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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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12월 29일 오후 5시18분

지난 5년간 호황을 누려온 전략컨설팅업계에 구조조정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사업 재편, 구조조정 등 불황 맞춤형 자문으로 호황이 이어졌지만 3분기를 기점으로 일감이 급감했다.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이 고액 컨설팅부터 줄이면서 전략컨설팅 수요가 갑자기 마른 탓이다. 새해엔 전략컨설팅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설 분위기다.

○고액 컨설팅 ‘긴축’ 나선 기업들

"5년 파티 끝났다" 컨설팅社 구조조정 돌입
29일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맥킨지앤컴퍼니, 베인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AT커니 등 글로벌 전략컨설팅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작게는 유사중복 기능의 조정 및 부서 슬림화, 크게는 기능 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 형태다.

컨설팅업 호황기에 고액 인재를 대거 수혈했지만 갑작스러운 업황 부진에 직면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전략컨설팅펌 고위 임원은 “지난 5년간 호황이었는데 작년과 올해 1분기 거의 정점을 찍었다”며 “고액 인재를 많이 데려왔는데, 3분기부터 일감이 급격히 줄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곳은 매출이 유지되지 않으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만 해도 전략컨설팅업계는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사업 재편, 체질 개선 등을 고심하면서 불황에도 기업 자문 수요가 적지 않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친환경 바람이 분 것도 호재였다. 글로벌 기업을 자문하며 쌓은 트랙레코드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업들의 위기의식은 비싼 자문료도 흔쾌히 감수할 정도였다.

일거리가 넘쳐나면서 전략컨설팅업계는 공격적으로 인재를 수혈했다. 맥킨지 베인 BCG 등 ‘빅3’의 신입 컨설턴트 연봉(기본급)이 억대에 육박할 정도로 ‘몸값’은 높아졌다.

분위기가 반전한 건 3분기부터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면서 고액 컨설팅부터 끊은 것이다. 정부기관도 재정 문제로 컨설팅 의뢰를 축소하는 추세다. 팬데믹 대응, 구조조정, 비용 절감 등 불황 맞춤형 자문도 있지만 전체 일감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 전략컨설팅 내재화 한몫

전략 프로젝트 자체의 씨가 말랐다는 전언이다. 회계법인보다 1.5~2배 비싼 자문료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고객사의 자체 전략컨설팅 기능이 강화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전략컨설턴트들이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에 많이 유입됐다. 이들의 역할이 클라이언트들에 내재화됐다는 얘기다.

그동안 전략컨설턴트는 헤드헌터의 주된 영입 대상이었다.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증시가 활황일 땐 스톡옵션도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10년차 이상은 창업에 나서거나 투자업계에 중진으로 참여했다. 미래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부문별 최고책임자급인 C레벨로의 이직 사례도 잦았다. 컨설팅 외주 대신 자체적인 전략 수립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기업이 많아졌다.

전략 측면에 집중하던 맥킨지 베인 BCG는 로컬업체들이 주로 맡던 오퍼레이션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굵직한 전략 수립 업무가 줄다 보니 마케팅 효율화 방안이나 비용 절감, 공급망관리 등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