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JY(이재용 회장)표 사업’으로 꼽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분기 매출이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고객사 맞춤형 칩을 생산하기 때문에 시황에 덜 민감한 파운드리 사업의 장점이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구조에 지각변동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증권사 분석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3분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55억8400만달러(약 7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낸드플래시 매출(43억달러·약 5조6200억원)보다 12억8400만달러(29.9%) 많다.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플래시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선전은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관련 ‘맞춤형 칩’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의 파이가 커진 영향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0% 커진 1321억달러(약 172조원)다.

고객사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와 구글, 테슬라 등 맞춤형 칩을 원하는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최첨단 공정의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개선됐고 전통 공정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정보기술(IT) 기기용 저장장치에 활용되는 낸드플래시는 PC, 스마트폰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4.81달러에서 지난달 4.14달러로 13.9%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3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