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물건 팔아 돈 벌 생각 없었다…쿠팡의 기막힌 전략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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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도 유통사로 보이니?
트래픽 급격히 늘려 사업확대
트래픽 급격히 늘려 사업확대
▶안재광 기자
쿠팡 하면 적자 나는 회사의 대명사가 됐죠.
2010년 창업 한 뒤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 12년 간 쌓인 누적 적자가 6조원에 이릅니다.
안 망하고 버티는 게 신기할 정도죠. 쿠팡은 '고객 만족'을 위해서라면,
"적자 나도 전혀 상관 없다"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그랬죠.
고객 만족 하겠다고 전국 방방곡곡에 창고 지어서
반나절 만에 가져다 주는 로켓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거의 최저가로 물건을 팔면서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사업하는 이유가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잖아요.
기업들이 고객만족이네, 사업보국이네,
여러 거창한 이유를 말 하지만
속내는 결국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쿠팡은 매출과 이익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언제 이익 납니까 해도, 고객 만족.
매출 목표가 얼마입니까 해도, 고객 만족
오로지 '고객 만족'만 외치고 있죠. 누가 그러더라구요.
'고객 만족을 위해서 적자 내고 물건 낼거면,
아예 공짜로 주지 뭐하러 돈 받고 파냐'
밑지고 파는 장사를 이런 식으로 비꼬는 사업가도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어쨌든 너무 좋긴 한데,
사업 적으론 말도 안 되는 일을 쿠팡이 하고 있는 겁니다.
쿠팡은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렇게 하는 것인지.
대단한 기업의 만만한 성공 스토리,
대기만성's 이번 주제는 적자 내도 안 망하는 쿠팡 입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1위가 됐습니다.
다 아시죠. 로켓배송. 온라인 쇼핑은 배송이 늘 문제였는데,
쿠팡은 자기들이 직접 배송망을 구축해서
24시간 이내에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
물건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이거 하느라 쓴 돈이 7~8년 간 10조원에 달해요.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한 뒤에는 어떻게 했냐면.
밑지고 팔고 있죠. 쿠팡의 2021년 재무재표 입니다.
쿠팡은 미국 회사죠.
작년 매출이 164억달러였고, 손실이 15억달러쯤 했으니까,
영업이익률은 약 -9%였습니다.
쿠팡은 만원 짜리 물건을 팔 때,
대략 8000원에 떼 와서,
2900원에 로켓배송을 합니다.
그러니까 900원이 손해 입니다. 쿠팡 처럼 매출이 10조원을 넘긴 회사가
적자를 매년 내는 사례는 굉장히 드뭅니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나 이런 식으로 적자를 냅니다.
보통은 매출 규모가 커지면 고정비가 안정 되면서
이익을 늘려 나가는 게 정상입니다.
쿠팡도 마진 조금 더 붙이거나, 배송료를 별도로 받으면
이익을 못내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그냥 이렇게 밑지고 팔고 있습니다.
쿠팡이 착해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니고,
노리는 게 물론 있습니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 사업을 하니까,
대부분 쿠팡을 롯데, 신세계 같은 유통 회사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쿠팡은 유통 회사가 아니에요.
마진 붙여서 물건 파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쿠팡의 관심은 딱 하나인데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쿠팡 안으로 끌어 들여서
쿠팡에서 복작복작 사람들을 많이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이걸 조금 어렵게 말하면 '트래픽 사업'이라고 하는데요,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행위 자체를 사업화 한 것이죠.
이해하기 조금 쉽게, 다른 회사 예를 들어 볼게요. 카카오란 회사가 있습니다.
카카오톡 이란 메신저를 누구나 쓸 수 있게 했죠.
메신저를 정말 잘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했어요.
그 결과 이 메신저 안에 전국민이 들어가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비슷한데요,
친구 맺기를 해서 친구 소식을 쉽게 접하게 하고
여기에 사람들을 모은 것이죠.
네이버나 구글은 검색으로 유인을 했죠.
여기서 핵심은 카카오든, 페이스북든, 네이버든
기본 서비스에선 돈을 받거나, 이익을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쿠팡도 이 방식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편합니다. 쿠팡은 온라인 쇼핑이란 것을 통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이죠.
카카오가 카카오톡 개발하느라 돈 들었다고
이용료를 따로 받지 않듯이,
쿠팡도 쇼핑으로 사람들이 들어 왔다고
마진 챙겨서 이익 내지 않습니다.
쿠팡은 오로지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는 수단으로서
온라인 쇼핑을 활용한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기죠.
사람을 모이게 하면 뭐가 좋으냐.
당장 돈 버는 것도 아닌데.
돈 법니다. 아니, 돈 받습니다.
우선 기관 투자자들 돈이 따라 붙습니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이런 돈 굴리는 곳들이
투자 하겠다고 줄을 섭니다. 쿠팡도 그랬죠. 좀 센 '전주'가 붙었습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입니다.
비전펀드란 100조원 짜리 펀드를 통해서,
30억달러, 지금 환율로 하면 4조원 가량을 두 차례에 걸쳐 쏩니다. 쿠팡은 상장해서 또 한 차례 돈을 받습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지난해 상장해서
4조원이나 되는 돈을 한번에 조달 했습니다.
상장할 때 받은 돈은 빚도 아니고,
주식을 찍어서 준 것이니까
사실상 돈 그냥 받은 것이죠.
이렇게 투자 받는 게 끝이면 '해피엔딩' 안됩니다.
적자가 계속 나면 언젠가는 망하겠죠.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제 본격적으로 판을 벌입니다.
