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거지, 별점 테러, 고객 갑질…‘헤어질 결심’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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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의 경영학 특강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불량고객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의 경영학 특강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불량고객
2007년 미국 스프린트(Sprint)사는 1000여 명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를 통보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상은 이상한 행동을 보인 고객이다.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방해하는 고객, 상습적으로 직원을 모욕하는 고객, 해결된 문제에 대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 다른 고객 정보를 불법적으로 요구하는 고객 등이다. 이처럼 악의적으로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주위에 피해를 주는 고객을 불량고객이라고 부른다.
2013년 LA행 대한항공 A380기에서 발생한 사건도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비즈니스석 승객이던 P사 왕상무는 기내 주방 갤리에 난입해 들고 있던 책 모서리로 승무원의 눈두덩이를 내리찍었다. ‘라면이 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갖가지 트집을 잡으며 그가 받아낸 세 번째 라면에는 수프가 고작 반만 들어가 있었다.
미국 땅에서 그를 맞이한 건 FBI. “기내 승무원 폭행은 테러행위다. 입국 수속 후 구속 수사를 받아라. 아니면 입국을 포기하고 그냥 귀국하라.”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되돌아온 그는 보직해임을 당했다. 그리고 라면 봉지에 “매운 싸다구 맛과 개념 無첨가” 등 문구가 추가된 조롱 섞인 패러디물이 등장하며 널리 회자된다. 이 사건은 그동안 쉬쉬하던 불량고객 문제를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량고객을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블랙 컨슈머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블랙은 자칫하면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문제행동고객, SCC(special care customer), VIP고객, 스마일고객 등의 내부 용어를 사용한다.
불량고객은 직원, 고객, 기업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직원에게 정신적, 물리적, 정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고객의 위협적인 욕설이나 행동을 경험한 직원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사기가 급격히 저하된다. 불량고객에게 반복적으로 휘둘리게 되면 직원은 인격적인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한 고객센터 관리자에 의하며 불량고객들이 숫자로는 적지만 정성적으로는 전체 업무 부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B2B기업에서도 불량고객은 발생한다. 상생하는 파트너 관계가 아니라 갑(甲)과 을(乙) 관계로 보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 종종 발생한다. 예컨대 공개할 수 없는 기술적 자료를 요구하거나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제품 불량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심지어 리베이트, 향응 접대 등 불법적인 요구도 있다.
불량고객은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며 그들의 경험을 망칠 수 있다. 결국은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에게 피해가 간다. 게다가 그런 행동을 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을 통해 다른 고객이 모방할 수 있다. 불량 감자 하나가 다른 감자도 상하게 만드는 셈이다.
불량고객은 또한 기업에게 여러가지 비용을 유발한다. 실질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에서부터 스트레스 받은 직원들이 이직해 신규 채용해야 하는 비용 등이다. 최근에는 리뷰를 명목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며 협박을 하는 소위 리뷰 거지도 문제다. 고객 입장에서 주면 좋고 안 주면 말고가 아니다. 요구를 안 들어 주면 별점을 낮게 주고 악평을 남기는 것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별점 리뷰가 매출과 연관이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 주게 된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이런 별점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불량고객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신중하게 고객을 선별해야 한다. 불량고객을 가장 잘 처리하는 것은 예방하는 것이다. 기업은 좋은 직원을 선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못지않게, 바람직한 고객을 선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량고객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고객을 유치할 때 이런 특성을 가진 고객을 받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뮤추얼펀드 회사인 뱅가드 그룹은 인덱스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고객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회사의 철학에 부합하는 고객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명시하는 것이다.
둘째, 혹시 회사 내부에 ‘불량규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혹자는 ‘불량인 것은 고객이 아니라 회사의 규정이나 정책이다’고 말한다. 회사의 잘못된 규정이나 정책이 고객을 불량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량한 고객을 불량행동으로 유도하는 불합리한 규칙이나 제도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만약 회사 정책이 잘못되어서 고객이 그 정책을 악용하게 만들고 있다면 경영진과 이 문제를 공유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투명한 처리 절차를 확립하고 직원들에게 대응 매뉴얼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이 불량고객을 만났을 때 당황하거나 자칫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대응 매뉴얼은 불량고객의 유형, 응대시 주의사항, 응대 프로세스, 사후조치 가이드 등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많은 기업이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악성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보상을 하고 사태를 마무리 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이 불량고객에 대해 일단 입을 막는 식으로 대응하면 불량고객들을 양산하며 장기적으로 기업에 더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문제 발생 당시부터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처리하며 잘못을 공개하고 보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구에서 고함을 질러대고 욕을 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준다든지, 대기 순서를 변경시켜 준다든지 하는 경우 그 고객은 불량행동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 모 은행의 경우 아파트 단지의 현금자동지급기(ATM) 위생상태가 불량해 모기에 물렸다며 사은품을 보내 달라는 한 고객의 항의 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이 고객은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민원을 제기해 사은품을 받았던 것이 밝혀졌다.
