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한국은행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기는 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가 추가됐다.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시행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4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우회 지원하는 단기금융시장 및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다음달 1일부터 3개월 동안 적격담보증권과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한국전력 등 9개 공공기관 발행 채권을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은 기존에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증권으로 인정했다. 한은은 이 조치로 국내 은행이 최대 29조원 규모의 추가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6조원 규모 RP도 매입하기로 했다.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한은은 통상 RP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증권사 등의 자금난을 고려해 RP 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주기로 했다. 또 차액결제 시 결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담보증권 제공 비율을 내년 2월부터 기존 70%에서 80%로 높이는 계획도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금융회사의 담보 부담이 7조5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발권력을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과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은 논의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날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투자책임자와 민간 금융회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유동성 공급 대책과 관련한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50조원+α’ 유동성 공급대책의 일환인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 등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국민연금 등은 정부가 보증한 채권인 P-CBO에 일상적으로 투자했던 만큼 정부 방침과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당국이 직접 나서 연기금 등의 운용에 간섭하는 ‘관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금시장 경색의 원인을 제공한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채무를 올해 안에 앞당겨 갚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도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금융시장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계속 검토했다”며 “그 결과 오는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인 205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미현/차준호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