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연구개발(R&D)을 실행하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마곡 LG화학 R&D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위기 상황을 돌파하자는 주문이다. 최근 LG그룹 각 계열사는 구 회장의 ‘R&D 중심 경영’을 구체화하기 위해 확장현실(XR) 등 미래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연구소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LG전자, VR·AR 경쟁력 강화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XR연구실을 신설했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용어다. 시장에선 XR 기술이 제조업과 헬스케어는 물론 메타버스 같은 신사업에도 활발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XR연구실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XR연구실장은 모바일기술개발실장인 이석수 상무가 겸임한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엔 전력전자·제어연구소가 새로 생겼다. 부품 경쟁력을 키우고 전력·전자 분야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소장은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오재윤 상무다. 이 밖에 LG전자는 소자재료연구소의 진용을 강화해 주력 제품인 마이크로LED TV의 소자 품질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품질 향상

LG화학은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은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첨단소재사업본부는 본부장 직속으로 전지소재연구소를 신설했다. 지난달 인사에서 승진한 최영민 전무가 연구소를 이끈다. 최 전무는 KAIST 재료공학 박사로 GS에너지 전지소재연구소에서도 소장으로 일했다.

연구소는 양극재 등 신규 전지소재 사업 관련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들어 R&D 인력을 500여 명 늘리고 R&D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할 정도로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적이다.

바이오사업을 담당하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본부장 직속으로 연구개발부문을 신설했다. 신약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 CMC연구소 등 사업본부 내 연구소의 협업을 촉진하고 연구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경쟁력 강화를 위해 CTO 산하 특허 담당 조직을 특허센터로 격상했다. 2만5000건(지난 6월 말 기준) 이상으로 불어난 특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고제품책임자(CPO) 산하에도 전극과 파우치형 제품, 원통형 제품과 관련한 기술센터를 두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 언어AI랩을 신설, 인공지능(AI)연구소 내 4개 랩 체제를 구축했다. LG CNS는 앞서 비전AI랩, 데이터AI랩, AI엔지니어링랩을 운영하며 AI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정기 인사에도 구 회장의 R&D 중심 경영 기조가 반영됐다. 신규 임원 114명 중 약 27%인 31명이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R&D 전문 인력으로 채워졌다. 그룹 내 R&D 전문 임원은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었다. LG그룹 관계자는 “AI, SW, 빅데이터, 친환경 소재, 배터리 등의 R&D 분야에서만 3년간 전체 채용 인원의 10%가 넘는 30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라며 “구 회장의 미래 준비 기조를 바탕으로 신기술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