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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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여행 플래닝(planning)앱'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관련 서비스 이용자도 많아진 겁니다. 플래닝앱은 전통 여행사와 최근 등장한 온라인여행사(OTA)의 교집합에 포지셔닝한 앱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의 패키지 여행상품처럼 여행 일정을 정리해서 제공하면서도, 실제 구매는 야놀자·여기어때와 같이 숙박·항공권 등을 개별적으로 결제해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신생 플래닝앱의 사업 지속가능성은 양의 빅데이터 수집 능력과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의 수립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여다', 18만 건 이상 여행일정 제작…'트리플' 사용자는 700만명

20일 여행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관광벤처기업 스토리시티가 선보인 '여다'앱은 론칭 1년 만에 누적 제작 여행일정 18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이 앱은 이용자가 여행날짜, 인원, 출발지와 도착지 등을 선택하면 여행 루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다. 계획을 짜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여행일정을 받아본 고객 중 60% 이상이 다시 일정을 주문하는 등 재사용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비스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개인화'입니다. 이용자에 대한 취향 파악이 중요해 질문도 다소 구체적입니다. 여행에 동행하는 반려견의 수와 반려견 견종부터, 좋아하는 음식, 선호하는 주류,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활동 등을 묻습니다. 세세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여행상품의 특성 자체가 소비자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고관여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플래닝앱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건 '트리플'입니다.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해 비교적 '업력'이 길다는 평가를 받는 트리플은 리뷰를 비롯해 빅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있어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힙니다. 트리플에는 700만명 사용자가 작성한 100만 개 이상의 리뷰가 누적돼 같은 지역을 다녀온 여행자들의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트리플은 이들의 만족도 등을 토대로 다른 이용자에게 인기 코스를 추천해줍니다.

이 앱은 지난해 종합 여행 앱 중 가장 많은 사용된 앱으로 꼽혔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2021 모바일 앱 랜드스케이프’ 분석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트리플의 월간이용자수(MAU)는 37만8234명으로 종합여행사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 스카이스캐너(33만1717명), 인터파크투어(32만5379명), 마이리얼트립(19만명), 트립닷컴(16만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리플' 영업손실 130억…수익 모델 어쩌나

여행 플래닝앱이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여행 계획을 무료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만큼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트리플은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플래닝앱은 플랫폼 안에서 항공권, 숙박시설 등을 예약할 수 있도록 서버를 구축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쪽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에 광고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회원을 모은 뒤 다른 여행플랫폼에 매각하는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여행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래닝앱 이용자들은 앱 내에 올라와 있는 리뷰나 콘텐츠를 많이 본다"며 "하지만 광고가 많아질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적당히 몸집을 불려 매각하는 것을 아예 사업 목표로 삼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트리플 역시 야놀자의 자회사가 된 인터파크와 합병한 상태입니다.

하나투어는 맞춤형 상품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허브' 플랫폼을 지난해 론칭했습니다. 패키지와 자유여행 개별 장점을 접목한 형태입니다. 패키지여행에서 개별여행 폭을 넓히거나 개별여행 도중에도 일부 패키지 상품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해외여행 메뉴에서 원하는 지역을 선택하면 가격, 항공사, 호텔 등급, 투어 조건, 여행 구성원, 테마 등 본인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습니다.

수익을 내고 있는 독보적인 점유율의 국내 앱이 없다 보니 전통 여행사들도 기존 판매하던 패키지 상품에 '맞춤형 서비스'를 덧입혀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노랑풍선은 지난 6월 개별 단위의 여행객 대상 맞춤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온라인 여행사(OTA) 통합 플랫폼을 출시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항공권과 호텔, 투어, 액티비티, 렌터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예약하면 자동으로 할인됩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사용자 구매 정보, 검색 이력, 소비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OTA 오픈 후 노랑풍선 신규 가입자는 전월 동기 대비 50% 증가했으며, 방문자는 800% 불어났났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