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께 서강대학교 정문 앞. 상인들이 꽃을 파는 모습이다.  /사진=이현주 기자
21일 오전 10시께 서강대학교 정문 앞. 상인들이 꽃을 파는 모습이다. /사진=이현주 기자
"분명 비슷한 꽃다발이 작년에는 3만원이었는데…."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졸업생 김모 씨(25)는 졸업식 축하 꽃다발을 사러 갔다가 6만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분명 작년에는 2만~4만원 정도 했던 꽃다발 가격이 1.5배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마포구 대흥역 지하철역 1번 출구 앞에서부터 서강대 정문으로 가는 길목에는 양옆으로 꽃을 파는 상인들이 늘어섰다. 학교 정문 앞에만 열 군데 이상 상인들이 좌판을 폈다. 즉석에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꽃다발을 만들어주는 곳은 20분 이상 기다려야 해 북적거렸다.

꽃다발 가격은 대체로 3만~5만원대였다. 가격이 저렴한 편인 3만원대 꽃다발 안에는 장미 5~6송이와 안개꽃이 약간 들어있을 정도였다. 껑충 뛴 꽃 가격이 부담스러운지 시들지 않는 3만원 내외 비누꽃이나 인형으로 만든 꽃다발을 사는 손님도 있었다. 인형 꽃다발도 큰 것은 6만원, 작은 것은 3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지인 졸업식을 맞아 꽃다발을 주문했다는 김모 씨는 "사장님에게 꽃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봤을 정도"라며 "졸업식용으로 적당한 꽃다발을 사려면 6만~10만원은 줘야 한다길래 혀를 내둘렀지만 어쩔 수 없이 구매했다"고 푸념했다.
21일 오전 10시께 서강대학교 정문 앞. 한 시민이 꽃을 사는 모습이다.  /사진=이현주 기자
21일 오전 10시께 서강대학교 정문 앞. 한 시민이 꽃을 사는 모습이다. /사진=이현주 기자
2월은 학교 입학·졸업식이 겹쳐 꽃 수요가 급증하는 달이다. 오는 5월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도 있지만 소비자는 물론 꽃을 파는 상인들도 우려가 크다. 꽃값이 너무 올라 수요가 줄까 봐 걱정돼서다. 꽃다발 단가를 맞추기 위해 들어가는 꽃 수를 줄인 경우도 있었다. 마포역 안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전체적으로 꽃 가격이 올랐다. 단가를 맞추려면 꽃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꽃값 급등세는 계속된 한파에 난방비가 크게 오른 데다 비료값, 포장재 값 등 전반적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시설농가 하우스 난방에 주로 사용하는 면세등유 평균 가격은 이달 셋째 주(12~18일) 기준 1L당 1257.3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2년 02월13~19일) L당 994.17과 비교해 26.5% 올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L당 798.67원이었던 등유 가격은 이듬해 평균 1288.39원으로 61.3%가량 증가했다.

생산비 상승은 화훼 경매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3~17일) 장미 10송이 평균 판매가는 1만519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73원) 대비 43.72% 뛰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졸업식 시즌은 화훼농가 성수기로 소득을 올리는 때"라면서도 "비료와 농약 값은 물론 전기료마저 비싸져 생산비가 40%나 올랐지만 꽃 가격은 평균 10%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난방비와 원자재 값에 꽃다발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이현주 기자
높아진 난방비와 원자재 값에 꽃다발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이현주 기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중고거래로 저렴한 가격대에 꽃 제품을 사고파는 현상도 나타났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졸업식에 받은 꽃다발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서강대를 비롯해 덕성여대·상명대 등 각 대학들 졸업식이 진행된 후 꽃다발 매물이 늘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한 당근마켓 이용자는 "오늘 아침에 사서 졸업식에서 사진만 찍은 싱싱한 꽃다발을 판다"며 2만5000원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꽃다발 매물들은 대부분 시장가의 반값 이하라 한두 시간 안에 금방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