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한국에 온 지 만 1년을 갓 넘었다. 지난 9일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만난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K컬처가 산업으로 발전하는 흥미로운 과정을 인도네시아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솔 한경 디지털랩 기자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한국에 온 지 만 1년을 갓 넘었다. 지난 9일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만난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K컬처가 산업으로 발전하는 흥미로운 과정을 인도네시아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솔 한경 디지털랩 기자
“한국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란색 혹은 분홍색 의자를 보면 주의하세요. 노약자나 임신부, 장애인을 위한 의자랍니다.”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의 SNS 계정은 한국에 관한 정보로 가득하다. 한국의 대중교통 문화부터 빼빼로 데이의 유래, 술자리에서의 예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술리스티얀토 대사가 직원들과 함께 의논해 주제를 정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린다.

9일 여의도 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만난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그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온 지 만 1년이 된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한국 문화를 탐구하는 이유를 “K컬처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 그룹인 시나르마스 출신답게 한국과의 경제 협력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친숙합니까.

“한국은 대사로 부임하기 전부터 자주 왔습니다. 1997년 처음 방문했어요. 이후 1년에 적어도 두 번은 가족과 함께 방문했고 사업상으로는 훨씬 더 자주 왔습니다. 시나르마스 그룹과 LIG손해보험 합작사 설립을 맡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음식이 서로 닮아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한국의 비빔밥은 인도네시아의 나시참푸르(nasi campur)와 비슷해요. 나시참푸르는 채소와 쌀을 한 접시에 담아 먹는 인도네시아 음식입니다. 한국에 오고 나서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가 쓴 <랜드 오브 스퀴드게임>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닭싸움’ ‘말뚝박기’ 등 한국 전통놀이를 자세히 알 수 있었죠.”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내는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예요.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인도네시아가 산업 발전을 위해 배워야 할 점을 생각합니다. 한국은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일종의 문화산업 선순환을 이뤄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60~70%가 먹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보는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드라마는 삽입한 음악을 통해 K팝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끌어냅니다.”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장례문화와 ‘김·이·박’이 가장 흔한 성씨라는 점, 미역국을 먹는 이유 등을 소개했어요. 다른 나라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일이라 내가 최초 사례일 겁니다. 팔로어는 8000명 수준이에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관심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현재 우리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수도 이전입니다. 행정수도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으로 옮긴다는 구상이죠. 자카르타에는 60%가 넘는 인구가 살지만 칼리만탄보다 좁습니다. 칼리만탄은 자카르타의 3배에 달합니다. 인구를 분산함으로써 국토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입니다.”

▷수도 이전과 관련해 한국과 협력 가능성이 있는지요.

“이 프로젝트는 약 350억달러(약 50조원)를 투입해 2045년까지 보르네오섬 정글 한가운데에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이미 LG, 현대차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해 수도 이전 사업은 ‘한국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 정도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기업에 맡기려고 해요. 특히 발전소, 항구, 병원, 공항 건설 등에서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한국의 방산 수출이 많습니다.

“인도네시아는 2011년 한국의 고등훈련기(T-50)를 최초로 도입한 나라입니다. 한국과 방위산업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협력을 하고 있죠. 한국은 인도네시아가 주관하는 다자연합훈련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품 수입이 아니라 서로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더 좋게 봅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공동 개발한 KF-21 전투기 개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일종의 부패방지법인 ‘로 일레븐(Law 11)’을 시행했어요. 관료제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뇌물을 통한 불투명한 행정 절차를 없애기 위함이죠. 지난해 ‘OSS(online submission system)’를 통해 공공 입찰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추진했습니다. 대면 입찰을 줄이면 뇌물에 노출될 위험도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사 임기 중에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 내 인도네시아 근로자에 대한 쿼터제를 풀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서로에게 필요한 나라예요. 한국의 높은 임금 수준이 인도네시아에 매력적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인도네시아 노동력에 관심을 가질 만하죠.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7600만 명인데 이 중 71%가 생산가능인구입니다. 다만 외국인쿼터제 때문에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근로자는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적습니다. 수가 적게 할당된 것이죠. 2012년 이후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서로의 이민 조항을 검토한 적이 없습니다. 조만간 검토와 관련해 요청하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물가상승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내수시장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니켈, 팜오일, 석탄 등 인도네시아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예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자원을 내수 시장으로 돌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더 나아가 니켈을 배터리로 바꾸는 산업 등을 육성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수출했습니다. 우리는 인접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간디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1960년 2월 13일 출생
△1982년 인도네시아 티다르대 졸업
△아스트라 인터내셔널 입사
△2001년 시나르마스 그룹 상무
△2020~2021년 인도네시아 국가 기념식 조직위원장
△2022년 11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임명


박주연/박신영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