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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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80대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에 실려 은행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가족들이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노인의 예금을 찾으려 했지만, 은행 측은 내부 규정을 들며 '예금주 본인이 오지 않으면 돈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80대 노인은 구급차를 타 이동식 병실 침대에 누운 채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의식불명, 중증환자에 대해 들쭉날쭉했던 예금주 규정이 하나로 정비될 전망이다. 금융사마다 다른 내부규정에 애가 탔던 환자 가족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양정숙 국회의원(무소속)은 긴급지원 담당 공무원의 확인을 받아 계좌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출금 또는 이체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양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식불명 예금주의 예금 관련 민원 유형은 별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은행 권역의 민원 중 키워드검색(의식불명, 인출 또는 출금)으로 추출한 결과, 최근 5년간 총 20건의 관련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3년부터 금융사가 병원비의 범위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하는 등 예외적으로 전자금융거래를 허용하면서 금융사들도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사별로 규정이 제각각이라 이용자들의 혼란을 낳고 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의 관련 규정을 보면 의식불명 환자의 가족에 한해, 병원비에 대해 예외적으로 예금주 방문 없이 병원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예금 지급을 허용한다. 문제는 지급 가능한 병원비의 범위가 은행마다 다르다.

KB국민은행은 병원비, 우리은행은 치료비 내 항목, NH농협은행은 수술비 포함 치료비 및 간병비, 요양비 등 병원기관으로 입금되는 비용, 하나은행은 긴급한 수술비 등 치료비 범위내에서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병원 의료비에 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신한은행만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수술비, 입원비 등 병원비 외에도 부부간의 공동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생활비에 대해서는 배우자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을 규정으로 두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은행마다 규정이 달라 여러 은행을 거래하는 경우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매년 나오고 있다"며 "고령의 의식불명, 중증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병원비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은행에 방문하게 해 건강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긴급 예금 찾기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법 개정을 통해 의사소통 및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가족이 병원비를 마련하는 데 편의가 개선되고, 은행에 인출 요청 시 거절에 대한 부담을 덜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박용진, 안호영, 윤준병, 위성곤, 이상헌, 이용빈, 한병도, 황운하 의원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 무소속 민형배, 윤미향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