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없이 만든 우유·치즈, 美 스며들었다…슈퍼 5000곳서 팔려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을 음식에 접목한 ‘푸드테크’가 농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젖소 한 마리 없이 바이오 기술로 만들어낸 인공우유 아이스크림이 미국 유명 슈퍼마켓 체인 수천 곳에서 팔리고, 맥도날드 버거킹 등 햄버거 가게에선 고기 육즙까지 재현한 식물성 대체육 메뉴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대형 마켓들은 푸드테크 제품을 파는 전용 판매대까지 갖췄다. 푸드테크가 ‘농식품산업의 미래’로 떠오르면서 투자금도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2021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에 투자된 벤처캐피털(VC) 자금 규모는 99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대체식품, 10년간 5배 성장 전망

대체식품은 가장 주목받는 푸드테크 분야로 꼽힌다. 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294억달러로 전체 푸드테크 시장(5542억달러)의 5.3%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가 2030년 시장 규모를 그보다 다섯 배 이상 큰 1620억달러로 내다볼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가 팔린 퍼펙트데이의 아이스크림(왼쪽)과 우유.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가 팔린 퍼펙트데이의 아이스크림(왼쪽)과 우유.
최근 기자가 찾아간 실리콘밸리의 퍼펙트데이도 인공유(乳) 제품으로 낙농산업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는 독보적인 ‘미생물 발효 단백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젖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고 유기화합물을 발효시켜 가루 형태의 인공 유청 단백질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 인공 유청 단백질로 우유와 치즈,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한다. 맛은 진짜 우유 제품과 거의 같다. 기자가 인터뷰하기 위해 사무실에 갔을 때 회사 직원이 인공유로 만든 카페라테와 알록달록 크림치즈가 올려진 크래커를 건넸는데, 실제 우유로 만든 제품과의 맛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이들 제품은 홀푸드, 크로거 등 미국 내 5000여 개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이다. 대표작인 ‘브레이브로봇’ 아이스크림은 2020년 출시 후 1년 만에 100만 개가 팔리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2014년 세워진 뒤 지금까지 7억5000만달러의 투자금을 받아 기업가치 15억달러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퍼펙트데이에 따르면 미생물 발효 공정은 젖소를 키우는 전통 낙농산업에 비해 온실가스는 97% 덜 배출하고 물은 99%를 절감한다.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 사용량도 40%에 불과하다. 라비 잘라 퍼펙트데이 글로벌 총괄은 “기존 유제품이 가진 항생제, 호르몬 등 문제도 없다”며 “3년 후면 기존 유제품과 비용도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핏물, 육즙까지 재현하는 대체육

식물성 대체육은 가장 기술이 고도화된 대체식품 분야로 꼽힌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가 콩, 완두콩, 쌀 등을 이용해 만든 식물성 대체육은 고기와 비슷한 식감에 핏물, 육즙, 지방까지 재현한다. 비욘드미트 제품은 미국에서 파운드당 5.7달러 수준으로, 4.1~6달러인 일반 다짐육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체육에 투자하려는 자금도 몰리고 있다. 작년 4월엔 동물 세포를 배양해 대체육을 제조하는 회사인 업사이드푸드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글로벌 식량기업 카길 등으로부터 배양육 회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최근 세포배양육 중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승인을 받으며 시판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선 SK㈜가 2020년 이후 퍼펙트데이에 1200억원을, 작년 11월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을 통해 연어살을 구현한 미국 스타트업 와일드타입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황정환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대체우유 기업 퍼펙트데이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우유 단백질 발효 실험을 하고 있다. 퍼펙트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