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날릴 판"…베트남行 항공권 취소했다가 '불만 폭발'
A씨는 베트남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여행 플랫폼 T사를 통해 비엣젯항공 왕복 항공권을 발권했다. 그런데 지인과 일정을 조율하던 중 날짜를 변경키로 하고 항공권을 취소했다. 환불을 받은 후 재예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A씨는 50만원에 달하는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비엣젯항공이 최초 결제수단 환불을 거부하고 △6개월 또는 1년 내에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양도 불가) △자사 항공권 쿠폰으로만 환불을 해준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A씨는 쿠폰을 받으면 비엣젯항공 항공권을 재예약 할 생각이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2주가 지나도록 쿠폰이 감감 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T사에 항의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최종 환불 완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만 반복할 뿐이었다.

여행 커뮤니티에는 비엣젯항공 환불까지 3개월이 넘게 걸린 사례까지 공유되고 있었다. 결국 A씨는 다른 항공사로 예매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1년에 한두번 휴가가는 직장인이 6개월 내에 언제 비엣젯항공 바우처를 쓸 수 있겠느냐"며 "이건 서비스 불만이 아니라 불공정거래 아닌지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고 국내외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항공권 관련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항공권 판매 글로벌 OTA(온라인 대행 사업자) 8곳(고투게이트, 버짓에어, 아고다, 이드림스, 익스피디아, 키위닷컴, 트립닷컴, 트래블제니오·가나다 순)을 조사한 결과 이용 약관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거나 주요 거래조건이 국내 법규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6개월간(2019~2022년 6월) 접수된 항공권 판매 글로벌 OTA 관련 소비자불만 6260건을 유형별로 분석했더니 ‘취소·변경·환불 지연 및 거부’가 3941건(63.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위약금·수수료 과다 요구 등’이 1429건(22.8%), ‘계약불이행’ 509건(8.1%), ‘사업자 연락두절’ 150건(2.4%) 등이었다.

조사대상 8개 업체의 이용 약관을 분석한 결과, 6개 업체가 환불 불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조항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이 아닌 크레디트(특정 기간 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적립금)로 환급할 수 있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환불 규정이 불공정한 이유가 크지만 OTA들의 대응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업법에 따라 국내 여행업자로 등록한 사업자는 항공권의 변경·취소 및 환불 가능 여부를 상세히 표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조사대상 OTA의 거래조건 표시사항을 모니터링한 결과, 익스피디아를 제외한 7개 업체가 항공권의 ‘변경·취소 및 환불 정보’를 기준보다 미흡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