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닮았다 다이소와 쿠팡...고객 감동의 장인들 [안재광의 대기만성's]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000원 보다 가치있는 상품을
소비자는 기가 막히게 알아봐
고물가에도 균일가 전략 고수
쿠팡도 고객 감동 위해 뭐든 다해
팬덤 기업 된 것도 닮은꼴
소비자는 기가 막히게 알아봐
고물가에도 균일가 전략 고수
쿠팡도 고객 감동 위해 뭐든 다해
팬덤 기업 된 것도 닮은꼴
▶안재광 기자
다이소를 창업한 박정부 회장이 쓴 책
'천 원을 경영하라'가 베트스셀러에 올랐습니다. 저는 이분과 인터뷰도 하고 책도 읽어봤는데,
쿠팡과 비슷한 점을 정말 많이 발견했습니다.
역시 되는 회사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고객 감동의 장인 쿠팡,
아니 다이소입니다. 우선 다이소를 정의하고 갈게요. 다이소는 두 개가 있죠.
일본 다이소와 한국 다이소. 다른 회삽니다. 일본 다이소를 운영하는 곳은 대창산업(大創産業),
일본말로 '다이소산교'이고, 한국 다이소의 운영은
이번에 책 내신 박정부 회장의 아성다이소가 합니다.
우리는 아성다이소를 다룰 거예요.
박정부 회장이 늘 강조하는 게 있는데 고객 감동입니다.
경영 이념 같은 거예요. 이분이 업의 본질을 이렇게 정리해요.
'고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기 위해 구매 대행이라는
전쟁을 치열하게 대신 치러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의 만족 극대화다' 이걸 사업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가격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팔 물건을 주문합니다.
예컨대 가격을 1000원, 이런 식으로 못을 박고
와인잔, 주방용품, 세제 같은 제품을 협력사에 발주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건 앞뒤가 바뀐 거죠.
유통업이란 게 예를 들어 물건을
800원에 사 와서 마진 200원 붙여서
1000원에 파는 게 업의 본질이죠. 마진 떼기 장사에요. 박정부 회장이 이걸 뒤집은 겁니다.
거꾸로 가격부터 정하니까 문제가 발생해요.
바로 마진입니다. 마진이 적어서 남는 게 없거나,
적자가 나기도 합니다.
박정부 회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면
우선 양 떼기 전략을 씁니다.
한 번에 엄청 많이 발주해서 단가를 확 낮춥니다.
이걸 배운 사람들은 '규모의 경제'라고 하죠.
남들 1만개 주문할 때 다이소는 100만개 하는 식이에요. 또 하나가 핵심에 집중해서 쓸데없는 기능을 덜어내요.
유리잔을 1000원에 팔고 싶은데 아무리 많이 주문해도
단가가 1000원보다 비싸면 팔아도 손해잖아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컵 손잡이를 뺀다든지,
크기를 줄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1000원 이하로
단가를 맞춥니다. 박정부 회장이 30년간 이 사업을 하면서
신념이 하나 생겼는데, 사람들은 1000원짜리
가치를 기가 막히게 알아서 1000원보다 더 값지면
무조건 산다는 겁니다.
싸구려라 사는 게 아니라 가치가 있었기에 산다는 거죠. 다이소 매장 가보면 '이게 어떻게 1000원이야'
하면서 막 주워 담는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
1000원인지 알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 5000원인
것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비싸 봐야 5000원이죠.
사실 고객 감동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다 강조하고 있는데 거의 말로만 하죠.
저는 다이소 이외에 진심으로 고객 감동에
목숨 거는 회사는 최근에 딱 한 곳 봤습니다. 쿠팡입니다. 서울 잠실에 있는 쿠팡 본사에 취재하러
간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 고객 감동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어요.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거의 교주처럼 이 말을
반복해서 직원들에게 합니다.
고객 입에서 '와우' 하고 감탄사가 나와야 고객 만족이라고. 단순히 말로만 한 게 아니라 사업으로 실천했는데,
다 아시는 로켓배송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쿠팡이 사업 초반에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가장 낮게 나온 게 배송이었대요.
사실 온라인 쇼핑은 늘 배송이 문제죠.
과자 같은 거 싸게 사도 오는 데 2주 걸리면,
차라리 편의점 가서 사 먹죠. 또 기껏 물건 왔는데 배송 기사가 집어 던져서
깨져 있으면 반품해야 하고, 이거 귀찮아서 그냥 쓰기도 하죠.
쿠팡이 로켓배송하기 전까진 온라인쇼핑 사업자나, 소비자나
원래 그런 것인 줄 알고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택배회사 기사님 눈치 보면서. 김범석 의장이 이걸 바꾸죠.
하루 만에 가고, 친절하게 전달하고.
실현하려면 방법은 딱 하나였어요.
택배회사를 직접 차리는 것. 그래서 차립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게. 쿠팡의 그 유명한 적자가 그렇게 나옵니다.
전국에 엄청나게 큰 창고 짓고,
배송 기사 고용하고 트럭 사고 하느라 몇조 썼어요.
그래도 고객은 감동했으니까 쿠팡은 적자 나도 행복하죠.
다이소와 쿠팡이 고객을 감동을 주니까
따라온 게 있는데 바로, 팬덤입니다.
이게 두 번째 공통점이에요.
한국 기업 중에 팬덤 있는 회사 꼽으라면
사실 거의 없어요. 미국은 많죠.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등.
근데 한국은 고객 감동은커녕, 욕만 안 먹어도 고맙죠. 다이소는 팬덤이 엄청나요.
유튜브에 다이소 검색 한번 해보세요.
다이소에서 사야 할 품목이 끝도 없이 뜹니다.
