. 2019년 상반기 출시한 이 서비스는 올 들어 월평균 1500명의 신규 회원을 확보하며 회원 수가 연내 2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박찬용 밀당 대표는 “13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 전체가 잠재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밀당PT의 사례처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DX는 의류·식품·주거 등 오프라인 시장이 탄탄히 형성된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DX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그동안 디지털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거대 아날로그 시장을 재편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유통시장의 변혁을 이끌었던 쿠팡, 마켓컬리나 금융시장에 변화를 준 토스가 대표적이다.

전형적 1차 산업인 농업도 DX를 거치면서 핵심 미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농업의 DX는 농기계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동은 지난 2월 서울 본사 5층에 629㎡(약 190평) 규모의 스마트팜 테스트 베드를 완공했다. 이 시설에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생육 레시피 개발에 활용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최적의 작물 재배 조건과 농기계를 추천해주고, 농작물의 수확 및 유통 정보까지 제공하는 스마트파밍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다.

보폭 넓히는 ‘중기 DX’

중소기업의 DX는 폭넓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종산업과의 융복합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와 의료기기를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선보이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3500억원 규모였던 안마의자 시장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신규 성장동력을 찾은 결과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질병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시연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안마의자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맞춤형 안경 브랜드인 브리즘은 사람 얼굴 데이터를 3차원(3D) 스캐닝으로 분석하고 신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작한 ‘맞춤형 티타늄 안경’을 선보였다.

공조기, 보안장치 등 건물 내 다양한 설비를 제어·점검·진단하는 스마트 빌딩 관리도 주목된다. 건물자산관리 전문회사 동우유니온은 건물 설비에서 얻은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저장 및 활용하는 스마트 빌딩 플랫폼을 보급하고 있다. 전국 5만 개 상업용 빌딩을 공략한다는 각오다.

가정을 직접 방문하던 전기 검침원도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원격검침시스템(AMI) 솔루션 기업 누리플렉스는 전기, 수도 등 생활에너지의 사용량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하는 원격 솔루션을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누적 기준 110만 가구에 AMI를 보급했다.

생산성 증대의 ‘선봉’

DX는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제조 시설을 구축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개별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제조 혁신’도 이끌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올 상반기 용인 스마트워크센터(SWC) 3층에 수납장의 크기를 1㎜ 단위로 맞춤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을 조성했다. 공정 간 물류 이동까지 자동화한 높은 수준의 스마트 제조 시설을 통해 맞춤형 가구 생산성을 크게 끌어 올렸다.

아주산업은 드론을 활용해 골재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야적된 골재의 높이를 측정해 재고량을 계산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한 덕분에 재고 오차가 1% 이내로 줄고, 재고 측정 횟수도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경진/안대규/강경주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