넷째, 불량고객에게 적절하고 공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불량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 줄 수는 없다.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지만, 비굴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지, 아니면 마땅히 들어줘야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고객이 불량고객인지, 대응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원칙을 가지고 공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용하다. 때로는 강성 고객에 휘둘려 고통을 받다 보면 순간적으로 불편함을 벗어나기위해 예외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동일한 건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한 수많은 고객들이 해당 고객이 예외적인 대우를 받았음을 알게 되는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모든 고객을 공정하게 대해야 향후 발생할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여러 부서가 관련된 경우에는 서로 논의하며 불량고객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여러 매장이 있는 경우 각 매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취합해 본사 차원에서 고객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불량고객들에 의해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페널티를 주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고객에게도 고객으로서의 최소한 의무와 행동 지침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필자는 평소 ‘고객도 고객다워야 고객이지’라고 말한다. ‘좋은 고객이 좋은 직원과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고 믿고 있다. 무조건 고객의 권리만 강조하다 보니 소위 고객 갑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안타깝다. 직원에 대해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고객에게 행동지침을 알리며 협조를 부탁할 수 있다. 스노우폭스 코리아는 전 지점에 다음과 같은 공정서비스 권리선언을 게시하며 많은 고객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고객에 대한 교육은 기업이 주도하기 보다는 학교, 정부나 소비자 단체 등이 나서야 효과적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불량고객 문제를 공론화하고 경각심을 높여 불량고객의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불량고객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선량한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기업의 경쟁력을 낮춰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여섯째, 선량한 고객을 불량고객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물론 불량고객을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를 지닌 선량한 고객이 불량고객으로 취급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큰 실망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선량한 고객을 오해하고 잘못 대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때로는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물론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매출액 같은 이유 때문에 상대가 불량고객이라 해도 관계를 끝내지 못한다. 그래서 기업과 고객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계속하면서 서로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현저히 다르거나 고객이 기업이나 다른 고객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운전자나 호스트들이 고객을 평가하고 평점을 남길 수 있다. 여러 차례 나쁜 평가를 받은 고객은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비록 고객과 헤어질 결심을 했더라도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스프린트사의 경우 6개월간의 내부 심사를 통해 퇴출할 고객을 신중하게 결정했다. 그리고는 서비스 정지 한 달 이전에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 1개월 요금은 면제하고 조기 해지에 따른 벌금도 면제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 가입을 안내해주며 도와 주는 등 최대한 정중하게 진행했다.
살다 보면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도 복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불량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갑자기 김건모의 노래 두 곡이 떠오른다. ‘잘못된 만남.’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
2013년 LA행 대한항공 A380기에서 발생한 사건도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비즈니스석 승객이던 P사 왕상무는 기내 주방 갤리에 난입해 들고 있던 책 모서리로 승무원의 눈두덩이를 내리찍었다. ‘라면이 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갖가지 트집을 잡으며 그가 받아낸 세 번째 라면에는 수프가 고작 반만 들어가 있었다.
미국 땅에서 그를 맞이한 건 FBI. “기내 승무원 폭행은 테러행위다. 입국 수속 후 구속 수사를 받아라. 아니면 입국을 포기하고 그냥 귀국하라.”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되돌아온 그는 보직해임을 당했다. 그리고 라면 봉지에 “매운 싸다구 맛과 개념 無첨가” 등 문구가 추가된 조롱 섞인 패러디물이 등장하며 널리 회자된다. 이 사건은 그동안 쉬쉬하던 불량고객 문제를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량고객을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블랙 컨슈머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블랙은 자칫하면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문제행동고객, SCC(special care customer), VIP고객, 스마일고객 등의 내부 용어를 사용한다.
불량고객은 직원, 고객, 기업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직원에게 정신적, 물리적, 정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고객의 위협적인 욕설이나 행동을 경험한 직원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사기가 급격히 저하된다. 불량고객에게 반복적으로 휘둘리게 되면 직원은 인격적인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한 고객센터 관리자에 의하며 불량고객들이 숫자로는 적지만 정성적으로는 전체 업무 부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B2B기업에서도 불량고객은 발생한다. 상생하는 파트너 관계가 아니라 갑(甲)과 을(乙) 관계로 보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 종종 발생한다. 예컨대 공개할 수 없는 기술적 자료를 요구하거나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제품 불량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심지어 리베이트, 향응 접대 등 불법적인 요구도 있다.
불량고객은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며 그들의 경험을 망칠 수 있다. 결국은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에게 피해가 간다. 게다가 그런 행동을 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을 통해 다른 고객이 모방할 수 있다. 불량 감자 하나가 다른 감자도 상하게 만드는 셈이다.
