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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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앞두고 양파, 마늘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양념류가 김장철 물가 상승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승세를 거듭했던 무와 배추 도매 가격은 한 달 전보다 40~50% 떨어졌지만 양념류는 작황 부진에 시세가 오르고 있어서다. 정부는 비축 물량을 시장에 대거 내놓으며 물가 안정화에 나섰다.

양파·마늘 평년보다 50% 이상 비싸

4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양파 도매가격은 ㎏당 1266원으로 1년 전 대비 52.0% 올랐다. 평년(835원) 대비로도 52.8% 비싼 가격이다. 최근 한 달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마늘은 평년(3989원)보다 63.9% 급등한 6538원에 거래됐다.
최근 1년 국내산 양파 1kg 도매가격(자료=테란)
최근 1년 국내산 양파 1kg 도매가격(자료=테란)
양파의 경우 김장철 직전에 수요가 증가해 통상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작황부진까지 겹쳐 가격 상승폭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4월에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며 생육기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자 양파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마늘도 가뭄 영향을 받았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바이어는 “올해는 양파 생산량이 지난 5년 평균 대비 79%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정부에서 물가 안정화 대책으로 수입산 농산물의 가격을 낮추고 있어서 국산 양파의 원가 상승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건고추, 마늘, 양파, 대파 등 김장철 양념채소 가격이 지난달보다는 하락하겠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비쌀 것”이라고 전망하자 정부는 비축물량을 시장에 대거 내놓기로 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건고추는 작년 대비 생산량이 20%이상 줄어 도매 가격이 작년보다 16.2% 비싸졌고 대파 도매 가격도 같은 기간 17.7% 올랐다.

다만 요즘은 건고추를 직접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기보다 고춧가루를 직접 구매해 김장하는 수요가 높기 때문에 예전처럼 건고추 수요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부 물량까지 풀리면 김장철까지 건고추 가격 상승폭이 크진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형마트, 양념채소 물량 확보에 총력

포기김치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을 이끌었던 배추와 무 가격 상승세는 가을 들어 주춤해진 모습이다. 8~9월 잦은 호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수급이 불안정했지만 가을 배추와 가을 무 출하기에 접어든 이후 10~11월 가격이 하향 안정화됐다.

반면 양념채소류 시세가 작년보다 오르자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양념류 물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변재민 이마트 채소팀 바이어는 “김장철 마늘은 경남 창녕, 제주 등지에서 역대 최대인 150t을 확보해뒀고 양파도 기본 수매물량을 늘리고 후레쉬센터에 200t의 물량을 상시 보관토록 했다”며 “김장철 적극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양념채소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일부 품목은 전년보다도 싸게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API지수는 최근 한 달간 160.82포인트에서 121.39포인트로 떨어졌다. 테란이 취급하는 22개 품목 중 18개 품목이 지난달 대비 도매 가격이 하락했다. 연말까지 큰 급등락 없이 지금과 같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