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해외여행 갈래"…인기 식었는데 여전히 비싼 스키 [박종관의 유통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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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스키의 인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전국 스키장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는 기록적으로 따뜻한 초겨울 날씨에 개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한철 장사를 하는 스키장 입장에선 개장 일정을 한 주만 미루더라도 영업에 큰 타격을 입는다. 영업 중단을 선언하고 올해 장사를 아예 포기하는 스키장까지 등장하면서 스키업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스키장들이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초겨울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눈이 내리지 않는 초겨울엔 인공눈을 만들어 슬로프를 운영해야 하는 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 눈이 녹아버려 스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평창의 이날 최고기온은 15도로 지난해 같은 날(10.1도)보다 4.9도 높다. 지난해엔 11월 중순부터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반면 올해는 여전히 영상의 날씨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다음 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을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개장 일정을 한 주 연기해 다음달 3일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따뜻한 날씨 탓에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키장은 일반적으로 11월 중순 말께 영업을 시작해 이듬해 3월 초까지 운영한다. 운영 기간이 넉 달이 채 안 되기 때문에 한 주라도 개장 일정이 미뤄지면 영업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된다. 올해 장사를 아예 포기한 스키장도 나왔다. 올 초 리프트 역주행 사고로 구설에 올랐던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은 시설 점검 등을 이유로 지난달 말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스키 대신 골프와 테니스, 캠핑 등 다른 취미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게 스키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인기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격은 비싸 "스키장 갈 바엔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가 스키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격렬한 스포츠로 분류되는 스키는 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데 출산율 저하로 신규 유입되는 스키 인구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강원 평창에 있는 한 스키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스키캠프를 오면서 어렸을 때부터 스키에 취미를 붙이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스키캠프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며 "3040세대가 주요 이용객이지만 이들도 점차 다른 스포츠나 취미로 이탈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백화점 스포츠 담당 바이어는 "스키용품 정규 매장은 4~5년 전 이미 퇴점했고, 겨울 시즌에 간간이 팝업 행사를 열지만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스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북 무주에 스키장을 운영하고 있는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지난해 2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328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179억원에 달했다.
강원 태백에 스키장을 둔 오투리조트의 지난해 매출은 144억원로 전년(104억원) 대비 34.6% 늘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골프장 사업 매출은 67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스키장 사업 매출은 5억8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골프장과 스키장 사업을 같이 하는 리조트 특성상 골프 호황으로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골프 사업으로 번 돈을 스키장에 쏟아붓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스키장업계에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일부 상위 사업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스타힐리조트는 지난해 6월 영업 부진과 적자 누적으로 폐업했다. 반면 비발디파크는 올해 시즌권을 판매한 지 2주일여 만에 판매수량 1만 개를 돌파했다. 시즌권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4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스키장경영엽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스키장은 12곳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강원 스키장 도미노 개장 연기
2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강원 홍천에 있는 스키장 비발디파크와 평창에 있는 휘닉스평창은 이날로 예정됐던 스키장 개장 일정을 연기했다.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도 개장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스키장들이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초겨울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눈이 내리지 않는 초겨울엔 인공눈을 만들어 슬로프를 운영해야 하는 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 눈이 녹아버려 스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평창의 이날 최고기온은 15도로 지난해 같은 날(10.1도)보다 4.9도 높다. 지난해엔 11월 중순부터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반면 올해는 여전히 영상의 날씨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다음 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을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개장 일정을 한 주 연기해 다음달 3일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따뜻한 날씨 탓에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키장은 일반적으로 11월 중순 말께 영업을 시작해 이듬해 3월 초까지 운영한다. 운영 기간이 넉 달이 채 안 되기 때문에 한 주라도 개장 일정이 미뤄지면 영업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된다. 올해 장사를 아예 포기한 스키장도 나왔다. 올 초 리프트 역주행 사고로 구설에 올랐던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은 시설 점검 등을 이유로 지난달 말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스키 인구 3분의 1토막
따뜻한 날씨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스키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 스키장엔 더 큰 고민이다. 스키 인구는 10여년 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1~2012년 겨울 686만 명에 달하던 전국 스키장 이용객은 2021~2022년 겨울 213만 명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코로나19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스키 대신 골프와 테니스, 캠핑 등 다른 취미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게 스키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인기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격은 비싸 "스키장 갈 바엔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가 스키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격렬한 스포츠로 분류되는 스키는 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데 출산율 저하로 신규 유입되는 스키 인구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강원 평창에 있는 한 스키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스키캠프를 오면서 어렸을 때부터 스키에 취미를 붙이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스키캠프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며 "3040세대가 주요 이용객이지만 이들도 점차 다른 스포츠나 취미로 이탈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스키용품 시장도 고꾸라져
스키용품과 스키복 시장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골프와 테니스 의류·용품 시장이 판매 호조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스키용품 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한 e커머스업체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스키와 스노우보드 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백화점 스포츠 담당 바이어는 "스키용품 정규 매장은 4~5년 전 이미 퇴점했고, 겨울 시즌에 간간이 팝업 행사를 열지만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스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북 무주에 스키장을 운영하고 있는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지난해 2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328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179억원에 달했다.
강원 태백에 스키장을 둔 오투리조트의 지난해 매출은 144억원로 전년(104억원) 대비 34.6% 늘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골프장 사업 매출은 67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스키장 사업 매출은 5억8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골프장과 스키장 사업을 같이 하는 리조트 특성상 골프 호황으로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골프 사업으로 번 돈을 스키장에 쏟아붓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스키장업계에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일부 상위 사업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스타힐리조트는 지난해 6월 영업 부진과 적자 누적으로 폐업했다. 반면 비발디파크는 올해 시즌권을 판매한 지 2주일여 만에 판매수량 1만 개를 돌파했다. 시즌권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4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스키장경영엽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스키장은 12곳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