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5만원짜리가 1만원대"…일본 가면 꼭 사온다는 '이것'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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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스키' 캔 하이볼 나온다
일본서 들여오는 이유는
일본서 들여오는 이유는
편의점들이 ‘진짜 위스키’를 넣은 캔 하이볼 제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선보인다. 위스키에 빠진 2030 주당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위스키에 소다를 섞은 하이볼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주점 등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이를 지켜본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집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캔 하이볼 제품들을 내놨다.
초기 제품들은 한 캔에 4000~5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주정에 오크칩을 섞어 위스키 향을 낸 수준에 그쳤다. 애호가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자 결국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을 들여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진짜 캔 하이볼은 국내산이 아닌 일본산이다. 위스키 원액도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이다. CU의 리얼위스키하이볼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원액을 일본산 주정과 혼합해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이 준비 중인 캔 하이볼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해 일본에서 만들었다.
진짜 캔 하이볼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선 위스키 원액을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구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증류소는 두 곳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증류소들이 가동 중이다. 이들 증류소 중에서는 하이볼용으로 쓰이는 저숙성·저가 원액을 만드는 곳도 있다.
이런 원액을 사용해야 한 캔에 5000원 수준의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고율의 세금(과세표준의 72%)을 종가세를 적용해 부과하는 것은 원가부담을 키우는 핵심요인이다.
편의점들도 국내에서 진짜 캔 하이볼을 조달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 취향을 맞출 다양한 주종을 구비하는 게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말 2443개였던 발급 주류제조 면허가 2021년 말 2717개로, 2년 새 274개 늘어날 정도로 제조기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기획력과 양조 네트워크만 갖추고 있다면, 어떤 술이건 자체 브랜드(PB)로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란 얘기다. 한 편의점 주류담당 바이어는 “술에 대한 선호가 워낙 빠르게 변해 기획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위스키 생산이 활성화돼 있다면, 굳이 일본에서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요즘 많이 보이는 글이다. 위스키가 직장인들이 ‘2차’에서나 가끔 들이키던 술이었을 시절엔 위스키 과세체계에 문제의식을 갖는 일반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내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적극적으로 찾아 마시는 2030 애호가들이 급증하면서 주세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위스키, 소주 등 증류주는 가격이 비쌀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종가세 기반이다. 술의 양, 도수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 기반의 맥주, 탁주와 다르다. 증류주는 세율이 72%, 약주·청주·과실주는 30%다. 다른 주종에 비해 가격이 특히 비싼 위스키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구조다.
일본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1L 용량의 40도짜리 위스키 과세표준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일본에서는 4000원 정도의 주세가 붙는다. 위스키 가격이 20만원이라도 용량·도수가 같으면 주세도 같다. 여기에 소비세(10%) 등이 얹힌다. 한국으로 오면 확 달라진다. 10만원짜리 위스키에 주세 7만2000원이 붙는다. 주세의 30%만큼 교육세(2만1600원)도 더해진다. 여기에 부가세 10%를 얹으면 세금만 11만원이 넘는다. 같은 도수, 같은 용량의 20만원짜리 위스키는 주세(14만4000원), 교육세(4만3200원), 부가세(3만8720원)가 더해져 20만원 이상으로 뛴다.
위스키 업계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이런 주세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과세당국은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같은 증류주인 ‘서민의 술’ 소줏값 상승을 우려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주는 종가세 체계에서 세 부담이 굉장히 낮지만, 종량세가 적용되면 위스키랑 세율이 같아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2020년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전환될 당시 증류주는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증류주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위스키에 소다를 섞은 하이볼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주점 등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이를 지켜본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집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캔 하이볼 제품들을 내놨다.
초기 제품들은 한 캔에 4000~5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주정에 오크칩을 섞어 위스키 향을 낸 수준에 그쳤다. 애호가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자 결국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을 들여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진짜 캔 하이볼 속속 나와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 제품들이 CU와 GS25에서 곧 출시된다. CU는 스카치위스키를 사용한 ‘리얼위스키하이볼’ 판매를 오는 22일 시작한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조만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넣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이번에 출시되는 진짜 캔 하이볼은 국내산이 아닌 일본산이다. 위스키 원액도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이다. CU의 리얼위스키하이볼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원액을 일본산 주정과 혼합해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이 준비 중인 캔 하이볼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해 일본에서 만들었다.
진짜 캔 하이볼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선 위스키 원액을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구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증류소는 두 곳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증류소들이 가동 중이다. 이들 증류소 중에서는 하이볼용으로 쓰이는 저숙성·저가 원액을 만드는 곳도 있다.
이런 원액을 사용해야 한 캔에 5000원 수준의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고율의 세금(과세표준의 72%)을 종가세를 적용해 부과하는 것은 원가부담을 키우는 핵심요인이다.
◆위스키 인프라 한국 압도하는 日
편의점들이 위스키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을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는데, 생산까지 일본에서 마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일본의 인프라가 한국을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하이볼을 즐기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편의점들도 국내에서 진짜 캔 하이볼을 조달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 취향을 맞출 다양한 주종을 구비하는 게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말 2443개였던 발급 주류제조 면허가 2021년 말 2717개로, 2년 새 274개 늘어날 정도로 제조기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기획력과 양조 네트워크만 갖추고 있다면, 어떤 술이건 자체 브랜드(PB)로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란 얘기다. 한 편의점 주류담당 바이어는 “술에 대한 선호가 워낙 빠르게 변해 기획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위스키 생산이 활성화돼 있다면, 굳이 일본에서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日에선 1만원대가 韓에선 4만원
“위스키 사러 일본 여행 다녀왔는데, 한국에선 5만원에 파는 위스키가 일본에선 1만~2만원입니다. 주세(酒稅)가 문제긴 문제네요.”위스키 애호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요즘 많이 보이는 글이다. 위스키가 직장인들이 ‘2차’에서나 가끔 들이키던 술이었을 시절엔 위스키 과세체계에 문제의식을 갖는 일반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내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적극적으로 찾아 마시는 2030 애호가들이 급증하면서 주세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위스키, 소주 등 증류주는 가격이 비쌀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종가세 기반이다. 술의 양, 도수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 기반의 맥주, 탁주와 다르다. 증류주는 세율이 72%, 약주·청주·과실주는 30%다. 다른 주종에 비해 가격이 특히 비싼 위스키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구조다.
일본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1L 용량의 40도짜리 위스키 과세표준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일본에서는 4000원 정도의 주세가 붙는다. 위스키 가격이 20만원이라도 용량·도수가 같으면 주세도 같다. 여기에 소비세(10%) 등이 얹힌다. 한국으로 오면 확 달라진다. 10만원짜리 위스키에 주세 7만2000원이 붙는다. 주세의 30%만큼 교육세(2만1600원)도 더해진다. 여기에 부가세 10%를 얹으면 세금만 11만원이 넘는다. 같은 도수, 같은 용량의 20만원짜리 위스키는 주세(14만4000원), 교육세(4만3200원), 부가세(3만8720원)가 더해져 20만원 이상으로 뛴다.
위스키 업계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이런 주세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과세당국은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같은 증류주인 ‘서민의 술’ 소줏값 상승을 우려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주는 종가세 체계에서 세 부담이 굉장히 낮지만, 종량세가 적용되면 위스키랑 세율이 같아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2020년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전환될 당시 증류주는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증류주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