불량고객은 또한 기업에게 여러가지 비용을 유발한다. 실질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에서부터 스트레스 받은 직원들이 이직해 신규 채용해야 하는 비용 등이다. 최근에는 리뷰를 명목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며 협박을 하는 소위 리뷰 거지도 문제다. 고객 입장에서 주면 좋고 안 주면 말고가 아니다. 요구를 안 들어 주면 별점을 낮게 주고 악평을 남기는 것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별점 리뷰가 매출과 연관이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 주게 된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이런 별점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불량고객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신중하게 고객을 선별해야 한다. 불량고객을 가장 잘 처리하는 것은 예방하는 것이다. 기업은 좋은 직원을 선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못지않게, 바람직한 고객을 선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량고객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고객을 유치할 때 이런 특성을 가진 고객을 받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뮤추얼펀드 회사인 뱅가드 그룹은 인덱스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고객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회사의 철학에 부합하는 고객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명시하는 것이다.
둘째, 혹시 회사 내부에 ‘불량규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혹자는 ‘불량인 것은 고객이 아니라 회사의 규정이나 정책이다’고 말한다. 회사의 잘못된 규정이나 정책이 고객을 불량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량한 고객을 불량행동으로 유도하는 불합리한 규칙이나 제도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만약 회사 정책이 잘못되어서 고객이 그 정책을 악용하게 만들고 있다면 경영진과 이 문제를 공유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투명한 처리 절차를 확립하고 직원들에게 대응 매뉴얼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이 불량고객을 만났을 때 당황하거나 자칫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대응 매뉴얼은 불량고객의 유형, 응대시 주의사항, 응대 프로세스, 사후조치 가이드 등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많은 기업이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악성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보상을 하고 사태를 마무리 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이 불량고객에 대해 일단 입을 막는 식으로 대응하면 불량고객들을 양산하며 장기적으로 기업에 더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문제 발생 당시부터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처리하며 잘못을 공개하고 보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구에서 고함을 질러대고 욕을 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준다든지, 대기 순서를 변경시켜 준다든지 하는 경우 그 고객은 불량행동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 모 은행의 경우 아파트 단지의 현금자동지급기(ATM) 위생상태가 불량해 모기에 물렸다며 사은품을 보내 달라는 한 고객의 항의 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이 고객은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민원을 제기해 사은품을 받았던 것이 밝혀졌다.
넷째, 불량고객에게 적절하고 공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불량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 줄 수는 없다.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지만, 비굴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지, 아니면 마땅히 들어줘야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고객이 불량고객인지, 대응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원칙을 가지고 공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용하다. 때로는 강성 고객에 휘둘려 고통을 받다 보면 순간적으로 불편함을 벗어나기위해 예외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동일한 건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한 수많은 고객들이 해당 고객이 예외적인 대우를 받았음을 알게 되는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모든 고객을 공정하게 대해야 향후 발생할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여러 부서가 관련된 경우에는 서로 논의하며 불량고객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여러 매장이 있는 경우 각 매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취합해 본사 차원에서 고객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불량고객들에 의해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페널티를 주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고객에게도 고객으로서의 최소한 의무와 행동 지침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필자는 평소 ‘고객도 고객다워야 고객이지’라고 말한다. ‘좋은 고객이 좋은 직원과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고 믿고 있다. 무조건 고객의 권리만 강조하다 보니 소위 고객 갑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안타깝다. 직원에 대해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고객에게 행동지침을 알리며 협조를 부탁할 수 있다. 스노우폭스 코리아는 전 지점에 다음과 같은 공정서비스 권리선언을 게시하며 많은 고객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고객에 대한 교육은 기업이 주도하기 보다는 학교, 정부나 소비자 단체 등이 나서야 효과적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불량고객 문제를 공론화하고 경각심을 높여 불량고객의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불량고객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선량한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기업의 경쟁력을 낮춰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여섯째, 선량한 고객을 불량고객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물론 불량고객을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를 지닌 선량한 고객이 불량고객으로 취급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큰 실망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선량한 고객을 오해하고 잘못 대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때로는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물론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매출액 같은 이유 때문에 상대가 불량고객이라 해도 관계를 끝내지 못한다. 그래서 기업과 고객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계속하면서 서로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현저히 다르거나 고객이 기업이나 다른 고객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운전자나 호스트들이 고객을 평가하고 평점을 남길 수 있다. 여러 차례 나쁜 평가를 받은 고객은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비록 고객과 헤어질 결심을 했더라도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스프린트사의 경우 6개월간의 내부 심사를 통해 퇴출할 고객을 신중하게 결정했다. 그리고는 서비스 정지 한 달 이전에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 1개월 요금은 면제하고 조기 해지에 따른 벌금도 면제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 가입을 안내해주며 도와 주는 등 최대한 정중하게 진행했다.
살다 보면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도 복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불량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갑자기 김건모의 노래 두 곡이 떠오른다. ‘잘못된 만남.’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