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자마자 완판' MZ세대 열광…요즘 뜨는 '성수동 핫플'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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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펙스, 빈폴, 톰보이
40년 넘은 토종 패션 브랜드의 부활
40년 넘은 토종 패션 브랜드의 부활
프로스펙스가 첫선을 보인 건 1981년 11월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전신인 롯데쇼핑센터에 1호점을 열었다. 올해로 43년 차인 프로스펙스가 최근 여의도, 성수동에 이어 대구 동성로에도 ‘오리지널 스포츠’라는 이름을 걸고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를 열었다.
올해로 브랜드 탄생 46년 차인 스튜디오 톰보이의 성수동 팝업 스토어엔 젊은 패셔니스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톰보이 운영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작년 11월 문을 연 성수 체험형 매장 방문객의 90%가량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복고 열풍은 불황기의 상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도 ‘80년대 패션’이 소환되곤 했다. 슈즈(신발)만 해도 1980년대를 풍미했던 리복의 ‘클럽 C85’ 같은 코트화가 다시 유행이라고 한다. 이번 복고 열풍에서 주목할 만 한 건 토종 장수 브랜드의 귀환이다. 프로스펙스, 빈폴, 스튜디오 톰보이 등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에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에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와 중학교에 다닌 기자에게도 프로스펙스는 르까프와 함께 유년 시절을 위로해 준 신발 브랜드였다. 나이키 신발을 사달라고 한참을 조르는 아이에게 부모는 프로스펙스라는 훌륭한 대체제를 제시했고, 아이는 ‘F’를 옆으로 뉘어 놓은 ‘브랜드 신발’의 제법 그럴듯한 날렵함에 타협하곤 했다.
프로스펙스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특유의 제품력 하나로 굳건히 슈즈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해왔다. 한국인의 발에 맞는 신발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물론, 특화된 전문성을 보여 국내 스포츠 브랜드다운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
시그니처 워킹화 ‘블레이드 BX’는 프로스펙스만의 축적된 기술력과 우수성이 모두 집약된 ‘걷기를 위한 운동화’의 결정체다. 발뒤꿈치 힐 부분에 초경량 고탄성 소재 Pebax®'(페박스)를 적용한 프로스펙스만의 신규 솔 ‘S-BLADE’(에스 블레이드)를 장착해 걷기 좋은 운동화의 표본을 보여줬다. 중년 남성들의 추억의 신발로 잊힌 듯했던 프로스펙스가 요즘엔 현대적 감성으로 갈아입고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만 공개한 프로스펙스의 ‘OS 바시티 레터맨 재킷’은 나오자마자 완판됐다. 덕분에 2주 공개된 이벤트 매장엔 약 8000명이 다녀갔다.
트래디셔널 브랜드에선 빈폴과 헤지스의 귀환이 올해 패션 시장의 흥미로운 ‘사건’이다. 빈폴은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광고 카피가 숱한 패러디로 재탄생할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 새롭게 ‘어필’하고 있다. 빈폴은 최근 MZ세대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그래서 우리는 빈폴을 입지’를 슬로건으로 새로운 캠페인 영상을 제작,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캠페인 영상엔 배우 김민규·전여빈, 작가 김이나,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브이로그 형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세련되게 보여준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멋 부리긴 싫어도 멋있어 보이고 싶은 MZ세대의 마음을 담아 에센셜 상품을 다채롭게 믹스한 모습을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로 31년 차인 헤지스 역시 2018년 서울 명동에 스페이스 H라는 랜드마크 매장을 연데 이어 ‘헤지스 아이코닉’이라는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트래디셔널 브랜드에서 뭘 사면 되는 거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카라 셔츠, 꽈배기 니트 등 대표 디자인에 특화된 상품을 내놨다.
여성복 시장에선 톰보이가 2030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1990년대 초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도발적인 이미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톰보이는 지난해 초 배우 김다미를 브랜드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톰보이를 인수한 이후 유명 연예인을 여성복 모델로 기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튜디오 톰보이가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성복 브랜드로 손꼽히자 기존 브랜드 관행을 깨고 마케팅 전략을 변경한 것. 김다미가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MZ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발탁 배경이 됐다.
