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규제기관으로 유력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이 “비트코인만이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 유일한 암호화폐”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이더리움도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상품으로 분류 가능한 암호화폐가 많다”고 한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천에 따르면 베넘 위원장은 최근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FTC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암호화폐 관리·감독 권한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증권으로 분류된 암호화폐는 SEC가, 상품이라면 CFTC가 담당하는 식이다. FTX 사태 이후 CFTC가 암호화폐 규제권을 SEC에 넘겨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베넘 위원장은 당시 행사에서 “암호화폐는 투기 이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FTX 사태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베넘 위원장은 지난 5월과 9월 연이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기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권한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9월엔 “비트코인이 CFTC 규제를 받는다면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반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더리움은 SEC 규정에 따라 증권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 상원의원 8명이 지난 3월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SEC 조사를 막기 위해 겐슬러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이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아메리칸 프로스펙트는 민주당 의원 4명과 공화당 의원 4명이 3월 SEC의 비공식 조사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FTX는 SEC로부터 당시 자료 제공 요청을 받은 거래소 중 하나였다. 투자자 자금 처리 방법과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등에 대한 질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FTX는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 상원의원이 FTX로부터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8명 중 5명은 FTX 직원들로부터 최대 1만1600달러의 선거자금을 수령했고, 2명은 라이언 살라메 FTX 공동대표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