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녹화건설
베트남 국영 건설사도 반한 K-조경
6년 새 매출 10배 뛰어

비탈면 녹화→조경 신사업 도전
1년 만에 시공실적 업계 1위 등극
인기 캐릭터 적용 놀이터 등 차별화
필리핀 등 해외 진출 "주거질 확 높일 것"

김대중 다원녹화건설 대표가 조경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건축 공사에서 조경 시공의 범위는 식물 식재부터 도로포장, 부대시설 조성 등으로 다양하다. 건물 터파기와 골조 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공정은 모두 조경이라 할 만큼 건축의 핵심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과천의 다원녹화건설은 조경 시공실적 국내 1위로 단숨에 뛰어오른 업체다. 최근 베트남 국영 건설사가 먼저 협업을 요청해오는 등 국내외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8일 다원녹화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980억원을 기록, 올해 매출은 사상 최초로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7년 조경사업에 진출한 이 회사는 이듬해 조경 업체로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조경 사업 진출 이전에는 200억원대였던 회사 매출이 사업 전환을 계기로 6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원녹화건설은 1992년 비탈면 녹화 사업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비탈면 녹화란 도로, 댐 등 토목 공사로 단면이 잘려 나가 훼손된 지형의 생태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 분야에서도 자체 특허 공법을 앞세워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가 감소하면서 일감이 줄고, 회사 성장도 정체됐다. 이 업체는 기존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주거부터 상업, 공공시설 등 어디에나 수요가 있는 조경 분야를 지속 성장을 이끌어갈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서울 신길파크자이 아파트 조경. 다원녹화건설 제공

신사업을 이끈 건 2세 경영인으로서 2016년 회사에 합류한 김대중 다원녹화건설 대표다. 토목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처음 6개월 동안 조경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고, 전국 현장을 돌아다니는 데만 집중했다. 조경 후발 주자였던 만큼 지난 25년간 비탈면 녹화 사업으로 쌓은 브랜드 파워를 대신 앞세워 기존 협력사들의 일감을 따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당장 이익을 내기보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바잉 파워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다원녹화건설은 조경 시공을 시작으로 현재 조경 설계, 시설물 제작, 유지 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사업 분야가 다양화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역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공동주택에 설치되는 놀이터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핑크퐁 아기상어’, ‘로보카 폴리’ 등 인기 지식재산(IP) 캐릭터 회사와 협업한 디자인을 놀이터에 적용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차별화를 통해 진입장벽이 높던 놀이터 조경 시장에도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구 남산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그동안 다원녹화건설이 조경을 맡은 전국 현장은 300여 곳에 이른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강남구 디에이치 포레센트 아파트 등 여러 굵직한 현장들이 이 회사 손을 거쳤다. 김 대표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현장을 많이 경험한 덕분에 조경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노하우도 많이 쌓였다”고 덧붙였다.

다원녹화건설은 국내 조경업체로는 드물게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필리핀 클라크에서 포스코건설이 준공한 ‘더샵클락힐스’ 조경 공사를 시작으로 클라크와 세부 지역에서 현지법인을 두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 3대 국영 건설회사인 CC1과 조경 설계 및 시설물 납품, 시공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협업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몇 년 전 한국을 찾은 CC1 고위관계자가 국내 아파트 단지의 조경에 매료됐고, 자국에도 이를 도입하기 위해 국내 1위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업무협약까지 이어졌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아직 조경이란 개념조차 낯선 신생 시장으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인류의 주거 질을 높이는 조경 분야의 글로벌 토털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