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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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SM엔터·종목명 에스엠)의 현 이사회가 카카오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사업협력 체결 과정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원·음반 및 매니지먼트 유통 계약 등을 카카오 측에 무기한 넘기기로 해 도마에 올랐다. SM엔터가 추가적으로 신주 혹은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하면 카카오가 이를 우선적으로 인수하는 이례적인 조항도 포함됐다. SM엔터의 최대주주에 오른 하이브는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이 SM엔터 주주들의 이익을 막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SM엔터와 카카오간 체결된 사업협력계약서와 신주발행 계약서 및 전환사채발행 계약서 등에 따르면 현 SM엔터 이사회 구성원들이 회사가 보유한 다수의 아티스트 관련 권리들을 카카오에 넘기는 조항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음반·음원의 유통 관련 사업 협력은 양사 협력관계 중 하나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논의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단독] '라이크기획' 뺨치는 카카오-SM 계약…하이브 '강경 대응'
이성수·탁영준 SM엔터 공동이사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합의 하에 지난 7일 체결된 양 사간 사업협력 계약과 주식발행 계약을 살펴보면 카카오 측에 유리한 계약 구조가 다수 발견된다. SM엔터는 사업의 핵심인 국내 음반 및 음원 유통 업무도 카카오엔터에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6월 이내 체결된 유통 건은 기존 계약이 종료하는 대로 순차적으로 카카오로 이관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라 SM엔터가 진행하던 해외 음반 및 음원 유통, 국내 공연과 팬미팅 티켓 유통까지 모두 카카오엔터(계열회사를 포함)를 통해 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

SM엔터는 카카오엔터의 미국 자회사인 카카오엔터아메리카와 50 대 50의 합작사를 설립해 회사가 진행해온 아티스트들의 북미 및 남미 지역 매니지먼트 업무를 합작사로 이관하기로 했다. 합작사의 초대 대표이사는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아메리카는 지난해 12월 중 신설된 회사로 현재 발생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혀 없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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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정 심문 과정에서 해당 계약 내용을 파악한 하이브 측은 즉각 "SM엔터의 주주가치를 막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독점에 대한 기한조차 명시돼 있지 않아 영구히 SM엔터가 누려야할 이익이 카카오로 이전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이브는 또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이 현 이사회 추천으로 SM엔터의 등기임원이자 SM엔터의 글로벌 음원유통 총괄 업무를 맡기로한 점도 문제삼고 있다. 하이브 측은 "카카오와의 내부거래를 감시해야할 등기임원을 카카오 인사로 내정해 주주가치를 막대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아티스트들의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한 SM엔터가 사실상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신생 회사에 다름없는 카카오엔터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한 데 업계에선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SM엔터는 에스파, NCT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 대비 브랜드 인지도도 더욱 크다. SM엔터가 반대급부로 카카오로 부터 얻는 것은 음반 실물 생산 등을 SM라이프디자인을 통해 실물 음반 제작 등을 전담하는 단 한 건에 그친다.

카카오엔터가 올해 SM엔터가 추가로 발행할 신주와 CB에 대한 우선인수권을 가진 점도 업계에선 상법 위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현 이사회 결정만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추가적인 유상증자 및 CB 발행을 통해 언제든지 카카오로 지분을 추가로 넘길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7일 발표했던 SM엔터 지분 9.05%(CB 포함) 신주 및 CB 인수 계획뿐 아니라 지분을 추가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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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측은 SM엔터 이사진이 긴급한 자금 필요로 증자를 통해 조달한 현금을 곧바로 자사주 매입으로 소진하는 점과 속전속결로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단행한 자사주 매입임이 드러난다면 시장교란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게 하이브의 입장이다. 하이브는 비주력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서도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자칫 제값을 받지 못한채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또 9만원대에 카카오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한 뒤 이제와서 12만원대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내세운 'SM 3.0'의 주요 골자가 음반 음원 유통, 매니지먼트 업무 등을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의 사적 계약에서 SM엔터로 온전히 돌려놓겠다는 점이었단 점에서 명분이 희석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이 전 총괄로 분산되던 SM엔터의 이익이 카카오로 옮겨가는 것 뿐이란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와의 협업이 SM엔터에 최선이 될 것이라 공식화했던 얼라인파트너스가 해당 계약 내역을 인지했는지 문제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 계약대로라면 얼라인이 SM엔터의 공격 명분으로 삼았던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사내 이해상충 문제를 모두 위반하는 계약"이라며 "얼라인이 이를 알고 강행했어도 문제고 몰랐어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 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