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 파산 사태로 불거진 코인 유동성 위기가 들불 번지듯 확산하고 있다. 현물 거래량 세계 10위 거래소인 비트코크와 20위권 AAX(코인마켓캡 기준)는 이용자 출금을 한시 중단했고, 크립토닷컴 후오비 게이트아이오 등 유명 거래소는 준비금을 서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트론 크로노스 등 이들 거래소가 자체 발행했거나 연관성이 높은 코인들의 가격은 하루 새 20% 안팎 급락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홍콩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거래소 AAX와 비트코크는 전날 저녁부터 한시적으로 출금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두 회사는 출금 중단 사유에 대해 각각 내부 사정에 따른 것이며 5~10일 후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량이 상당한 데다 FTX처럼 자체 발행 코인을 운용해온 거래소들이 FTX 파산 신청 직후 잇달아 출금 중단을 선언하자 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FTX 사태로 민낯이 드러난 거래소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인지도가 높은 크립토닷컴과 트론 창업자 저스틴 선이 관여하고 있는 후오비글로벌, 거래량 세계 20위 게이트아이오 등이 줄줄이 준비금을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은 지난달 21일 4억달러어치 이더리움 32만 개를 게이트아이오로 전송했다. 불과 1주일 뒤 게이트아이오는 이를 포함한 자산을 자사의 ‘준비금 증명 내역’이라며 공개했다. 거래소끼리 준비금 증명을 위해 이용자 예치금을 주고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대목이다.

논란이 일자 크리스 마자렉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송금 실수이며 모든 자금을 돌려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크립토닷컴은 자산 준비금의 20%가량이 가격 변동성이 큰 ‘밈코인’ 시바이누라는 사실도 밝혀지며 부실 우려를 키웠다.

후오비 역시 준비금 증명 내역을 공개한 뒤 이더리움 1만개를 다른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OKX 지갑으로 송금한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 후오비는 파산한 FTX에 1810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묶여있으며, 이 중 1320만달러는 고객 자산이라는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투자자 사이에선 거래소에 예치해둔 자산을 앞다퉈 빼내는 ‘코인런’ 행렬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FTX 사태의 여파가 커지자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이날 “튼튼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기 위해 바이낸스가 ‘산업 회복 기금’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