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별 ESG 정보 제공하는 디지털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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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배터리 여권에 이어 디지털 상품 여권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상품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한 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품목마다 관련 정보들을 전자표식에 담는 방식이다. H&M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한발 앞서 상품 ESG 정보 공개에 나섰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EU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력 추적이 가능한 디지털 이력 추적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EU가 2022년 3월 31일에 발표한 ‘새로운 에코디자인 규정(ecodesign regulation)’ 초안에는 모든 물리적 제품에 ‘디지털 상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제도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상품 여권 제도란 일반 소비자가 상품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한 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품목마다 에코디자인 관련 정보를 전자표식에 담는 제도다.
디지털 추적 시스템 활용한 ‘상품 여권’
기존의 에코디자인 지침(directive, 2009년)에는 ‘에너지 소비 및 에너지 품목’을 대상으로 주로 에너지의 효율성(efficiency)에 대한 요구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고, 상품 여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에 제품의 내구성(durability), 재활용 가능성(reusability), 수리가능성(reparability), 재활용 원재료 비율(recycled content), 환경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추가하면서 이에 대한 충족 여부를 포장, 라벨, 웹사이트 등에 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에코디자인 규정 초안은 EU 의회와 이사회의 협의 과정을 거쳐 2023년에 완성된 후 품목별로 규제 사항을 발표할 예정으로, EU 전 회원국 내에서 디지털 상품 여권 도입이 강제성을 갖도록 법제화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앞장서기 위해 선제적으로 디지털 상품 여권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바닥제 회사인 노벨리스는 소비자들이 QR코드를 통해 바닥재 소재의 구성, 재활용 가능성, 탄소발자국, 최종 조립장소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의 의류업체 H&M은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생산지, 공급자, 생산 공장명, 주소, 노동자 수 등 ESG 정보를 공개했다. 의류와 농산품을 공급하는 대형 유통체인 영국의 M&S는 웹페이지에 전 세계에 얽힌 복잡한 공급망 매핑 데이터를 공개하고, 상품의 형태, 주소, 노동자 남녀 성비, 조합 가입 여부 등 공급사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검증을 거쳐 제공하고 있다.
상품 여권보다 앞서 등장한 또 다른 디지털 여권은 바로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이다. 2020년 12월 ‘새로운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 초안에서 ‘배터리 여권’ 개념이 등장했다. EU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책임 있는 재활용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배터리 지침(directive, 2006년)을 개정했는데, 탄소발자국 공개, 재활용 회수 목표 설정, 공급망실사 의무 시행, 그리고 배터리 여권 도입을 규정했다. 배터리 여권이란 용량 2kWh 이상인 모든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를 대상으로 재료 원산지, 탄소발자국,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배터리 내구성, 용도 변경 및 재활용 이력 등을 상호 접근이 가능한 개방형 전자 시스템에 기록한 것이다. 배터리 이해당사자는 배터리 여권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에 접근, 관리, 게시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배터리 규정 초안은 지난 3월 10일 압도적 찬성으로 의회를 통과해 EU 기구(의회·집행위원회·각료이사회) 간 협의를 시작했으며, 연내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순조롭게 법제화된다면 배터리 여권은 예정대로 2026년 1월 1일부터 전 EU에서 시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EU의 배터리 여권 제도 개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이 개념은 2017년 100여 개 EU 및 비EU 기업과 기관들이 경제·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배터리 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해 결성한 글로벌 배터리 동맹(Global Battery Alliance, GBA)이 2020년 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제안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비윤리적 환경에서 채굴해 비난받자 여러 글로벌 기업이 ESG적 대응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배터리 여권 사용을 주장한 것이다. GBA는 배터리 여권에 ESG 성과, 배터리 제조 이력, 성능 업그레이드 이력, 배터리 수명연장 및 재활용 데이터를 수록함으로써 ESG 지표 측정, 이행 점검, 정보 표준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U는 GBA의 배터리 여권 개념을 참고해 새로운 배터리 규정 초안 작성 시 이행지침으로서 배터리 여권 도입(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 문구를 삽입하게 된다.
배터리 생애주기 담은 ‘배터리 여권’ 실제로 EU에서는 배터리 여권의 기술적 구현을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 및 디지털 기술업체가 모여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영국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 기업인 코드 스미스(Code Smith), 네덜란드의 공급망 추적 스타트업 기업인 서큘러라이즈(Circularise), 영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에버레저(Everledger) 등에서 각자 가능한 기술과 특허를 활용해 배터리 여권을 제작해 상용화하고 있다.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가 시행되면 EU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배터리만 역내에 거래될 수 있으므로 전기차 배터리 기업은 EU 기업은 물론 역외 외국 기업 역시 이력 추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 중국, 일본은 이미 EU 배터리 여권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국가 주도로 배터리 여권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중국은 이미 국가 주도로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EVMAM-TBRAT)’을 구축하고 배터리 정보를 축적하는 등 EU의 배터리 여권 도입에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 일본도 민간 주도로 설립한 BASC(배터리 공급망 협의회)가 ‘일본식 배터리 이력 추적 관리 플랫폼’ 구축 제안서를 공개(2022년 4월)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EU의 배터리 여권 제도를 예의 주시하고, 각국의 배터리 여권 대응 동향을 벤치마킹해 ‘한국식 배터리 이력 추적 관리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규제 개선, 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배터리 여권 준비뿐 아니라 모든 품목의 상품 여권까지 적극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디지털 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현할 국가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은 디지털화되어 공개될 ESG 요구 이행을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는 국내 디지털 순환경제 구축은 물론 ESG 이행이 강조되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시스템 구축에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GVC산업분석TF 연구위원
EU가 2022년 3월 31일에 발표한 ‘새로운 에코디자인 규정(ecodesign regulation)’ 초안에는 모든 물리적 제품에 ‘디지털 상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제도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상품 여권 제도란 일반 소비자가 상품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한 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품목마다 에코디자인 관련 정보를 전자표식에 담는 제도다.
