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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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그대로인 소득세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서민과 중산층이 11조7000억원 규모의 감세혜택을 볼 것이란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 나왔다. 고소득자의 혜택에 비해 2.6배나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예정처는 법인세 등 전체 감세 효과가 정부가 추산한 60조원보다 13조원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소득세법 개정, 서민·중산층 혜택 더 크다

3일 예정처가 발간한 '2022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예정처는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5년간 19조2000억원의 감세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계했다. 이중 11조7000억원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감세효과, 4조5000억원은 고소득자의 혜택으로 구분됐다. 구분이 곤란해 기타로 분류한 이들의 효과는 3조원에 이른다.

이번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과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 축소다. 15년째 고정돼있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중 8800만원 이하 3개 구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1200만원 이하는 1400만원 이하로, 1200만원~4600만원 이하는 1400만원~5000만원 이하로, 4600만원~8800만원 이하는 5000만원~8800만원 이하로 각각 바뀐다.
직장인 소득세 감세 혜택, 서민 11.7조 vs 고소득 4.5조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예정처는 서민과 중산층이 대부분 과표조정 구간의 세금을 내고 있어 감세 규모가 클 것으로 추산했다. 고소득자도 해당 구간의 소득에 대해선 동일한 혜택을 받지만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의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가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돼 혜택이 조정됐다.

다만 예정처는 서민 중에선 이미 면세자가 많아 서민과 중산층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고소득자 간 차별 문제도 거론됐다. 근로소득은 공제 축소를 통해 조정을 했지만 사업소득 등을 이런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고소득 직장인이 고소득 사업자에 비해 손해를 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수평적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세수, 정부 전망보다 13조 덜 걷힐 것

예정처는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른 전체 감세 효과가 정부 전망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춘 법인세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 다주택 중과를 없애는 종부세법 개정안 등을 제출한 상태다. 이로인해 향후 5년간 60조3083억원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감세안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예정처는 총 세수 감소폭이 이보다 더 13조원 가량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5년간 73조6161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게 예정처의 전망이다. 정부가 고정된 변수를 사용한 반면 예정처는 추세를 반영해 매년 변동하는 것으로 조정해 차이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법인세 감세 폭의 차이가 4조3304억원으로 가장 컸다. 소득세는 3조1201억원 덜 징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종부세는 2조1447억원, 증권거래세는 2조9906억원 덜 것힐 것으로 예상됐다.

세부담 귀착 효과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감세 폭이 고소득층의 두배에 가까울 것으로 봤다. 정부는 순액법(전년 대비 증감액)을 기준으로 서민과 중산층은 2조2707억원, 고소득층은 1조2085억원의 감세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서민과 중산층에 2조3713억원, 고소득층엔 2조3095억원의 감세효과가 나타나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 누적법 기준으론 고소득층의 혜택이 오히려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따른 세제효과를 정부는 분류가 곤란한 기타 항목으로 뺀 반면, 예정처는 고소득층의 혜택으로 더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예정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목표 달성 가능성과 세입기반 약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세계각국이 이자율 인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형 세제개편과 긴축적 통화정책의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