조회수 100만 넘는 게 수두룩 합니다. 다이소 매장에 가 보면 일없이 그냥 둘러보는
사람들도 많죠. 물건 사러 온 게 아니라
다이소에 놀러 온 겁니다. 쿠팡의 팬덤도 유별나죠.
가격 검색하고 상품 비교하는 것도 시간 있고
에너지 있는 사람이나 하지.
바쁘면 그냥 쿠팡 씁니다.
기저귀, 생수 같은 거 쿠팡에서 전날 밤에 주문해서
다음날 받는다는 게 그냥 감사한 일이인 거예요. 쿠팡 관련 기사나 블로그에 댓글 붙는 것 한번 보세요.
거의 댓글부대 수준이에요.
댓글 알바를 써도 이것보다 잘 하기 힘들어요. 다이소와 쿠팡은 대기업이 못 한다는 점도
공통분모입니다. 이런 걸 경영학에선
해자라고 하던데요. 옛날 중세 시대에
적들이 성벽을 못 넘게 성 주변에 연못 같은 것을
빙 둘러 판 것이 해자죠. 사실 롯데 신세계 같은 대형 유통사가
다이소 같은 균일가 매장을 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간만 보다 결국 못했죠.
균일가로 1000원, 2000원 이렇게 가격을 정해놓고
물건을 파는 게 쉬워 보여도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협력사에 납품단가 후려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박정부 회장은 한국 다이소 하기 전에
일본 다이소에 물건 납품부터 했어요.
1000원에 팔 수 있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서 전국 곳곳, 세계 곳곳을 다닙니다. 박정부 회장 덕분에 매출이 확 늘어난
중소기업도 엄청 많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롯데, 신세계가 나타나서
물건 싸게 달라고 하면 그냥 주기 어렵죠.
아무리 롯데, 신세계여도. 다이소와 협력관계가 있는데. 더구나 다이소가 엄청나게 커져서 지금은 롯데, 신세계
못지않습니다. 별로 아쉬울 게 없어요. 쿠팡처럼 못 하는 것도 해자가 깊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여긴 유통을 한 게 아니라 트래픽 사업을 했죠.
사용자를 최대한 끌어모아서 바글바글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건 제가 별도로 다룬 영상이 있으니 한번 보시면 좋습니다.
국적 논란도 닮은꼴이죠.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와 이름이 같아요.
박정부 회장이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다가
한국에 매장을 차렸는데,
원래 간판은 다른 이름이었어요. 아스코 이븐플라자.
근데 일본 다이소가 지분 투자하겠다고 해서
박정부 회장이 돈 받고 지분 34%를 떼어 줍니다.
그땐 안전판 같은 것이었대요.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는데 지분투자까지 받으면
일본 다이소가 물건 계속 받아줄 것 같잖아요.
납품하는 회사는 늘 계약 끊을까 봐 전전긍긍하거든요. 근데 박정부 회장은 투자받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아예 가져다 쓰죠.
본인 책에선 이 결정 탓에 이후 내내 일본기업 논란에
시달렸다고 썼는데요.
사실 일본 다이소는 한국 다이소를 자기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본 다이소 홈페이지 보면, 2001년 9월 한국에 진출했다
이렇게 적어 놨거든요. 다이소란 브랜드를 썼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장한 면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일본 다이소에 대한 신뢰가 있잖아요.
아스코 이븐플라자 이걸 브랜드로 계속 썼으면
지금처럼 됐을까 싶긴 해요. 그러니까 이건 이득이 된 것도 있고 손해가 된 것도 있어요.
일본 기업으로 취급이 돼서 억울하면 사실 다이소 간판
떼면 됩니다.
이렇게 한 회사가 실제로 있었죠.
편의점 CU입니다.
원래 이름은 훼밀리마트였어요.
여긴 아예 로열티까지 주고 일본 편의점 이름을 가져다 썼죠.
다이소처럼 지분 투자도 받고요. 벌써 10년이나 됐네요.
2012년까지 훼밀리마트로 있다가 매장이 8000개가 되고,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자 독자 브랜드 CU로 간판을 바꾸고,
일본 지분을 다 청산합니다. 공교롭게 한국 다이소 매출이 2021년 3조원가량 했습니다.
아성다이소가 2조6000억원, 일본 다이소에 물건 납품하는
아성에이치엠피가 5400억원.
CU가 훼밀리마트 청산할 때와 비슷한 규모에요. 박정부 회장이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겠지만
다이소 간판을 뗄 지 말지 분명 고민을 했을 겁니다.
특히 해외로 나가고 싶으면 더 그렇겠죠.
미국 캐나다 베트남 라오스 같은 나라에는 일본 다이소가
이미 있으니까요. 쿠팡의 국적 논란은 사실 논란도 아니에요.
회사가 아예 미국에 있어요.
한국 쿠팡의 모기업은 100% 지분을 보유한
미국 쿠팡입니다.
미국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이 됐죠.
쿠팡 창업주 김범석 의장이 한국계 미국인인 것처럼
쿠팡도 한국계 미국 회사입니다. 근데 이런 국적 논란은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
다이소와 쿠팡 모두
한국에서 돈 벌고,
한국에서 투자하고,
한국에서 고용하고,
한국에서 세금 냅니다. 다이소와 쿠팡은 한국 유통 업계에
이단아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경쟁사와 협렵사들이 불편해했고 논란도 있었죠.
그래도, 이들 회사가 성공한 것은 역시 고객을 감동을 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다이소가, 혹은 쿠팡이
0.1%라도 물가 낮추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이소가 한국에 상장해서
한국의 투자자들이 다이소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리면 좋겠습니다.
천 원짜리 팔아 매출 3조 된 다이소,
앞으로도 가격 안 올리고 좋은 제품만 골라 파는지
눈여겨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이하진 PD
촬영 박지혜·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