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저가" 호언하던 이마트, 결국 '백기' 든 이유 [박종관의 유통관통]
이마트가 인플레이션 방어를 명분으로 야심 차게 실행했던 ‘연말까지 생활필수품 최저가 책정’ 전략을 최근 중단했다. 이상기후발(發) 신선식품 가격급등,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e커머스의 부상 이후 이마트가 과거와 같이 유통업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된 것도 이런 결정을 내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벽에 부딪힌 최저가 마케팅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들어 40대 생필품에 대한 업계 최저가 판매를 종료했다. 지난 7월 계란, 쌀, 우유, 휴지, 칫솔 등 40대 상품의 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해 최저가로 팔겠다고 선언한 지 3개월 만이다.

당시 이마트는 “최저가 판매 대상 품목을 연말까지 확대해나가고,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기간을 더 연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희석 사장은 “이마트에 가면 생필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의 파고가 이마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엔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그나마 가격이 저렴했던 수입식품 가격까지 뛰었다. 그만큼 이마트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환율 급등과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주요 납품업체들의 부담이 커지는 실상을 감안해 최저가 판매를 부득이하게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자체브랜드(PB) 상품 가격을 동결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납품업체들 반발 거세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최저가 정책을 종료한 데엔 유통산업의 환경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가 최저가를 유지하려면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단가를 낮추거나, 적정 마진을 포기하고 상품을 팔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e커머스가 유통업의 새 강자로 부상하면서 납품업체들이 이마트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한 중소 식품사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선 최저가라고 불리는 가격의 수준이 대략 정해져 있는 가운데 각 유통업체가 준비하는 특별 행사에 따라 납품사들이 가격을 더 낮추는 구조”라며 “이마트를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이마트의 ‘무조건 최저가’를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납품할 수 있는 유통업체들은 많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해진 최저가 경쟁

최저가 경쟁이 유명무실해진 것도 조기 종료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마트는 그간 매일 경쟁사의 가격을 확인하고, 주요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조정했지만, 경쟁사와의 가격 차이는 대부분 10~20원에 불과했다.

한 e커머스업체 식품 담당 바이어는 “소비자들이 10원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차를 끌고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는 시대는 지났다”며 “e커머스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일상적으로 최저가 경쟁을 펼치는 마당에 바이어들이 최저가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런 결정이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이마트의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990억원으로 전년 동기(1050억원)보다 5.7% 적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