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라 헤이거 美뚜레쥬르 음료스페셜리스트
2022년 미국 커피 칵테일 챔피언
"오징어게임 에미상 후 더 거세진 K-열풍"
김치고로케 등 한국식 빵과 음료 인기
뚜레쥬르LA매장, 스타벅스보다 매출 높아
알렉산드라 헤이거 CJ푸드빌 뚜레쥬르 미국법인 음료 스페셜리스트(34·사진)는 한식에 빠져있다. 푸른 색의 눈동자,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미국인이지만 한글에도 능숙하다. 3일 업무상 방한한 그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만났다.
그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시절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부터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처음 접했다. 2007년 방송됐던 '커피프린스 1호점'. 이 드라마는 그의 운명을 바꿨다.
한국에 무조건 가야겠다는 결심으로 2010년 울산에 영어강사 자리를 잡았다. 그때만해도 지인들은 그에게 '남한에 가는지, 북한에 가는지, 인터넷이 잘 터지는지'를 물을 정도로 한국에 문외한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하와이대에서도 고려대가 지원하는 한국어 과정을 밟으며 한글로 석사 논문을 썼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가 논문의 주요 분석 대상이었다.
한국 문화에 점점 빠져 든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커피를 사러 온 한국인들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런 그를 유심히 관찰해오던 CJ푸드빌이 2018년 그를 뚜레쥬르 미국법인에 스카웃했다.
헤이거 스페셜리스트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과 커피 두 분야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직장이어서 망설임없이 CJ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LA웨스트코스트 지역 뚜레쥬르 세리토스점은 323㎡(약 100평)규모, 70석 좌석을 확보한 대형 매장이다. 그는 "한 매장에 300종에 달하는 빵과 다양한 음료들이 갖춰진 것은 한국에선 익숙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에선 매우 놀란다"며 "김치고로케, 단팥빵, 마늘빵 등 한국식 빵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커피 등 음료도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헤이거 스페셜리스트는 말했다. 그는 "뚜레쥬르 매장에서 내려주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기 위해 60km가 넘게 떨어진 리버사이드에서부터 차를 몰고 오는 단골고객이 있을 정도"라며 "세리토스점의 하루 커피음료 매출이 바로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매출을 넘어 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달궈졌던 'K컬쳐', 'K푸드' 등 한국 열풍은 지난 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휩쓴 이후 더 거세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먹는 'K바베큐'가 현지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이젠 중국인들까지 이곳저곳에 한국식 삼겹살 식당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아버지가 학생들로부터 하도 이야기를 많이 전해듣다보니 오징어게임을 찾아 시청하기도 했다"며 "어머니는 한국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불고기덮밥을 정기적으로 사 먹는다"고 했다.
헤이거 스페셜리스트는 지난 4월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주최하는 미국 커피 챔피언십에서 커피칵테일부문 1등을 수상했다. 그는 "이제 미국에서 막 성장하고 있는 뚜레쥬르 브랜드와 한국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을 넘어 세계 커피 챔피언 1위를 해서 다시 인터뷰를 청하겠다"고 했다. CJ푸드빌은 LA,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등 주요 도시에서 79개 뚜레쥬르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미국 내 10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K푸드 열풍으로 농수산 식품 수출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농수산 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역대 최초로 100억 달러를 넘어 113억6000만달러(16조3700억원)를 달성했다. 올 1~6월수출액은 62억1000만 달러(8조9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