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GD도 갔던 보물창고 '동묘시장'…"예전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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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매물'이 사라진 이유
“좋은 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오늘도 허탕이네요.”
서울 숭인동에서 빈티지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32)는 20일 동묘공원을 찾아 아무렇게나 쌓여진 헌 옷더미를 뒤지다 발걸음을 옮겼다. 희소성이 있거나 깔끔한 ‘A급’ 매물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은 헌 옷 공장에서 물건을 떼어 올 때도 30~40% 정도 웃돈을 얹어줘야 겨우 한두 벌 건진다”며 씁쓸해했다.
과거엔 동묘시장이 있는 숭인동, 동대문 상권 등이 핵심이었다면, 요즘은 공인된 ‘핫플’ 성수동이 새 중심지로 뜨는 분위기다. 이곳에선 유명 디자이너들의 옛 작품을 구할 수 있는 빈티지 편집숍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성수동 빈티지 매장을 애용하는 정윤재(30) 씨는 “일본의 뮤지션이자 디자이너인 후지와라 히로시의 옷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팔지도 않는다”며 “성수동에 예전 매물이 올라왔다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고 빈티지 숍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빈티지 상권이 이렇게 확산하는 것은 너도나도 교복처럼 입는 이른바 ‘클론(복제)패션’에 질린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동에 있는 빈티지 리폼 매장 ‘이스트오캄’의 손현덕 사장은 “우리 제품은 ‘원앤온리(One and Only)’ 원칙으로 소량 생산한 후 다시 내놓지 않는다”며 “세월이 지나며 가치가 오르는 희귀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이런 흐름이 나타난 건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글로벌 물류난 여파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희귀의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가시화한 지난해부터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지만, 불경기를 견디다 못해 주요 의류 무역업체들이 파산한 게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한정된 내수시장을 놓고 업자들끼리 벌이는 매물확보 전쟁도 치열하다. 경기도 안산시 집하장 ‘헌옷알뜨리’의 변서현 사장은 “헌 옷 매입 시세는 ㎏ 당 400~600원 선이고, 도·소매업자들은 ㎏당 2000~4000원대에 물건을 가져간다”며 “30t 규모의 옷 무더기에서 각자 좋아 보이는 물건을 골라 가져가는데, 전쟁터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등을 통한 개인 중고 직거래가 늘어 헌 옷 배출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성수동 빈티지 매장 ‘wwtw’의 윤영도 사장은 “흔한 구제 의류 도소매업은 이제 개인 간 직거래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며 “빈티지 업계도 일반 소비자가 구하기 어려운 하이엔드 명품 위주로 재편 중”이라고 설명했다.
헌 옷 입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서 능력 있는 도매 거래처는 ‘1급 기밀’이 됐다. 좋은 매물이 자주 들어오는 집하장과 끈끈한 인맥이 없으면 소매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묘의 한 빈티지 매장 사장은 “강남의 부촌 아파트 단지에서는 가끔 버버리 등 명품 의류가 태그도 안 떨어진 채 버려지기도 한다”며 “그런 물건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주고받아 매수 과정이 엄청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안시욱/조봉민 기자
서울 숭인동에서 빈티지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32)는 20일 동묘공원을 찾아 아무렇게나 쌓여진 헌 옷더미를 뒤지다 발걸음을 옮겼다. 희소성이 있거나 깔끔한 ‘A급’ 매물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은 헌 옷 공장에서 물건을 떼어 올 때도 30~40% 정도 웃돈을 얹어줘야 겨우 한두 벌 건진다”며 씁쓸해했다.
상권은 확산하는데
다양성을 중시하는 요즘 2030 ‘패피(패션피플)’들에게 빈티지 시장은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젊은 층의 인기에 힘입어 서울시내 주요 빈티지 상권도 확산하는 추세다.과거엔 동묘시장이 있는 숭인동, 동대문 상권 등이 핵심이었다면, 요즘은 공인된 ‘핫플’ 성수동이 새 중심지로 뜨는 분위기다. 이곳에선 유명 디자이너들의 옛 작품을 구할 수 있는 빈티지 편집숍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성수동 빈티지 매장을 애용하는 정윤재(30) 씨는 “일본의 뮤지션이자 디자이너인 후지와라 히로시의 옷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팔지도 않는다”며 “성수동에 예전 매물이 올라왔다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고 빈티지 숍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빈티지 상권이 이렇게 확산하는 것은 너도나도 교복처럼 입는 이른바 ‘클론(복제)패션’에 질린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동에 있는 빈티지 리폼 매장 ‘이스트오캄’의 손현덕 사장은 “우리 제품은 ‘원앤온리(One and Only)’ 원칙으로 소량 생산한 후 다시 내놓지 않는다”며 “세월이 지나며 가치가 오르는 희귀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여전한 글로벌 물류난 충격
실상이 이런데도 빈티지 소매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매물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동묘의 한 빈티지 매장 직원은 “요즘 물건의 질도 나빠졌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다”며 “이따금 나오는 좋은 브랜드의 제품은 여러 매장에서 가져가려고 가격을 두 배로 제시하는 등 눈치 싸움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이런 흐름이 나타난 건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글로벌 물류난 여파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희귀의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가시화한 지난해부터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지만, 불경기를 견디다 못해 주요 의류 무역업체들이 파산한 게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한정된 내수시장을 놓고 업자들끼리 벌이는 매물확보 전쟁도 치열하다. 경기도 안산시 집하장 ‘헌옷알뜨리’의 변서현 사장은 “헌 옷 매입 시세는 ㎏ 당 400~600원 선이고, 도·소매업자들은 ㎏당 2000~4000원대에 물건을 가져간다”며 “30t 규모의 옷 무더기에서 각자 좋아 보이는 물건을 골라 가져가는데, 전쟁터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활성화 여파도
빈티지 매장 창업이 늘며 업계가 포화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수동 빈티지 매장 ‘브론즈윅’의 천종현 사장은 “최근 1~2년 새 소자본으로 창업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이제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찾아야 겨우 좋은 재고 한두 장씩을 구할 수 있는데, 물건값은 체감상 2~3배 정도 올랐다”고 토로했다.‘당근마켓’ 등을 통한 개인 중고 직거래가 늘어 헌 옷 배출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성수동 빈티지 매장 ‘wwtw’의 윤영도 사장은 “흔한 구제 의류 도소매업은 이제 개인 간 직거래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며 “빈티지 업계도 일반 소비자가 구하기 어려운 하이엔드 명품 위주로 재편 중”이라고 설명했다.
헌 옷 입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서 능력 있는 도매 거래처는 ‘1급 기밀’이 됐다. 좋은 매물이 자주 들어오는 집하장과 끈끈한 인맥이 없으면 소매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묘의 한 빈티지 매장 사장은 “강남의 부촌 아파트 단지에서는 가끔 버버리 등 명품 의류가 태그도 안 떨어진 채 버려지기도 한다”며 “그런 물건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주고받아 매수 과정이 엄청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안시욱/조봉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