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는 따라 잡지 못한다"…'동박 1위' SKC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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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정읍공장 르포
롯데케미칼 언급한 박원철 SKC 사장
"한 두해 장비나 의지만으로
따라잡기는 기술적 격차 크다"
업계 1위 기술력으로 증설 속도
롯데케미칼 언급한 박원철 SKC 사장
"한 두해 장비나 의지만으로
따라잡기는 기술적 격차 크다"
업계 1위 기술력으로 증설 속도
"한두 해 만에 장비나 의지만으로 이 업(業)을 따라잡기는 기술적 격차가 상당합니다. 이 산업에서는 숨은 노하우가 많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전북 정읍시 SKC 자회사 SK넥실리스 공장. '동박 업계 1위' SKC의 박원철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롯데케미칼이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데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그의 발언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동박 시장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환영한다”며 “SKC는 업계를 리드하는 선두 업체로서, 격차를 유지해나가면서도 필요한 때 선의의 경쟁을 하며 책임있는 서플라이어(supplier·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술 격차가 큰 만큼 롯데케미칼과의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포부다.
SKC와 롯데케미칼은 동박 사업에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동박(銅箔)은 두께가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내외인 얇은 구리막을 뜻한다. 전기차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 전기저장장치(ESS)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다. 얇으면 얇을수록 더 가볍고, 더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22%)인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thinnest), 가장 길고(longest), 가장 넓은(widest) 동박을 생산해 삼성, LG, SK 등 국내 3사를 포함해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유수의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동박을 1.4m 광폭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6㎛ 두께 동박은 세계 최장인 77㎞까지 만들어낸다. SK에 인수된 2020년 이후부터 초고속 증설 작업에 매진해 왔다. 1996년 정읍에 1공장을 건설한 이후 2011년 2공장, 2017년 3공장을 만들었는데, 2020년부터는 매년 공장 1개씩을 증축해 현재 6공장까지 늘었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K배터리에 대한 직원들의 열정이 상당하다”며 “제가 (대표로) 있는 동안은 전 세계적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우리는 증설에 특화된 회사”라며 “해외에서 현재의 몇 배로 큰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는 것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작년 7월 착공),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올해 6월 착공)에 진출한 SK넥실리스는 북미 투자 지역을 4분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후보지는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각 지역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와 전력 비용, 인력 확보 상황, 고객사와의 거리 등 요소를 고려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조만간에 확정되면, 기존 증설 경험을 살려 조기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와 유럽을 넘어 북미까지 잇는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본사가 위치한 한국은 전략,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고부가 제품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
SK넥실리스의 해외 공장은 작년과 올해 차례로 조기 완공된 정읍 5·6공장을 토대로 건설된다. 기존 공장보다 생산성이 30~50% 개선된 신(新)공장이 11일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5공장 안에선 폐스크랩 등을 황산 용액에 녹인 전해액을 전지형 동박(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 핵심 소재)으로 만드는 대형 제박기 수십대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무게가 6~7t에 달하는 동박롤은 천장에 매달린 크레인에 실려 자동으로 분석실 내 지정된 위치로 옮겨졌다. 현장에 직원들은 너댓 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는 “사람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이 돼야 해외 증설 작업도 용이해진다”고 했다. 전체 면적 12만2452㎡에 달하는 정읍 공장의 연간 동박 생산량은 5만2000t이다. 전기차를 150만~200만대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해외 공장도 정읍 공장과 같은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는 2023년(3분기)에 10만2000t, 폴란드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4분기)에 15만2000t까지 동박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중 한 곳의 생산량을 2배 정도로 확대해 2025년까지 현재의 5배 수준인 25만2000t을 생산해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대표는 “북미 지역의 경우 최근 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증설 계획을 최대한 빨리 확정할 생각”이라며 “남·북 지역을 나눠 공장 2개를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업계 최초로 고객사의 제품에 최적화된 전용 라인을 구축해 투자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지난 11일 오후 전북 정읍시 SKC 자회사 SK넥실리스 공장. '동박 업계 1위' SKC의 박원철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롯데케미칼이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데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그의 발언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동박 시장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환영한다”며 “SKC는 업계를 리드하는 선두 업체로서, 격차를 유지해나가면서도 필요한 때 선의의 경쟁을 하며 책임있는 서플라이어(supplier·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술 격차가 큰 만큼 롯데케미칼과의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포부다.
SKC와 롯데케미칼은 동박 사업에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동박(銅箔)은 두께가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내외인 얇은 구리막을 뜻한다. 전기차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 전기저장장치(ESS)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다. 얇으면 얇을수록 더 가볍고, 더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22%)인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thinnest), 가장 길고(longest), 가장 넓은(widest) 동박을 생산해 삼성, LG, SK 등 국내 3사를 포함해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유수의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동박을 1.4m 광폭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6㎛ 두께 동박은 세계 최장인 77㎞까지 만들어낸다. SK에 인수된 2020년 이후부터 초고속 증설 작업에 매진해 왔다. 1996년 정읍에 1공장을 건설한 이후 2011년 2공장, 2017년 3공장을 만들었는데, 2020년부터는 매년 공장 1개씩을 증축해 현재 6공장까지 늘었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K배터리에 대한 직원들의 열정이 상당하다”며 “제가 (대표로) 있는 동안은 전 세계적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우리는 증설에 특화된 회사”라며 “해외에서 현재의 몇 배로 큰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는 것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작년 7월 착공),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올해 6월 착공)에 진출한 SK넥실리스는 북미 투자 지역을 4분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후보지는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각 지역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와 전력 비용, 인력 확보 상황, 고객사와의 거리 등 요소를 고려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조만간에 확정되면, 기존 증설 경험을 살려 조기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와 유럽을 넘어 북미까지 잇는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본사가 위치한 한국은 전략,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고부가 제품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
SK넥실리스의 해외 공장은 작년과 올해 차례로 조기 완공된 정읍 5·6공장을 토대로 건설된다. 기존 공장보다 생산성이 30~50% 개선된 신(新)공장이 11일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5공장 안에선 폐스크랩 등을 황산 용액에 녹인 전해액을 전지형 동박(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 핵심 소재)으로 만드는 대형 제박기 수십대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무게가 6~7t에 달하는 동박롤은 천장에 매달린 크레인에 실려 자동으로 분석실 내 지정된 위치로 옮겨졌다. 현장에 직원들은 너댓 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는 “사람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이 돼야 해외 증설 작업도 용이해진다”고 했다. 전체 면적 12만2452㎡에 달하는 정읍 공장의 연간 동박 생산량은 5만2000t이다. 전기차를 150만~200만대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해외 공장도 정읍 공장과 같은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는 2023년(3분기)에 10만2000t, 폴란드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4분기)에 15만2000t까지 동박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중 한 곳의 생산량을 2배 정도로 확대해 2025년까지 현재의 5배 수준인 25만2000t을 생산해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대표는 “북미 지역의 경우 최근 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증설 계획을 최대한 빨리 확정할 생각”이라며 “남·북 지역을 나눠 공장 2개를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업계 최초로 고객사의 제품에 최적화된 전용 라인을 구축해 투자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