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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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노동조합의 요구 등으로 기존 SPC 계열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오는 31일부터 간식 납품업체를 SPC에서 롯데제과로 변경하겠다고 내부 공지했다.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간식을 SPC 파리바게뜨의 단팥크림빵과 슈크림빵에서 롯데제과 빵 브랜드인 기린의 고구마크림빵과 카스테라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내부 공지에서 현대차는 "SPC와의 계약과 관계없이 간식품목을 변경하여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직원이 3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민주노총에 속한 사업장에선 노조에서 SPC와의 계약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동안 쌓아왔던 우호적 협력 관계를 끊어야하거나 계약을 위배해야할 경우 부담이 커질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각 회사에 SPC 관련 제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SPC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고객센터에서 안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소비자가 SPC로부터 햄버거빵을 납품받고 있냐고 문의한 데 따른 것이다. 맘스터치는 이번 사태와는 관계없이 지난해 7월 이후 SPC와의 계약이 종료돼 다른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SPC와 협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기존 계약에 따라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판매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었던 곳은 최대한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그동안 도움을 받아왔던 SPC에 악재가 터졌다고 바로 외면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 그대로 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소비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SPC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SPC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팔지 못한 빵에 대해 반품 품목 수를 13종에서 35종까지 확대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PC 브랜드 가맹점은 2020년 말 기준으로 파리바게뜨 3425개, 배스킨라빈스 1466개, 던킨도너츠 579개, 파스쿠찌 491개 등 6000개를 넘어선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같은 기업인 입장에서 공포를 느낄 정도로 SPC가 인명사고 이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며 "가맹점주들과 협력업체, 여기에 속한 직원들에게도 피해가 가는만큼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5일 SPC그룹의 SPL이 운영하는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23일엔 샤니 성남 공장에서 손끼임 사고가 발생했다.

하수정/김일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