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5%에 육박했다. 자금 및 회사채 시장 냉각이 좀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CP 발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상위 신용등급(A1급)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0.04%포인트 오른 연 4.98%로 마감했다. 2009년 1월 15일(연 5.0%) 후 가장 높은 수치다. CP 금리는 지난 9월 21일(연 3.13%) 이후 32일 연속(거래일 기준) 올랐다.

A1급 기업은 연 5~6%대 CP 금리를 제시해야 겨우 투자자를 구할 수 있다. 현대커머셜(A1급)은 지난 4일 연 6% 금리로 만기 38일짜리 CP를 발행했다. 증권사 보증을 받은 A1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 3개월 차환 금리는 연 8~9%대에 달한다. 회사채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면서 SK그룹 지주사 SK㈜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일 3년물과 5년물 CP를 1000억원씩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유동성 공급 강도를 높이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그동안 발행사가 100억원을 모아오면 100억원을 추가 매입해주는 1 대 1 매칭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100억원을 모아오면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모여 설립한 ‘제2 채안펀드’는 이번주부터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ABCP 매입 신청을 받기로 했다.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이날 16원30전 내린 1384원90전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마감한 것은 9월 21일(1394원20전) 이후 한 달 반 만이다.

장현주/조미현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