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ESG’…데이터가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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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스토리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단편적인 사실이나 성과를 보여주는 것보다 설득력을 가진다.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가독성을 향상시키고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ESG 스토리의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국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기업 중 하나인 SK그룹의 행보에는 ‘스토리’가 있다. 한국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ESG 경영에 관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포스팅 건수를 조사한 결과(데이터앤리서치, 2021년 8월~2022년 7월) SK그룹이 6만7636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CEO 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난 8월에 열린 SK 이천포럼의 주제는 ‘SK의 ESG:스토리를 넘어 실천으로’ 였다.
단편적 정보에서 ‘ESG 스토리’로
ESG 경영은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경영의 중심에 둔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임직원, 협력사, 고객, 지역사회, 평가기관, 투자자 등 다양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에서 제시하는 7가지 사회책임경영 원칙 중 하나가 ‘설명 책임’이다. 이해관계자에게 조직의 ESG 경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사실이나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ESG 경영에 대한 노력과 활동, 성과에 대한 일정한 줄거리, 즉 스토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잊히지 않는 스토리에는 주인공, 사건·문제 발생, 해결 과정 등 네러티브의 흥미와 완결성을 보장하는 요소들이 있다. ESG 스토리를 구성할 때도 이해관계자에게 ESG 스토리의 진정성과 이해를 돕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홈페이지나 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활동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기업이 대부분 채택하는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스탠더드의 가이드를 참고할 수 있다. GRI 스탠더드는 조직이 선택한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필수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구성요소를 제시한다. 맥락(context)과 목표, 재무·비재무 성과에 대한 설명,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ESG 스토리 등이 필요조건이다.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 기법과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보고서의 충분조건으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유니레버 홈페이지 전면에는 유니레버가 만드는 제품 사진이 없다. 홈페이지 자체가 간결한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집이다. 홈페이지는 회사 소개와 지구, 사회라는 섹션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생활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구체적 활동과 성과는 상세 페이지를 클릭하도록 구성했다.
공유가치 창출에 내러티브를 더한다
기아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매거진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ESG 경영이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표지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대신 ‘매거진(Magazine)’ 타이틀을 붙였다. 매거진 이름은 ‘MOVE’였다. 기업의 연간 보고서와 비슷한 형식이거나 건조한 리포트 보고서 발간이 대부분이던 시절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형식이었다. MOVE 매거진에는 프로세스 매핑,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려한 생동감 있는 제품 사진, 이해관계자 인터뷰,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해왔다.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창출하는 비즈니스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가치 창출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스토리 형식을 도입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주인공과 서사가 있는 네러티브가 동원되지 않더라도 공유가치 창출 이슈에 ‘데이터로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형식을 넣어 보고서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우리 조직은 좋은 일을 하며 사회에 얼마를 공헌했습니다‘라는 메시지보다 ’우리 조직은 우리가 잘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창출했습니다. 그 실적은 이렇습니다’라는 줄거리가 설득력을 지닌다. ESG 성과를 함께 설명하는 기업활동 스토리는 기업이 투입한 자원뿐 아니라 인류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잘 알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풀무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풀무원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밸류 스토리로 설명한다. 이 중 동물복지 달걀 상품의 공유가치 창출 스토리를 보면, 풀무원이 왜 동물복지 달걀 상품을 기획했는지 사회적이슈와 연계해 설명하고, 동물복지가 좋은 이유, 여기서 창출되는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적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SK케미칼 자원순환 비즈니스의 공유가치 창출 스토리를 들 수 있다. SK케미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자원순환 비즈니스의 사회적 배경, 비즈니스와 연결된 이해관계자와 가치사슬, 비즈니스 기여도로서 매출 성과와 사회적가치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설명한다.
