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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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큰 폭 늘어날 전망이다. 연 소득에 따라 많게는 수 억원대의 대출이 추가로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 원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완화되지 않으면서 고소득자에만 유리한 대책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무주택자 등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로 확대된다.

한 시중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연봉 7000만원인 무주택 또는 1주택(처분조건부) 대출자가 규제 지역의 14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은행에서는 최대 4억6000만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연 금리 4.8%, 4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에 기초해 산정했다.

이는 현 규정대로 LTV를 9억원까지는 50%, 9억원 초과분에 20%를 적용하고 'DSR 40% 초과 금지' 규제도 더한 결과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내달부터 LTV가 50%로 높아지면, 이 대출자는 최대 4억97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3700만원 정도 대출액이 증가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고소득자일수록 대출 증가 폭이 늘어나는 점이다. 같은 조건에서 연봉 1억원 대출자의 주택담보대출 상한액은 현재 4억6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2억4000만원이나 급증한다.

반면 연봉이 5000만원인 무주택 실수요자가 14억원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LTV 규제가 완화돼도 최대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은 3억5500만원에서 더 늘지 않는다. DSR이 40%로 꽉 차 있어서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즉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비율이 40%로 묶여있는 이상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대출 한도 편차가 크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는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DSR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1일 그는 "DSR은 과도하게 빚을 지지 말라는 의미여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기획재정부의 세제 관련해서도 종합적으로 봐야 해 DSR 하나만 보기보다는 전반적인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부동산 가치 하락 및 고금리 기조 속 DSR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규제 완화 효과가 클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은행에서 LTV 50% 상한에 맞춰 40년만기·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8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 5% 금리를 기준으로 매년 은행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4600만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선 가계대출 금리가 연내 8%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수 억원대의 대출을 받기엔 이자 부담이 크다"며 "집 값 추이를 더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