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충분하다는 정부, 사실일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월 15일 삼성전자가 마침내 RE100 가입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급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국가재생에너지 목표는 발전량 비중 기준 기존 30%에서 21.5%로 8.5% 줄어들 예정이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언론과 야당, ‘재생에너지는 충분하다’는 정부. 누구의 말이 맞을까
[한경ESG] 정책 인사이트
최근 RE100과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급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삼성전자는 수년간의 내부 검토 끝에 마침내 RE100 가입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되, 해외 사업장과 가전·휴대폰 등을 생산하는 DX부문은 2027년까지 우선적으로 100% 전환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을 2주가량 앞선 8월 30일, 산업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했다.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국가재생에너지 목표는 발전량 비중 기준 기존 30%에서 21.5%로 8.5% 줄어들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줄이겠다는 계획과 수요 증가 뉴스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부족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과 야당에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와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고, 재생에너지 담당 부처인 산업부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석 달 동안 이례적으로 많은 11차례의 RE100 관련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정부 “RE100 점진적 이행, 부족한 상황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언론과 야당, ‘재생에너지는 충분하다’는 정부. 누구의 말이 맞을까.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제도는 전기와 재생에너지 권리증거(예: REC, GO)를 누가, 어떻게 묶어 판매하는지에 따라 녹색요금제(국내: 녹색프리미엄제), PPA(국내: 제3자PPA·직접PPA), 인증서 별도 구매로 구분된다. 녹색프리미엄제를 통해 공급 가능한 물량은 국가재생에너지 목표에 연동된 RPS 의무량과 동일하며, PPA와 REC 직접구매 방법을 통한 공급 가능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먼저 재생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논리를 살펴보자. 2022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4TWh로 전망되며, 현재 23개 국내 RE100 기업의 국내 전력 사용량 합계는 43~44TWh다. RE100 기업은 목표를 점진적으로 이행하기에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은 충분한 상황이며, 향후에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국가 목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므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망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른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치는 132.3TWh로, 이 중 RE100에서 인정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제외해도 100TWh 이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연이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수요 전망에 대한 시각차와 공급에 대한 불안이다.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RE100 가입 기업과 비가입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는 가입 기업 수, 기업의 전력 사용량 그리고 목표 이행 시점의 변화 등이다. 23개 가입 기업 외에도 이미 1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 가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의 RE100 가입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100 기업의 전력 사용량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이 한국에 집중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전력 사용량 증가 속도는 해외에 비해서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30년 자사 국내 전력 사용량이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RE100 목표 이행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RE100에 앞서 가입한 해외 기업은 가입 이후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기업도 이러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보다 더 큰 문제는 RE100 가입과 무관한 기업의 수요 증가다.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기업 의무 공시에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즉 공급망과 고객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3500개 이상의 기업이 스코프 3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자발적으로 가입했다. 이는 향후 해외 대부분 기업이 애플처럼 국내 공급망 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 넷제로 선언과 금융 감독기관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 즉 투자 또는 대출을 제공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 목표에 포함하고 있으며, 금융 감독기관에서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기후 리스크 감독에 적용하는 흐름이다. 앞으로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요구 빈도와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향후 국내 모든 기업이 고객사, 금융기관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한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며,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국내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현실적인 대응 전략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수요 폭증…준비 서둘러야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실질적 수요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망을 크게 앞선다고 분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기업의 불안을 가중하는 요소는 재생에너지 목표치 하향과 그에 따른 지원 정책의 축소 우려다. 하향된 재생에너지 목표조차 달성 의지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재생에너지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고무적인 사실은 이제 기업과 시민사회, 진보와 보수 그리고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우리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다. 그리고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가 중심의 저렴한 에너지 공급과 이를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가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값싼 석유의 확보였다면,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값싼 ‘재생’에너지 확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맞춰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 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공급 계획과 지원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내 기업이 싼값에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리고 해외 기업도 국내에 유치하고 좋은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21세기 경제 전쟁의 승자를 가릴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을 접고 이기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을 2주가량 앞선 8월 30일, 산업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했다.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국가재생에너지 목표는 발전량 비중 기준 기존 30%에서 21.5%로 8.5% 줄어들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줄이겠다는 계획과 수요 증가 뉴스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부족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과 야당에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와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고, 재생에너지 담당 부처인 산업부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석 달 동안 이례적으로 많은 11차례의 RE100 관련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정부 “RE100 점진적 이행, 부족한 상황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언론과 야당, ‘재생에너지는 충분하다’는 정부. 누구의 말이 맞을까.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제도는 전기와 재생에너지 권리증거(예: REC, GO)를 누가, 어떻게 묶어 판매하는지에 따라 녹색요금제(국내: 녹색프리미엄제), PPA(국내: 제3자PPA·직접PPA), 인증서 별도 구매로 구분된다. 녹색프리미엄제를 통해 공급 가능한 물량은 국가재생에너지 목표에 연동된 RPS 의무량과 동일하며, PPA와 REC 직접구매 방법을 통한 공급 가능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먼저 재생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논리를 살펴보자. 2022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4TWh로 전망되며, 현재 23개 국내 RE100 기업의 국내 전력 사용량 합계는 43~44TWh다. RE100 기업은 목표를 점진적으로 이행하기에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은 충분한 상황이며, 향후에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국가 목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므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망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른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치는 132.3TWh로, 이 중 RE100에서 인정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제외해도 100TWh 이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연이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수요 전망에 대한 시각차와 공급에 대한 불안이다.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RE100 가입 기업과 비가입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는 가입 기업 수, 기업의 전력 사용량 그리고 목표 이행 시점의 변화 등이다. 23개 가입 기업 외에도 이미 1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 가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의 RE100 가입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100 기업의 전력 사용량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이 한국에 집중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전력 사용량 증가 속도는 해외에 비해서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30년 자사 국내 전력 사용량이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RE100 목표 이행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RE100에 앞서 가입한 해외 기업은 가입 이후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기업도 이러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보다 더 큰 문제는 RE100 가입과 무관한 기업의 수요 증가다.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기업 의무 공시에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즉 공급망과 고객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3500개 이상의 기업이 스코프 3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자발적으로 가입했다. 이는 향후 해외 대부분 기업이 애플처럼 국내 공급망 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 넷제로 선언과 금융 감독기관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 즉 투자 또는 대출을 제공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 목표에 포함하고 있으며, 금융 감독기관에서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기후 리스크 감독에 적용하는 흐름이다. 앞으로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요구 빈도와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향후 국내 모든 기업이 고객사, 금융기관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한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며,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국내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현실적인 대응 전략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수요 폭증…준비 서둘러야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실질적 수요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망을 크게 앞선다고 분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기업의 불안을 가중하는 요소는 재생에너지 목표치 하향과 그에 따른 지원 정책의 축소 우려다. 하향된 재생에너지 목표조차 달성 의지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재생에너지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고무적인 사실은 이제 기업과 시민사회, 진보와 보수 그리고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우리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다. 그리고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가 중심의 저렴한 에너지 공급과 이를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가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값싼 석유의 확보였다면,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값싼 ‘재생’에너지 확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맞춰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 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공급 계획과 지원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내 기업이 싼값에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리고 해외 기업도 국내에 유치하고 좋은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21세기 경제 전쟁의 승자를 가릴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을 접고 이기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