기업 역사를 ESG 스토리로 재해석
최근에는 ESG 스토리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홈페이지 밖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이 걸어온 연혁을 ESG 스토리로 재해석하고,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와 각종 SNS, 광고에 ESG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ESG 스토리로 소통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재무적 이익과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설명하고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게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스토리는 무기다. ESG 스토리는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가능케 하는 ESG 경영의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모든 ESG 스토리가 무기가 될 수는 없다. ESG 스토리가 기업과 브랜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오래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되기 위한 선결 조건이 있다. 비재무 성과인 ESG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축적하는 일이다. ESG 빅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ESG 스토리는 ESG 워싱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ESG 스토리는 브랜딩, 마케팅, 캠페인 영역과 만나 불특정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빠르게 확산된다. 이해관계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ESG 스토리가 있는 조직일수록 이해관계자에게 잊히지 않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욱 에코나인 대표
단편적 정보에서 ‘ESG 스토리’로
ESG 경영은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경영의 중심에 둔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임직원, 협력사, 고객, 지역사회, 평가기관, 투자자 등 다양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에서 제시하는 7가지 사회책임경영 원칙 중 하나가 ‘설명 책임’이다. 이해관계자에게 조직의 ESG 경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사실이나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ESG 경영에 대한 노력과 활동, 성과에 대한 일정한 줄거리, 즉 스토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잊히지 않는 스토리에는 주인공, 사건·문제 발생, 해결 과정 등 네러티브의 흥미와 완결성을 보장하는 요소들이 있다. ESG 스토리를 구성할 때도 이해관계자에게 ESG 스토리의 진정성과 이해를 돕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홈페이지나 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활동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기업이 대부분 채택하는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스탠더드의 가이드를 참고할 수 있다. GRI 스탠더드는 조직이 선택한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필수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구성요소를 제시한다. 맥락(context)과 목표, 재무·비재무 성과에 대한 설명,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ESG 스토리 등이 필요조건이다.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 기법과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보고서의 충분조건으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유니레버 홈페이지 전면에는 유니레버가 만드는 제품 사진이 없다. 홈페이지 자체가 간결한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집이다. 홈페이지는 회사 소개와 지구, 사회라는 섹션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생활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구체적 활동과 성과는 상세 페이지를 클릭하도록 구성했다.
공유가치 창출에 내러티브를 더한다
기아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매거진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ESG 경영이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표지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대신 ‘매거진(Magazine)’ 타이틀을 붙였다. 매거진 이름은 ‘MOVE’였다. 기업의 연간 보고서와 비슷한 형식이거나 건조한 리포트 보고서 발간이 대부분이던 시절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형식이었다. MOVE 매거진에는 프로세스 매핑,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려한 생동감 있는 제품 사진, 이해관계자 인터뷰,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해왔다.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창출하는 비즈니스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가치 창출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스토리 형식을 도입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주인공과 서사가 있는 네러티브가 동원되지 않더라도 공유가치 창출 이슈에 ‘데이터로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형식을 넣어 보고서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우리 조직은 좋은 일을 하며 사회에 얼마를 공헌했습니다‘라는 메시지보다 ’우리 조직은 우리가 잘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창출했습니다. 그 실적은 이렇습니다’라는 줄거리가 설득력을 지닌다. ESG 성과를 함께 설명하는 기업활동 스토리는 기업이 투입한 자원뿐 아니라 인류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잘 알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풀무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풀무원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밸류 스토리로 설명한다. 이 중 동물복지 달걀 상품의 공유가치 창출 스토리를 보면, 풀무원이 왜 동물복지 달걀 상품을 기획했는지 사회적이슈와 연계해 설명하고, 동물복지가 좋은 이유, 여기서 창출되는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적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SK케미칼 자원순환 비즈니스의 공유가치 창출 스토리를 들 수 있다. SK케미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자원순환 비즈니스의 사회적 배경, 비즈니스와 연결된 이해관계자와 가치사슬, 비즈니스 기여도로서 매출 성과와 사회적가치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설명한다.
기업 역사를 ESG 스토리로 재해석
최근에는 ESG 스토리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홈페이지 밖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이 걸어온 연혁을 ESG 스토리로 재해석하고,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와 각종 SNS, 광고에 ESG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ESG 스토리로 소통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재무적 이익과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설명하고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게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스토리는 무기다. ESG 스토리는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가능케 하는 ESG 경영의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모든 ESG 스토리가 무기가 될 수는 없다. ESG 스토리가 기업과 브랜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오래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되기 위한 선결 조건이 있다. 비재무 성과인 ESG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축적하는 일이다. ESG 빅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ESG 스토리는 ESG 워싱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ESG 스토리는 브랜딩, 마케팅, 캠페인 영역과 만나 불특정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빠르게 확산된다. 이해관계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ESG 스토리가 있는 조직일수록 이해관계자에게 잊히지 않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욱 에코나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