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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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횡령 혐의를 받은 중견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오피스텔 공사를 수년째 중단하면서 중도금을 대출했던 지역 새마을금고들이 동반 부실 우려에 빠졌다. 대구와 경남 양산 지역 사업장 두 곳에 나간 집단대출 금액만 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뒤늦게 해당 금고들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했지만 금고들은 오히려 “못 하겠다”며 법적 다툼에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례적인 분란에 새마을금고에서 돈을 빼겠다는 예금자도 줄을 잇고 있다.

문제가 된 사업장은 다인건설이 2016년 대구 중구와 양산 물금읍에 각각 착공한 ‘다인 로얄팰리스’ 오피스텔이다. 모두 1328가구로 애초 2019년 입주 예정이었지만 건설사의 사기 분양 혐의와 자금난 등으로 4년 가까이 공사가 멈춰섰다. 전국에 비슷한 사업장만 6곳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단으로 참여한 신천·대현·큰고개·성일 등 대구 지역 금고 12곳도 2016년부터 수분양자들에게 내준 집단대출을 떠안고 있다. 다섯 차례 만기 연장 끝에 이달 초엔 아예 대출 종료를 통보하려다 지난 22일 추가 6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애초 무이자 조건이었던 중도금 대출은 시행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이자 대납을 중단하면서 수분양자들이 기약 없이 이자를 내고 있다. 이자를 못 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적지 않다.

분양 계약자인 박모(62)씨는 “건설사가 사기 혐의로 회장이 구속 기소까지 됐던 곳인데 그 계열사인 시공사·시행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하지 않았더니 새마을금고가 대출 연장을 안 해줬다”며 “살던 집과 급여, 보험까지 압류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분양 계약자는 “몇 번이나 (새마을금고)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문의를 넣었지만 각 금고의 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작년 말 대주단 금고에 해당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이 작은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잔액의 최소 55%를 충당금으로 쌓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 금고는 “이자를 받고 있으니 연체가 아니다” “갑작스러운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결과는 다음달 초 나올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를 4년 가까이 넘긴 데다 준공 기약이 없는 사업장 대출에 충당금을 쌓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공사 진행률이 낮은 사업장에 중도금 대출이 모두 나간 것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분란이 이어지자 예금자들의 불안도 커졌다. 대주단이 아닌 새마을금고 지점에서도 예금을 해지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회는 “개인이 우려할 만큼 해당 금고들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단위 금고 한 곳당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 예금자는 “충당금 적립을 두고 잡음이 생기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