카카오를 다시 볼까요.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전국민을 모아놓고,
이후에 뭘 시도 했는지는 아시죠.
카카오뱅크로 은행 했고,
게임즈로 게임 했고,
모빌리티로 택시, 대리운전 했고,
커머스로 이미티콘, 선물하기 했고.
뭐 이런게 수 십가지 입니다. 페이스북도 비슷하죠.
페이스북은 사람들 모아 놓고 광고 판을 벌였습니다.
작년 한 해 페이스북이 광고로만 올린 매출이,
무려 1149억달러, 150조원이나 합니다.
이러니 신문, 방송이 다 죽어 나가죠.
페이스북은 고객들 데이터를 팔아서도 장사를 합니다.
네이버나 구글도 비슷하게
검색 이외에 광고, 쇼핑, 금융, 웹튠 등등을 합니다.
이렇게 트래픽 사업을 하면 확장할 꺼리가 엄청나게 많아 집니다.
쿠팡은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을 상대로
어떤 좌판을 깔았냐면,
우선 자기들 결제 시스템을 쓰게 했어요.
쿠페이란 것이데, 이건 쓰면 쿠팡에 수수료가 떨어집니다.
쿠팡에 입점해서 물건 파는 사업자들이 부담하죠.
쿠팡은 이 사업자를 상대로 대부업도 할 예정입니다.
돈 빌려주고 이자 받겠다는 겁니다. 음식배달도 하고 있죠. 쿠팡이츠.
쿠팡은 소비자도 많이 모을 수 있지만,
배송 일을 하는 분들도 모으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쿠팡플렉스 아시죠. 알바로 쿠팡에서 배달 하는 분들.
하루에 수 십 만명이 이 쿠팡플렉스 시스템에 등록 해서,
배송 알바를 뜁니다.
이 기술을 고스란히 활용해서, 배달 일을 하시는
라이더 분들을 모집해 / 점주에게 수수료를 받아 내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라고,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쿠팡와우 회원들에게 무료로 쓰게 하는데요,
나중에 잘 되면 이것도 따로 돈 받는다고 하겠죠.
쿠팡은 이런 식으로 사업을 계속 늘려 나갈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늘려 가다 보면, 쇼핑에선 이익을 못 내더라도,
다른 쪽에서 이익이 크게 나는 분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쿠팡이 롤 모델 삼고 있는 아마존도
쇼핑에선 거의 이익을 못 내고 있습니다.
아니 쿠팡 처럼 안 내고 있는 것일수도 있죠.
대신 아마존 웹 서비스라고,
서버를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돈을 받는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이익을 엄청 냅니다.
이것도 사업을 하게 된 게 조금 우연 인데요,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는
11월, 12월 두 달 간이 쇼핑 대목인데
이 때 사람들이 아마존에 너무 몰려서 서버가 자꾸 다운 되니까,
아마존이 서버를 엄청나게 늘려 놔서
이 사업을 하게 된겁니다.
클라우드란 것이 서버를 남에게 빌려 주는 것인데,
아마존은 연말 때 반짝 많이 필요하고,
평상시에는 서버가 남아 돌거든요. 이걸 빌려주고 돈 받는 거에요.
참고로 쿠팡도 아마존 서버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쿠팡에는 약점이 있죠.
검색의 네이버, 메신저의 카카오, SNS 페이스북.
이들의 점유율은 압도적입니다.
본업에서 시장을 압도 해야, 연관 사업으로 뻗어 나갈수 있죠.
쿠팡도 잘 하고 있기는 한데,
점유율이 이들 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쿠팡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약 21% 인데요,
그 뒤를 따르는 회사들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2위 네이버 점유율이 20%로 큰 차이가 없죠.
또 원래 1등이었다가 쿠팡에 뒤집힌 이베이가 있는데요.
여길 2021년 말에 신세계가 인수 했죠.
또 미국 아마존하고 손을 잡은 SK 그룹의 11번가도 있습니다.
이런 쟁쟁한 회사들을 따돌리고
쿠팡이 점유율을 30%, 40% 정도로 끌어 올려야
다른 걸 해도 파괴력이 생길 겁니다. 쿠팡이 왜 밑지고 파는 지 이제 조금 아실것 같습니다.
트래픽, 그러니까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작업은 당분간 계속 할 겁니다.
지금 처럼 마진 안 남기고 물건 팔아서
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야 하거든요. 다만 본격적으로 판 깔기 전에 적자가 너무 커져서
버티지 못하고 망할 수 있다는 게 우려인데요,
쿠팡도 요즘 이걸 의식 하는지,
신경도 안 썼던 적자 규모를 조금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료회원 로켓와우 회원가를 높였습니다.
기존에 2900원 했던 것을 4990원으로 올렸습니다.
와우 회원이 900만명 쯤 하는데요,
연간 2000억원 이상이 아무 노력도 없이 현금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또 조건 없이 해줬던 반품을 조금 까다롭게 해서
비용을 아끼려고 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이제껏 보였던 성장률을 앞으로 2~3년 간 이어가고,
그러면서 금융, 음식배달 같은 사업 확장을 잘 하면,
그 땐 정말 한국판 아마존이 나오는 것이겠죠.
아직 게임은 안 끝났습니다.
네이버 신세계가 갑자기 잘 할수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작 유통 1등 롯데는 뭐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쿠팡, 흑자 낼 때 까지 눈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촬영 김윤화·박지혜 PD
편집 박지혜 PD 디자인 이지영·이예주·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