이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MZ세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스튜디오 톰보이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며 스포츠 라인인 ‘톰보이 스포츠 클럽’을 런칭, 인증샷 트렌드를 반영해 밝은 색감과 짧은 기장의 티셔츠를 주력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현대적 감성과 가치를 담은 다양한 제품과 활동을 펼치며 가치 소비와 뉴트로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고 있다”며 “더불어 오랜 시간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해 온 중장년층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올드 브랜드의 장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올해로 브랜드 탄생 46년 차인 스튜디오 톰보이의 성수동 팝업 스토어엔 젊은 패셔니스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톰보이 운영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작년 11월 문을 연 성수 체험형 매장 방문객의 90%가량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복고 열풍은 불황기의 상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도 ‘80년대 패션’이 소환되곤 했다. 슈즈(신발)만 해도 1980년대를 풍미했던 리복의 ‘클럽 C85’ 같은 코트화가 다시 유행이라고 한다. 이번 복고 열풍에서 주목할 만 한 건 토종 장수 브랜드의 귀환이다. 프로스펙스, 빈폴, 스튜디오 톰보이 등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에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에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와 중학교에 다닌 기자에게도 프로스펙스는 르까프와 함께 유년 시절을 위로해 준 신발 브랜드였다. 나이키 신발을 사달라고 한참을 조르는 아이에게 부모는 프로스펙스라는 훌륭한 대체제를 제시했고, 아이는 ‘F’를 옆으로 뉘어 놓은 ‘브랜드 신발’의 제법 그럴듯한 날렵함에 타협하곤 했다.
프로스펙스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특유의 제품력 하나로 굳건히 슈즈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해왔다. 한국인의 발에 맞는 신발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물론, 특화된 전문성을 보여 국내 스포츠 브랜드다운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
시그니처 워킹화 ‘블레이드 BX’는 프로스펙스만의 축적된 기술력과 우수성이 모두 집약된 ‘걷기를 위한 운동화’의 결정체다. 발뒤꿈치 힐 부분에 초경량 고탄성 소재 Pebax®'(페박스)를 적용한 프로스펙스만의 신규 솔 ‘S-BLADE’(에스 블레이드)를 장착해 걷기 좋은 운동화의 표본을 보여줬다. 중년 남성들의 추억의 신발로 잊힌 듯했던 프로스펙스가 요즘엔 현대적 감성으로 갈아입고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만 공개한 프로스펙스의 ‘OS 바시티 레터맨 재킷’은 나오자마자 완판됐다. 덕분에 2주 공개된 이벤트 매장엔 약 8000명이 다녀갔다.
트래디셔널 브랜드에선 빈폴과 헤지스의 귀환이 올해 패션 시장의 흥미로운 ‘사건’이다. 빈폴은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광고 카피가 숱한 패러디로 재탄생할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 새롭게 ‘어필’하고 있다. 빈폴은 최근 MZ세대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그래서 우리는 빈폴을 입지’를 슬로건으로 새로운 캠페인 영상을 제작,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캠페인 영상엔 배우 김민규·전여빈, 작가 김이나,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브이로그 형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세련되게 보여준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멋 부리긴 싫어도 멋있어 보이고 싶은 MZ세대의 마음을 담아 에센셜 상품을 다채롭게 믹스한 모습을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로 31년 차인 헤지스 역시 2018년 서울 명동에 스페이스 H라는 랜드마크 매장을 연데 이어 ‘헤지스 아이코닉’이라는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트래디셔널 브랜드에서 뭘 사면 되는 거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카라 셔츠, 꽈배기 니트 등 대표 디자인에 특화된 상품을 내놨다.
여성복 시장에선 톰보이가 2030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1990년대 초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도발적인 이미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톰보이는 지난해 초 배우 김다미를 브랜드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톰보이를 인수한 이후 유명 연예인을 여성복 모델로 기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튜디오 톰보이가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성복 브랜드로 손꼽히자 기존 브랜드 관행을 깨고 마케팅 전략을 변경한 것. 김다미가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MZ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발탁 배경이 됐다.
이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MZ세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스튜디오 톰보이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며 스포츠 라인인 ‘톰보이 스포츠 클럽’을 런칭, 인증샷 트렌드를 반영해 밝은 색감과 짧은 기장의 티셔츠를 주력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현대적 감성과 가치를 담은 다양한 제품과 활동을 펼치며 가치 소비와 뉴트로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고 있다”며 “더불어 오랜 시간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해 온 중장년층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올드 브랜드의 장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