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국제 유가가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5%(2.68달러) 떨어진 74.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3.33달러) 급락한 79.35달러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WTI는 지난해 12월23일 이후, 브렌트유는 올해 1월 3일 이후 각각 최저가를 찍었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이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유가 하락세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Fed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해 세계 원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고용 및 경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연준이 내년에도 긴축의 고삐를 틀어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러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정책 여파로 경기침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등 월가의 주요 경영자들이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모든걸 잠식하고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의 솔로몬 CEO도 같은날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와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순탄치 않은 시기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2023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CEO들의 전망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미국에선 기업들이 4분기 실적 전망을 낮추고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광고 사업 부진으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3분기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직원 약 2%를 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엔 펩시코의 북미 본사 직원 정리해고 소식도 들렸다.

RJO선물의 선임 시장전략가 엘리 테스파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심리는 부정적”이라면서 "이대로라면 WTI가 배럴당 60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월간 보고서를 통해 WTI와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완화가 더딘 것도 원유 선물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에 따른 분석이다.

석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전날 11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5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통상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 여기에 유럽 경제가 높은 에너지 비용과 기준금리 상승으로 둔화한 점이 석유 수요 불안 요소로 작용해 유가 발목을 잡았다고 CNBC는 설명했다.

원유 트레이더들은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5일 발효한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가 향후 유가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러시아 공급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러시아의 해상 수출과 석유 생산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도 “석유 시장은 더 넓은 시장에서 나타난 위험 회피에 휩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