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쇼핑 즐기는 화려한 싱글?
2년 전보다 소비 13.4%P 줄고
저축 9.8%P 늘어 '짠테크 붐'
"보험 가입 필수" 인식도 늘어나
n잡러 절반, 생활고 때문 아닌
"시간 남아 부업…비상금 목적"
상위 10% 고소득자 '리치 싱글'
일반 1인 가구보다 '주식' 선호
1인 가구가 이른바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족으로서 고가 상품이나 여행에 돈을 지출할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저축을 늘리고 보험 가입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배달라이더 등 부업까지 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3일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드러난 싱글들의 생활 방식이다. KB금융은 25~59세 1인 가구 2200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해 보고서를 냈다. 국내 1인 가구는 지난해 7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가장 큰 비중(33.4%)을 차지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4인 이상 가구(400만 가구)의 1.8배에 이른다.
◆허리띠 조여 맨 1인 가구…부업도 나서
1인 가구의 월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44.1%에 달했다. 2년 전 같은 조사(34.3%)보다 9.8%포인트 높아졌다.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4.2%로 2년 전(57.6%)에 비해 13.4%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탓에 월소득 중 빚을 갚는 대출 상환 비중은 8.2%에서 11.7%로 2년 새 3.5%포인트 올라갔다.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보험 가입 비율은 88.7%로 2년 전(75.3%)보다 13.4%포인트 상승했다. ‘보험 가입은 필수’라는 인식도 같은 기간 51.6%에서 60.3%로 높아졌다. 가장 많이 보유한 보험은 실손의료보험(69.8%)과 질병보험(51.9%)이었다.
1인 가구의 42.0%는 부업을 하는 ‘n잡러’라고 답했다. 부업을 하는 이유는 ‘여윳돈이나 비상금 마련’(31.5%)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시간적 여유’(19.4%), ‘생활비 부족’(14.1%) 순이었다. 생활고 등 어쩔 수 없이 부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1인 가구=원룸’이라는 공식도 옛말이 됐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택은 아파트(36.2%)였다. 2년 전엔 연립·다세대주택(39.6%)이 아파트(33.0%)보다 많았다. 주택 규모도 85㎡ 초과 중·대형 비중이 2년 전(14.0%)보다 3.1%포인트 높아진 17.1%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거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혼자 사는 이유로는 비자발적 요인(82.7%)이 자발적 요인(61.4%)보다 많았다. 비자발적 요인은 ‘학교나 직장 때문에’(39.0%), ‘배우자를 만나지 못함’(2.1%) 등이 꼽혔다. 자발적 요인은 ‘혼자가 편해서’(45.6%), ‘독립을 원해서’(15.8%) 등이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비자발적 요인은 14.8%포인트 늘고 자발적 요인은 5.9%포인트 감소했다.
◆주식·ETF 투자 적극적인 ‘리치 싱글’
KB금융은 이번 조사에서 가구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30~49세 1인 가구를 ‘리치 싱글’로 분류하고 온라인 설문조사와 표적집단 심층면접(FGD)을 했다. 연소득 기준은 △30~34세 5000만원 △35~39세 6500만원 △40~44세 7000만원 △45~49세 7500만원 이상이다.리치 싱글은 일반 1인 가구보다 체계적으로 자산관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정해둔 재무 목표가 있다는 응답 비율이 47.9%로 일반 1인 가구(28.8%)보다 1.7배 많았다. 예·적금 외에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비율도 37.4%로 일반 1인 가구(25.1%)보다 1.5배 높았다. 리치 싱글의 월 저축액은 204만원으로 일반 1인 가구(82만원)에 비해 2.5배 많았다. 리치 싱글의 절반(52.4%) 이상은 5000만~3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리치 싱글 중 결혼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는 50.5%로 일반 1인 가구(41.0%)보다 많았다. 리치 싱글 중에서도 남성(62.6%)의 결혼 선호도가 여성(29.8%)보다 높았다.
리치 싱글들이 생각하는 노후 대비 자금은 12억5000만~15억5000만원이었다. 일반 1인 가구는 7억3000만~9억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리치 싱글(19.9%)과 일반 1인 가구(7.4%) 모두 필요 자금의 절반 이상이 준비된 비율은 20%에도 못 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