디지털 추적 시스템 활용한 ‘상품 여권’
기존의 에코디자인 지침(directive, 2009년)에는 ‘에너지 소비 및 에너지 품목’을 대상으로 주로 에너지의 효율성(efficiency)에 대한 요구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고, 상품 여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에 제품의 내구성(durability), 재활용 가능성(reusability), 수리가능성(reparability), 재활용 원재료 비율(recycled content), 환경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추가하면서 이에 대한 충족 여부를 포장, 라벨, 웹사이트 등에 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에코디자인 규정 초안은 EU 의회와 이사회의 협의 과정을 거쳐 2023년에 완성된 후 품목별로 규제 사항을 발표할 예정으로, EU 전 회원국 내에서 디지털 상품 여권 도입이 강제성을 갖도록 법제화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앞장서기 위해 선제적으로 디지털 상품 여권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바닥제 회사인 노벨리스는 소비자들이 QR코드를 통해 바닥재 소재의 구성, 재활용 가능성, 탄소발자국, 최종 조립장소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의 의류업체 H&M은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생산지, 공급자, 생산 공장명, 주소, 노동자 수 등 ESG 정보를 공개했다. 의류와 농산품을 공급하는 대형 유통체인 영국의 M&S는 웹페이지에 전 세계에 얽힌 복잡한 공급망 매핑 데이터를 공개하고, 상품의 형태, 주소, 노동자 남녀 성비, 조합 가입 여부 등 공급사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검증을 거쳐 제공하고 있다.
상품 여권보다 앞서 등장한 또 다른 디지털 여권은 바로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이다. 2020년 12월 ‘새로운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 초안에서 ‘배터리 여권’ 개념이 등장했다. EU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책임 있는 재활용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배터리 지침(directive, 2006년)을 개정했는데, 탄소발자국 공개, 재활용 회수 목표 설정, 공급망실사 의무 시행, 그리고 배터리 여권 도입을 규정했다. 배터리 여권이란 용량 2kWh 이상인 모든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를 대상으로 재료 원산지, 탄소발자국,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배터리 내구성, 용도 변경 및 재활용 이력 등을 상호 접근이 가능한 개방형 전자 시스템에 기록한 것이다. 배터리 이해당사자는 배터리 여권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에 접근, 관리, 게시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배터리 규정 초안은 지난 3월 10일 압도적 찬성으로 의회를 통과해 EU 기구(의회·집행위원회·각료이사회) 간 협의를 시작했으며, 연내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순조롭게 법제화된다면 배터리 여권은 예정대로 2026년 1월 1일부터 전 EU에서 시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EU의 배터리 여권 제도 개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이 개념은 2017년 100여 개 EU 및 비EU 기업과 기관들이 경제·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배터리 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해 결성한 글로벌 배터리 동맹(Global Battery Alliance, GBA)이 2020년 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제안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비윤리적 환경에서 채굴해 비난받자 여러 글로벌 기업이 ESG적 대응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배터리 여권 사용을 주장한 것이다. GBA는 배터리 여권에 ESG 성과, 배터리 제조 이력, 성능 업그레이드 이력, 배터리 수명연장 및 재활용 데이터를 수록함으로써 ESG 지표 측정, 이행 점검, 정보 표준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U는 GBA의 배터리 여권 개념을 참고해 새로운 배터리 규정 초안 작성 시 이행지침으로서 배터리 여권 도입(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 문구를 삽입하게 된다.
배터리 생애주기 담은 ‘배터리 여권’ 실제로 EU에서는 배터리 여권의 기술적 구현을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 및 디지털 기술업체가 모여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영국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 기업인 코드 스미스(Code Smith), 네덜란드의 공급망 추적 스타트업 기업인 서큘러라이즈(Circularise), 영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에버레저(Everledger) 등에서 각자 가능한 기술과 특허를 활용해 배터리 여권을 제작해 상용화하고 있다.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가 시행되면 EU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배터리만 역내에 거래될 수 있으므로 전기차 배터리 기업은 EU 기업은 물론 역외 외국 기업 역시 이력 추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 중국, 일본은 이미 EU 배터리 여권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국가 주도로 배터리 여권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중국은 이미 국가 주도로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EVMAM-TBRAT)’을 구축하고 배터리 정보를 축적하는 등 EU의 배터리 여권 도입에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 일본도 민간 주도로 설립한 BASC(배터리 공급망 협의회)가 ‘일본식 배터리 이력 추적 관리 플랫폼’ 구축 제안서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배터리 여권 준비뿐 아니라 모든 품목의 상품 여권까지 적극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디지털 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현할 국가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은 디지털화되어 공개될 ESG 요구 이행을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는 국내 디지털 순환경제 구축은 물론 ESG 이행이 강조되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시스템 구축에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GVC산업분석TF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