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카메라,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배터리,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LG 주요 계열사가 개발 및 판매하고 있는 주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품목이다. 산업계에선 “LG가 ‘차체 빼고’ 모든 전장부품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년 내 LG를 대표하는 핵심 사업군으로 전장사업이 꼽힐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트폴리오 완성…본격 확장

28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그룹 차원에서 내년 주력 신사업으로 전장 분야 투자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반기부터 LG전자,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 전장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하면서 사업 확장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LG는 전장부품과 관련해 거의 모든 사업에 손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전방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LG에서 배터리를 제외한 전장부품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다.

LG전자의 대표 전장 사업은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장비 분야다. LG전자는 올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으로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고성능 텔레매틱스 등을 수주했다. 여기에 전기차 파워트레인, 조명 등을 합쳐 3대 영역에서 전장 사업을 키운다는 게 LG전자의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와 LG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패널도 각각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용 모터, 센서,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는 LG이노텍도 올해 3분기부터 전장 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LG이노텍의 차량용 카메라 모듈은 각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로 꼽힌다.

○애플 협업 가능성도…관건은 수익성

전장 분야 후발 주자인 LG가 이처럼 성장한 건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주효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LG전자는 2018년 차량용 조명 시스템 업체인 오스트리아 ZKW를 인수하고,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세웠다.

LG전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 높게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내부에선 올해 VS사업본부 매출을 8조9070억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내년 매출은 10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수익성 확보다. LG 관계자는 “그동안 수주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대표 수익원’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LG는 부품 사업 외에도 전기차 충전으로 사업을 넓히면서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EV(전기차)충전사업담당을 신설했다. 이곳에선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 애플이 2026년께 ‘애플카’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 전장사업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LG가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할 것이라는 소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전장 포트폴리오와 애플의 설계 능력이 결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황정수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