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前기재부 1차관 "우리 국민이 외국인보다 달러 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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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파는 외국인보더 더 맹렬한 기세"
금리 안 올린 일본과 통화 절하 수준 유사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 차이가 원인일수도
"당국이 달러 사재기 적절히 제한해야"
금리 안 올린 일본과 통화 절하 수준 유사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 차이가 원인일수도
"당국이 달러 사재기 적절히 제한해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내며 관가 ‘금융통’으로 불린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가 ‘강달러’에 베팅해 달러를 사재기하는 국내 기업 및 투자자들에 대해 “위기 때 금을 모으던 국민이 외국인보다 달러를 더 산다”고 일갈했다. 달러 사재기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외환당국도 비판했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9년 3월 이후 13년6개월만에 1400원대를 뚫은 데엔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매수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7441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고,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4년 809억 달러에서 8년만에 9배 가량 늘었다.
김 차관은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일본의 통화 가치 절하 수준이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를 국민들의 달러 사재기 정도에서 찾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3.25%로 3%포인트 올리는 동안 한국은 0.5%에서 2.5%로 2%포인트를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있다.
대외금리차는 일본이 훨씬 크지만 작년말 대비 이달 23일 종가로 보면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율은 24.5%, 원화는 18.5% 수준이다. 김 대표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때에는 당국이 외환 수급을 점검해보고 유출 요인을 최소화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할 때”라면서 “그런 비장한 인식과 움직임이 있어야 내국인도 당국의 방어 능력을 믿고 달러 사재기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이 치솟은 데엔 달러 사재기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은 외환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대표는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을 거친 대표적인 금융·경제 정책통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세계은행에서 5년간 선임 재무 전문가로서 재직해 국제금융에 대해서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을 끝으로 퇴직한 그는 현재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맡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26일 관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9년 3월 이후 13년6개월만에 1400원대를 뚫은 데엔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매수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7441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고,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4년 809억 달러에서 8년만에 9배 가량 늘었다.
김 차관은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일본의 통화 가치 절하 수준이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를 국민들의 달러 사재기 정도에서 찾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3.25%로 3%포인트 올리는 동안 한국은 0.5%에서 2.5%로 2%포인트를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있다.
대외금리차는 일본이 훨씬 크지만 작년말 대비 이달 23일 종가로 보면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율은 24.5%, 원화는 18.5% 수준이다. 김 대표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때에는 당국이 외환 수급을 점검해보고 유출 요인을 최소화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할 때”라면서 “그런 비장한 인식과 움직임이 있어야 내국인도 당국의 방어 능력을 믿고 달러 사재기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이 치솟은 데엔 달러 사재기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은 외환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대표는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을 거친 대표적인 금융·경제 정책통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세계은행에서 5년간 선임 재무 전문가로서 재직해 국제금융에 대해서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을 끝으로 퇴직한 그는 현재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맡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