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하철에서 승객 대부분이 나이키 '판다 덩크'를 신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지하철에서 승객 대부분이 나이키 '판다 덩크'를 신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때 웃돈까지 얹어야만 살 수 있었던 나이키 운동화 '판다 덩크'의 인기가 식으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 이유를 조명했다.

WSJ는 7일(현지시간) '나이키의 판다 덩크는 모든 사람들이 착용하기 전까지 수집가들의 꿈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판다 덩크의 인기 하락 요인을 '희소성 하락'으로 분석했다.

해당 신발은 국내에도 배우 공유, 방탄소년단 슈가 등 유명 스타들이 신어 유명해졌다. 흰색과 검은색의 배색과 모양이 마치 범고래를 닮았다며 국내에선 '범고래 덩크'로도 불렸다.

WSJ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다니는 잭 존스는 2021년 초 리셀 업자에게 280달러(약 35만원)에 판다 덩크를 구매했다. 이 신발의 미국 출시가는 100달러(약 12만원)다. 출시가의 2.5배를 지불한 셈이다.

신발 마니아인 그는 지난해 이 신발로 인해 크게 실망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 신발을 신고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갔다가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을 75명이나 목격한 것이다. 그는 "마치 페이스북이 처음 나왔을 때 어린아이들만 하다가 갑자기 엄마들이 페이스북을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며 "더 이상 멋지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판다 덩크의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수집가들에겐 더 이상의 매력이 없는 물건이 돼가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운동화 정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앤서니 트레비소도 판다 덩크에 대해 "더 이상 보기 싫다"며 "창의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판다 덩크는 2021년 1월 첫 출시한 당시엔 한정적인 수량만 판매했다. 처음 판매가격은 100달러(약 12만원)였으나 스탁엑스에서 리셀(재판매) 가격이 2021년 12월 300달러(약 37만원)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 구매 응모를 하면, 추첨된 인원만 판다 덩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키가 시중에 물량을 늘리자 판다 덩크의 리셀가는 뚝 떨어졌다. 최근에는 150달러(약 18만원) 선까지 내려왔다. WSJ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나이키는 올해 1월 재입고 기간 중 15만켤레의 판다 덩크를 새로 들여왔고, 재고로도 50만켤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가로 10만원대 초중반에 팔리던 이 신발은 리셀가가 30~40만원 사이에서 형성되기도 했으나,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서 물량이 풀린 이후에는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신발 마니아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하철에 범고래 출몰"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지하철에서 대부분 승객이 판다 덩크를 신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공유했다. 누리꾼들은 "너무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자주 보이니까 좀 그렇다", "진짜 희귀할 때 리셀가 주고 샀는데 억울하다", "너무 흔해져서 싫다" 등 반응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리셀하는 사람들은 나이키가 이달 중 판다 덩크를 재입고하고, 이후에도 추가 재입고를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운동화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데이비드 다니엘은 WSJ에 나이키의 결정이 달갑지 않다며 "운동화가 도처에 보이기 시작하면 매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